<대기업 다니는 디자인팀 황 부장 이야기> ①

문제를 푸는 디자이너

by 황디

요즘 신입 디자이너들을 보면 참 똑똑하다.

툴을 다루는 속도는 놀랍고, 트렌드를 읽는 감각도 빠르다.

하지만 회의실에서 ‘이 화면이 왜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이 나오면, 공기가 순간적으로 멈춘다.

이유를 말하는 대신, “아… 사용자 입장에서 이렇게 하면 더 예쁠 것 같아서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황 부장은 그 순간 고개를 살짝 젓는다.

“예쁘면 좋지. 근데 그게 문제를 푸는 건 아니야.”

그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예쁜 건 디자이너의 본능이지만, 문제를 푸는 건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이지.”



1. 화면보다 먼저, ‘문제’를 본다


신입 디자이너에게 가장 먼저 바라는 건 ‘문제를 보는 눈’이다.

화면을 그리기 전에, 지금 우리가 무슨 문제를 풀고 있는지부터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보자.

사용자 이탈률이 높은 페이지를 개선하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많은 신입 디자이너는 ‘UI를 예쁘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UI가 아닐 수도 있다.

진입 동선이 복잡하거나,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가 첫 화면에 없을 수도 있다.

이걸 확인하려면 데이터와 사용자 피드백을 함께 봐야 한다.


황 부장은 늘 이렇게 말한다.

“디자인은 결과물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언어야.”

디자인을 ‘그림 그리기’로만 생각하면 금세 한계에 부딪힌다.

하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가설을 세우는 과정에 집중하면 디자인의 깊이가 달라진다.



2. “왜 그렇게 디자인했어요?”에 답할 수 있는가


리뷰 시간.

황 부장이 물었다.

“이 버튼은 왜 오른쪽에 두었나요?”

신입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냥… 오른쪽이 깔끔해 보여서요.”


그 대답은 나쁘지 않지만, 불안하다.

디자인 결정엔 반드시 근거가 필요하다.

“이 영역은 사용자 시선의 흐름상 마지막에 클릭되는 구간이라,

CTA를 오른쪽에 두어야 행동 유도가 높습니다.”

이 정도의 설명이 나와야 팀이 신뢰한다.


‘감각’은 시작이지만, ‘논리’가 있어야 설득이 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감각과 논리를 연결하는 사람이다.

직감으로 만든 디자인이라도, 나중엔 이유를 찾아 정리해야 한다.

그게 신입이 빠르게 성장하는 첫걸음이다.



3. 완벽함보다 ‘검증 가능한 시도’


많은 신입 디자이너가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프로덕트 현장은 완벽함보다 빠른 검증을 원한다.


황 부장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시안을 예쁘게 만드는 데 하루를 쓸 바엔,

두 가지 가설을 테스트하는 데 쓰는 게 낫다.”


예를 들어, 배너 문구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클릭률이 달라진다.

UI는 가설의 결과물일 뿐이다.

‘이게 맞을까?’를 빠르게 검증하는 과정이 결국 디자인 퀄리티를 만든다.

리서치, A/B 테스트, 사용자 피드백은 그 자체가 디자인의 일부다.



4. 디자인 툴보다 중요한 것들


황 부장은 가끔 신입 디자이너의 노트북을 본다.

Figma 탭 열 개, Notion 두 개, Slack 한 개.

툴은 완벽히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황 부장은 묻는다.

“그 노트북엔 사용자 이야기가 얼마나 있나?”


좋은 디자이너는 툴보다 사람을 본다.

툴은 도구고, 사람은 답이다.

이해관계자와 대화하고, 사용자를 관찰하고, 개발자와 논의하는 일은

툴보다 훨씬 중요한 디자인 과정이다.


문제를 정의하고, 근거를 세우고, 검증하는 모든 과정이 ‘디자인’이다.

픽셀을 움직이는 건 그 과정의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5. 리더의 진짜 바람


신입에게서 바라는 건 ‘센스’가 아니다.

센스는 이미 있다.

그보다 중요한 건 ‘판단력’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구분할 줄 아는 감각,

문제를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할 줄 아는 능력.


황 부장은 늘 말한다.

“잘 그리는 사람은 많아. 근데 잘 ‘판단’하는 사람은 드물지.”


리더는 신입이 실수를 하더라도, 그 실수의 방향이 옳길 바란다.

문제를 향한 실수라면 괜찮다.

하지만 ‘그냥 예뻐서’ 만든 실수는 반복된다.



6. 퇴근길 엘리베이터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

황 부장이 신입에게 조용히 말한다.

“디자인은 결국 문장을 만드는 일이야.

네 화면 하나하나가 사용자에게 말을 걸고 있거든.”

그는 커피를 들며 덧붙였다.

“그 문장의 주어가 ‘너’가 아니라 ‘사용자’가 되길 바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신입은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내일은 문제부터 정리해야겠다.”



디자인은 감각이 아니라, 태도다.
문제를 발견하고, 이유를 말할 줄 아는 태도.
그것이 신입 디자이너에게 리더가 진심으로 바라는 첫 번째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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