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다니는 디자인팀 황 부장 이야기> ②

함께 일할 줄 아는 디자이너

by 황디

회의가 끝난 후, 황 부장은 잠시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본다.

슬랙창엔 피드백 요청 메시지가 수십 개.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 디자이너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지만,

정작 대화는 엇갈린다.


그는 천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좋은 디자인보다, 좋은 협업이 먼저야.”

이건 그가 팀을 이끌며 수없이 되뇌어온 말이다.



1. 협업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신입 디자이너들이 가장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협업’이란 건 회의에 참여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협업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기획자는 목표를 보고, 개발자는 제약을 본다.

디자이너는 경험을 본다.

이 셋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언어로 말할 때,

누군가는 번역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황 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협업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맞는가’를 찾는 과정이야.”

그래서 그는 항상 디자이너들에게 말한다.

“논리로 이야기하되, 사람을 잃지 말자.”



2. 말 잘하는 디자이너보다, 상대방 말을 잘 듣는 디자이너


회의실에서 황 부장은 신입에게 묻는다.

“이 기능은 개발 일정상 어렵다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신입은 빠르게 대답한다.

“그럼 디자인을 간소화하면 되겠네요!”


좋은 태도지만, 황 부장은 살짝 미소만 짓는다.

“좋아요. 그런데 그 전에 ‘왜 어렵다’는 말을 끝까지 들어봤나요?”


협업의 핵심은 듣는 힘이다.

서로의 제약과 맥락을 이해하지 않으면, 해결책은 공중에 붕 뜬다.

개발자가 말하는 ‘어려움’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비즈니스 로직이나 인프라 제약일 수도 있다.

그걸 들을 줄 알아야 제대로 된 대안을 낼 수 있다.


황 부장은 회의가 끝난 후 신입에게 말했다.

“좋은 디자이너는 말로 설득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해서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야.”



3. 피드백은 싸움이 아니라 대화다


신입 디자이너에게 피드백은 종종 ‘검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무에선 피드백이 곧 ‘공동 창작의 순간’이다.

리더와 동료들이 피드백을 주는 이유는,

그 디자인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황 부장은 리뷰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이건 네 디자인이 아니라, 우리의 결과물이야.”

그래서 피드백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면 금세 지치고,

성장도 멈춘다.


좋은 신입은 피드백을 ‘리듬’처럼 받아들인다.

받고, 생각하고, 수정하고, 다시 제안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판단 기준이 생긴다.


“리더가 틀릴 수도 있어요.”

황 부장은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리더가 틀릴 때, 대신 설득할 논리를 준비해야죠.

그게 진짜 협업이에요.”



4. 신뢰는 디자인보다 오래 간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서비스 긴급 배포 직전, UI 오류가 발견됐다.

시간이 없다.

황 부장이 급히 물었다.

“이 화면 수정 가능해요?”

신입이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가능은 한데, QA에서 터질 확률이 높아요. 대신 임시 패치를 제안드릴게요.”


그 한마디에 팀 전체가 움직였다.

정확한 판단, 솔직한 전달.

그게 신뢰의 시작이다.


리더는 완벽한 디자이너보다, 신뢰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원한다.

모르겠다면 모른다고, 위험하면 위험하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

그 정직함이 결국 ‘협업의 신뢰’를 만든다.



5. 자기 언어를 가져야 성장한다


협업은 결국 ‘자기 언어’를 가지는 과정이다.

기획자에게 “이건 경험의 일관성이 깨져요.”라고 설명할 수 있고,

개발자에게 “이 구조는 유지보수에 유리할 것 같아요.”라고 제안할 수 있을 때,

디자이너는 단순한 역할을 넘어 의사결정자로 성장한다.


황 부장은 회의 중 종종 신입에게 묻는다.

“이 기능은 왜 이렇게 설계했어요?”

그건 꾸짖음이 아니라,

‘너의 언어로 말해보라’는 초대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의미를 번역하는 사람이다.

비즈니스의 목표를 사용자 경험으로,

기술의 제약을 창의적인 솔루션으로 바꾸는 사람.

그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언어의 충돌을 다루는 게 실력이다.



6.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의 조건


결국 팀에서 오래 남는 디자이너는

잘 그리는 사람보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다.

협업은 실력보다 태도를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회의 전에 먼저 어젠다를 정리해주는 사람,

개발자가 고생할 걸 미리 고려해서 파일을 정리해두는 사람,

이슈가 생기면 책임을 나누려는 사람.

이런 디자이너가 조직의 중심이 된다.


황 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프로덕트는 결국 팀 스포츠야.

개인은 잘할 수 있어도, 팀이 못 움직이면 다 의미 없어.”

그 말의 의미를 신입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이해하길 바란다.



7. 첫 질문


밤 9시, 사무실엔 불이 거의 꺼졌다.

신입이 가방을 들고 나가려다, 황 부장이 부른다.

“오늘 회의 피드백 잘 정리했어요?”

“네, 노션에 업데이트했습니다.”

“좋아요. 근데 한 가지 더.”

황 부장은 조용히 웃었다.

“다음 회의 땐, 먼저 질문해봐요.

‘이 문제를 우리 팀이 어떻게 같이 풀 수 있을까요?’

그게 진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첫 질문이에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신입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진다.

‘같이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그는 오늘도 다시 노트를 편다.



협업은 실력의 시험장이 아니라, 태도의 무대다.
상대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고, 함께 문제를 푸는 것.
그것이 황 부장이 신입 디자이너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두 번째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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