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25만 GPU, 이제 한국은 ‘지능’을 수출한다
2025년 10월 30일.
서울 코엑스 한복판에서 젠슨 황이 이재용 회장을 끌어안았다.
반짝이는 검은 재킷, 지포스 로고, 그리고 포옹.
누군가는 ‘이벤트’라 말했지만, 내겐 이 장면이 한 시대의 선언처럼 느껴졌다.
한국이 ‘지능(Intelligence)’을 수출하기 시작한 날이었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25만 개의 GPU를 공급한다.
삼성, SK, 현대, 네이버 — 이 네 개의 이름만 봐도 산업의 모든 축이 포함되어 있다.
제조, 반도체, 이동, 데이터.
과거엔 물리적 제품을 수출하던 나라가,
이제는 “AI를 훈련하는 능력” 자체를 산업의 엔진으로 삼으려 한다.
이건 단순한 칩의 수입이 아니다.
“컴퓨팅 파워”를 에너지처럼 축적하는 국가의 실험이다.
마치 전기와 인터넷이 산업혁명을 이끌었듯,
이제 GPU는 ‘지능 산업혁명’의 송전망이 되고 있다.
젠슨 황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이제 물리적 공장이 아닌, 지능(Intelligence) 을 수출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한 CEO의 수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이 문장은 21세기 산업 구도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
기계가 생산하는 건 더 이상 ‘제품’이 아니라 ‘학습된 데이터’다.
지능이 상품이 되고, 모델이 산업이 된다.
삼성은 AI 팩토리를 짓는다.
SK는 산업용 AI 클라우드를 만든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모델을 훈련하고,
네이버는 AI 인프라를 확장한다.
‘공장’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 내부의 에너지원은 전혀 다르다.
철광석이 아닌 데이터, 노동력이 아닌 GPU,
그리고 관리자가 아닌 학습 파이프라인.
이제 생산의 주체는 사람과 알고리즘의 협업이다.
한쪽에서는 데이터를 정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모델이 그것을 ‘이해’한다.
그렇게 ‘AI 팩토리’는 물리적 소음 대신
전류의 리듬으로 돌아간다.
이건 공장의 진화라기보다, ‘지능의 공업화’에 가깝다.
그리고 이 변화를 한국이 먼저 시작했다는 사실이,
어쩐지 자랑스럽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기술을 인간적인 감성으로 다뤄왔다.
가전제품에도 ‘온기’를 담고,
자동차에도 ‘눈빛’을 부여했다.
그건 단순한 디자인 취향이 아니라,
기계와 사람 사이의 ‘정서적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능력이었다.
이제 그 감성이 AI 개발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한국형 AI’란 단순히 한국에서 만든 모델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이터의 방식이다.
정확함보다 배려, 속도보다 맥락.
한국의 AI가 세계에서 주목받을 이유는 기술보다 태도에 있다.
한국은 제조업으로 세계를 설득해왔다.
‘정확히 만든다’, ‘끝까지 개선한다’, ‘함께 책임진다.’
이건 반도체 공정의 철학이자, AI 모델 개발의 철학과 닮아있다.
AI 산업의 다음 단계는 ‘정밀 제조’다.
무작정 데이터를 때려 넣는 시대는 끝났다.
정제된 데이터, 윤리적 라벨링, 최적화된 파이프라인.
결국 제조의 디테일이 지능의 품질을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엔비디아가 한국을 택한 건 자연스럽다.
정확함과 근면함이 지능의 원료가 되는 나라.
이보다 완벽한 파트너는 없을 것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AI는 더 이상 혁신이 아니라, 산업의 기반이다.”
정확한 진단이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인프라,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태계다.
한국은 지금 이 인프라를 “국가 단위로” 구축하려 한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젠슨 황의 메시지는 단순한 협력 제안이 아니라
‘문명 동맹’에 가깝다.
우리는 이제 ‘지능’을 수출하는 시대에 진입한다.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야망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된다면—
그 시작점은 바로 지금, 서울 코엑스의 그 포옹이었을지 모른다.
앞으로의 세대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어떤 지능을 학습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계를 다루는 능력보다,
기계를 ‘교육’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AI가 세상을 바꿀까?
아니면, 세상을 바꾸는 AI를 우리가 만들까?
AI 인프라, GPU,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이 모든 기술의 중심에는 ‘디자인’이 있다.
복잡한 기술을 단순하게,
멀리 있는 미래를 지금 눈앞에 그리듯 다루는 일.
AI를 통해 인간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그 행위야말로,
디자인의 본질이다.
한국이 이제 ‘지능’을 수출한다면,
그건 단지 기술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설계 철학을 수출하는 것이다.
AI 팩토리의 불빛은 밤새 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속엔 코드를 짜는 개발자도,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디자이너도,
윤리를 고민하는 철학자도 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산업혁명 속에서
‘지능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진화해야 한다.
다음 세대가 말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반도체의 나라였다가, 지능의 나라가 되었어요.”
그리고 그 말 속에는
우리 모두가 조금씩 그려 넣은
한 줄의 설계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