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성공이라 부를 것인가
디자인은 늘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모바일이 바뀔 때도, 플랫폼이 커질 때도,
디자이너는 늘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은
새로운 도구보다 새로운 질문이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을 전제로 삼을 것인가가 먼저 묻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서비스가 AI를 통해
추천하고, 요약하고, 대신 결정해준다.
일정 관리, 글쓰기, 심지어 판단까지.
예를 들어 자동 추천 기능은
사용자의 선택 부담을 줄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선택의 기준을
시스템 안으로 옮겨놓는다.
다음 10년의 디자인은
“이걸 자동화할 수 있는가?”보다
“이걸 자동화해도 괜찮은가?”를
먼저 묻게 될 것이다.
한 글로벌 서비스가 접근성을 강화했다.
색약 모드, 음성 안내, 큰 버튼.
기능은 충분했고, 의도도 분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사용자군만을 상정한 접근성에 그쳤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평균적인 사용자를 다시 한 번 기준으로 삼았을 뿐이다.
앞으로의 디자인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지금 배제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질문해야 할 것이다.
어떤 서비스는 지표상으로 성공했다.
이용자 수는 늘었고, 체류 시간도 길어졌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점점 피로를 느꼈다.
성과는 분명했지만,
경험은 남지 않았다.
다음 10년의 디자인은
숫자로 설명되는 성공과
사람에게 남는 경험 사이에서
새로운 기준을 찾아야 한다.
디자인의 다음 10년은
정답을 더 빨리 찾는 시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질문을 더 오래 붙잡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을 전제로 삼았는지,
누구의 편에 서 있었는지,
무엇을 당연하게 여겼는지가 남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건
완성된 답이 아니라
다음 10년을 통과할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 질문은 아직 열려 있다.
우리는 어떤 디자인을 남길 것인가.
그리고 그 디자인은, 어떤 사람을 전제로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