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아니라 방향이다.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있다.
AI가 많은 일을 대체할 거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묻는다.
디자이너는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최근
World Economic Forum 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조금 흥미로운 점이 있다.
AI와 데이터, 기술 역량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킬로 올라와 있다.
그런데 동시에 창의력과 분석적 사고도 여전히 상위에 남아 있다.
이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의 디자이너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었다.
요구사항이 내려오면
그걸 더 보기 좋게, 더 쓰기 쉽게 만드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문제 자체가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기술은 빠르게 바뀌고,
사용자의 기대는 더 복잡해졌다.
이제 디자이너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부터 정의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필요한 역량도 바뀐다.
기술을 다룰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기술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데이터를 볼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해석하는 것이다.
결국 중심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중요한 건 사고력이다.
다만 그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로
기술과 데이터가 붙었을 뿐이다.
이 지점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은 확장된다.
화면을 설계하는 사람에서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이제는
제품의 방향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그래서 앞으로 필요한 기준을 이렇게 정리해본다.
1.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
2. 사용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
3.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하는 사람,
4. 기술을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사람.
이 네 가지는 각각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로 연결될 때 비로소 힘이 생긴다.
좋은 디자인은 더 이상
잘 만든 화면에서 나오지 않는다.
좋은 질문에서 시작되고,
좋은 판단을 거쳐,
적절한 기술을 통해 구현된다.
그래서 앞으로의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건
생각보다 더 큰 기회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더 깊이 관여할 수 있고,
더 중요한 선택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중심은 여전히 같다.
다만 이제는 그 중심이 화면이 아니라
문제와 구조로 이동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