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꾸뻬씨의 행복여행
헥터의 여행은 가벼운 질문과 함께 시작된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우연한 기회에 봤던 영화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곱씹어보게 됐다. 독일어를 전공했지만 한 번도 독일어가 가깝게 느꼈던 적 없던 내게, 간혹 나오는 독일어의 매력이 영화에 재미를 더했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프랑수아 를로르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002년 출간과 동시에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고, 전 세계적으로 '꾸뻬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영화는 다만 주인공의 이름이 헥터로 바뀌었을 뿐, 소설의 메시지를 그대로 옮겼다. 런던의 평범한 정신과 의사 헥터는 정해진 일상 속에서 살아간다. 아침에 기상하고, 밥을 먹고, 넥타이를 매고, 병원에 가고…끊이지 않는 환자들과 연인 클라라와 함께 살아가지만 그의 마음은 공허하다. 환자들에게 행복을 이야기하는 그이지만 정작 자신은 행복에 대한 의문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난다.
아시아부터 아프리카까지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헥터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돈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상하이의 은행가, 가족과의 행복을 꿈꾸는 아프리카 마약 밀매상,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난 말기암 환자, 그리고 LA에 있는 헥터의 첫사랑까지…헥터의 여행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죽을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매순간마다 행복에 대한 모든 것을 메모하고, 사람들의 저마다의 행복을 알아간다. 속도감 있는 전개 때문인지 한 순간도 의미없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각 나라의 풍경도 매우 매력적이다.
영화는 누구나 한 번쯤 꿈꿨던 순간들을 담아낸다. 일상과 책임감을 던지고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에, 때로는 비현실적이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헥터로 인해 행복의 기준과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돈, 명예, 사랑, 가족, 추억, 현재…그동안 내게 행복은 무엇이었고, 앞으로 어떤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게 된다. 영화 크레딧이 넘어갈 즈음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동안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전에 그저 미래에 대한 막연함, 현재의 답답함으로 하루가 힘들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전에 나의 행복 그 자체로도 삶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느낀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내게 영화는 가슴 콕 박히는 한마디를 건넨다. 헥터가 꼬깃한 메모장에 적었듯이, '행복이란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