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태의 초코파이

by 황효진



아침밥으로 초코파이를 먹었다. 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줄 알고 몇십 년을 살아왔는데, 알고 보니 종류를 바꿔가며 과자 중독에 빠지는 사람이었다. 그동안 맛동산과 빈츠, 홈런볼, 꼬북칩, 꼬깔콘 허니버터맛 등이 명예의 전당을 거쳐갔다. 눈 뜨자마자 새우깡 한 봉지를 비우기도 하고, 마감을 핑계로 자갈치와 초코송이를 한입에 털어 넣기도 한다. 이 모든 과자를 제치고 나만의 '언제나 먹고 싶어, 이 과자!' 리스트 1순위에 올라 있는 것은 초코파이다. 12개짜리 한 박스를 사 오면 앉은자리에서 연달아 4개 정도는 먹어 치운다. 내용물이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봉지를 뜯고, 절반 정도 크게 베어 먹고 나면 반드시 단면을 확인한다. 이로 깨끗하게 잘린 마시멜로의 단면을 보는 게 나름의 의식이다. 남들 앞에서는 굳이 하지 않는 행동이지만.


마시멜로 자체에는 별 흥미를 못 느낀다. 딱히 어떤 맛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파이 부분만 따로 먹는 것도 푸석해서 별로다. 그러니 파이와 파이 사이에 마시멜로를 끼워 만든 초코파이는 얼마나 천재적인 아이디어인지. 마시멜로 덕분에 파이의 푸석함은 묻히고, 파이 덕분에 마시멜로의 느끼함도 잡힌다. (실은 초코파이의 이 '파이' 부분을 파이라고 해야 할지, 케이크라고 해야 할지, 빵이라고 해야 할지 헷갈리지만 일단은 파이라고 해 둔다) 크림보다 가볍고 폭신폭신하면서도 나름 쫀득한 식감도 훌륭하다.


초코파이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알고 있다. 첫째, 그냥 먹는다. 맛있다. 둘째, 얼려 먹는다. 조금 딱딱해지는 게 문제지만 역시 맛있다. 셋째, 냉장고에 넣어뒀다 차갑게 먹는다. 그냥 먹는 방법 다음으로 맛있다. 그중 가장 괴상한 건 이거다. 초코파이가 든 봉지를 주먹으로 마구 내려쳐서 가루를 만든 다음, 봉지째 손 안에서 동그랗게 궁굴린다. 단단한 경단 모양이 될 때쯤 봉지를 뜯고 꺼내 먹는다. 당연히 맛있지만 마시멜로의 식감을 중요시하는 나의 원칙에는 어긋나므로 이렇게 먹는 일은 잘 없다. 이 밖에 파이 부분을 먼저 먹어치우고 남은 마시멜로를 마저 먹는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아무래도 깔끔한 모양새는 아니다. 그렇게 재료를 따로따로 발라내듯이 먹는 건 핫도그로 충분하다.


초코파이는 비슷한 다른 과자와 늘 비교되고는 한다. 대략 파이 사이에 크림이나 잼 등이 끼워져 있는 몽쉘, 빅파이, 오예스 같은 것들이다. 눈앞에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집어 먹을 정도로 전부 좋아하는 과자들이지만 그래도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내 선택은 항상 초코파이다. 편의점에서 500원을 주고 낱개로 사 먹더라도 돈이 아깝지 않다. 단, 오리온에서 나온 것으로. 똑같아 보여도 롯데에서 만든 초코파이는 오리온 것보다 전체적으로 딱딱하고, 초코도 잘 녹지 않아 입 안에서 겉돈다. 그것만 확인하고 나면 초코파이는 어떤 상태든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요즘처럼 더운 날 초코가 봉지에 잔뜩 녹아 붙은 것까지 말이다.








MY FAVORITE THINGS

매일을 견디게 하는 좋은 것들에 관해 씁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오는 날 하는 야외 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