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여년 전의 일이다.
통화를 하던 중에, 갑자기 엄마가 말했다.
“이제, 우리 가족들이 죽어서 갈 집도
마련해 놨으니.. 맘 편히 살아라.”
놀란 내가.. 물었다.
“엥??? 그게 뭔 소리야?”
이야기인즉슨-
엄마가 오랫동안 열심히 부어오던
적금이 만기가 되어, 목돈이 생겼는데..
그걸로 뭘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을 하셨단다.
평생 동안 가족들이 살 집을 마련해주고,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고생 많이 했으니까-
당신이 죽어서 갈 집은, 내가 마련해주겠노라고..
그랬더니, 정작 아버지는..
고향인 경산의 선산에-
가족, 일가친척들과 함께 묻히고 싶다고..
그런 아버지에게, 엄마는..
자식들 고생시키지 말고,
가깝고 편리한 납골 공원으로 가자고...
안 해도 되니까.. 일단 한 번,
같이 가서, 구경이나 해보자고...
그렇게, 아버지를 애써 설득해서..
엄마가 미리 봐두었던 납골 공원에
두 노친네가 같이 가보셨더란다.
그리고, 막상 가보니-
카톨릭 교인들을 위한 납골 공원의 시설이
아버지의 마음에도 쏙! 들었고..
특히, 가족들이 모두 함께 있을 수 있게-
세팅되어 있는 가족실이 너무 좋아보였단다.
그러고 나니.. 일파만파.
이혼하고, 홀홀단신-
맏딸인, 내가 눈에 밟혔고..
이어서, 자식도 없이 둘만 사는-
둘째 딸네 부부가 눈에 밟혔고..
셋째 딸은, 장손의 아내에-
자식들까지 있으니, 패스~
넷째는, 아들 내외이니-
죽어도 우리가 데리고 있어야지.
그런데, 맏딸이 앞으로..
혹시 재혼이라도 하게 되면 어떡하지?
그리하여... 고심 끝에-
총 8명이 들어갈 수 있는 납골 공원 가족실을,
덜컥! 계약을 하고 오셨다는 거다.
전화를 끊고..
정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꿈을 쫒느라, 평생 속만 썩이면서-
지금껏 부모님께 기생하며(?!) 살아왔는데..
부모님의 납골당을 마련해주는 딸은 못 될지언정,
죽어서까지, 부모님께 기생(?!) 해야 하는...
이 못난 자식에게 밀려오는 죄책감에..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던 것 같다.
그 후로, 우리 부모님은 조금씩 삶을 정리하면서-
하나씩 무언가를 계속 하고 계신데..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