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로듀서의 역할에 따라,
황마담이란 애칭을 갖게 되었던 내가..
본의 아니게, 한국영화계에 처음으로!!
“밥차”를 도입한 장본인이 되었는데..
그 시작은 1998년, <닥터 K> 촬영 때였다.
많이도 추웠던,
늦가을의 어느 날로 기억 되는데..
그 날 우리는, 일산 KT 사옥의 지하 주차장에서
야간 (밤샘) 촬영이 있었다.
지금이야, KT 사옥 인근이 매우 번화해졌지만,
그 때만 해도, 주변에 정말 아무 것도 없었고..
(너무 허허벌판이라, 더 춥고 서늘하게-
느껴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경우, 이런 상황이라면-
제작팀은 스탭들의 식사를 위해,
도시락을 공수해 와야 했는데..
(가까이에 식당이라곤 찾을 수 없었으니,
왔다갔다- 이동하는 시간도 아껴야 하니까;;;)
그러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대개는-
차가운 주차장 바닥에서, 식어빠진 도시락을!!
먹게 할 수밖에 없는.. 딱 그런 상황이었다.
일단, 제작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근처를 돌아보면서, 주변 탐방에 나섰다.
그런데 맘에 드는 식당도, 메뉴도..
영- 눈에 띄지 않아서,
한참을 돌고, 또 돌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내 눈에 포장마차 트럭 한 대가 보였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오뎅에, 떡볶이에, 순대까지..
순간, 번뜩!!
묘안이 떠오른 나는, 차를 세우고 내려서-
포장마차 사장님께 다가가 물었다.
이거 다 얼마예요?
제가 전부 다 사드릴 테니까,
트럭을 KT 건물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하고,
어안이 벙벙해하던 사장님은..
이내, 전부 20만원에 딜! 을 하고.. 그 길로,
포장마차 트럭을 촬영장으로!! 함께 이동시켰다.
결과는..? 당연히 초대박이었다.
촬영을 하는 와중에도 언제든지 와서,
따끈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으니..
배우들을 비롯한, 모든 스탭들이 열광을 했고!!
포장마차 사장님도, 같은 자리에서-
모든 음식을 깨끗하게 다 팔아주고,
심지어 영화 촬영장 구경도 할 수 있었으니..
진정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였던 것이다. ^^
스탭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나는 포장마차 사장님과 두런두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당시에 포장마차 사장님은 사업을 하다가,
쫄딱- 망해서,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부부가 같이 포장마차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장사도 잘 되지 않아서, 힘들던 차에-
너무 좋은 기회를 만난 것 같다고.. ^^
그러면서, 사장님은 고맙다는 인사를 너머-
나에게 조심스레, 먼저 제안을 하셨는데..
(아마 사업을 했던,
사업가적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혹시, 이렇게 야외 촬영이 많아요?
그럼 내가 아예 트럭을 개조해서,
필요할 때마다 계속 따라다니면 어때요?
아내가 요리를 잘 하니까, 메뉴도 원하는 대로-
식사까지 다 맞춰서 해드릴 수 있어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었다.
무조건 콜이요!!
그렇게, 즉석에서 이루어진-
나와 포장마차 사장님 간의 빅딜을 통해..
그날 이후, 우리 영화 현장에는 항상!
사장님의 포장마차 트럭이 함께 따라 다녔고..
덕분에 나는, 엄청나게 큰 숙제를
아주 편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매일 뭐 먹어야 하지? 고민하면서,
매번 가능한 식당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이..
사장님 부부와 촬영 날의 식사 및 부식 등의
메뉴만 잘 상의해서 결정하고 나면,
내 일은 끝!! 이었으니까~ ^^ㅋ
(그 덕에, 스탭들의 생일엔 미역국도 챙겨서
끓여줄 수 있었고.. 원하는 음식도 바로바로,
주문해서 먹여줄 수 있었다! ^.^v)
이렇게 <닥터 K> 촬영장에서부터 시작되어,
엄청나게 히트를 쳤던 포장마차 트럭은..
나를 비롯한, 우리 제작팀 모두에게-
엄청나게 많은 문의 전화가 왔을 정도로, 일파만파!
충무로 여기저기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이후로 또, 사업가적인 기질을 발휘하신 사장님은,
영화 현장 밥차로, 아예 전문적으로 뛰어드셨으니!!
이제는 영화 현장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밥차의 유래가..
작은 아이디어를 가졌던,
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 않을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