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너무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라는 데뷔작으로,
무려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르며..
전세계적인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 셀린 송 (Celine Song).
그녀의 아버지가 바로, 내가 너무나도 그리워하는!!
<넘버 3>의 송능한 감독님이라는 것이다.
송하영.
내가 기억하는, 셀린 송의 한국 이름이다.
송능한 감독님에게는 하영이와 지영이,
라는 이름의 두 딸이 있었는데..
(사모님은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유명한!!
팬시용품 캐릭터를 그리는, 그림 작가셨다.)
<넘버 3> 를 작업할 당시에..
하영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지영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하영이와 지영이를,
내가 지금도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넘버 3> 때, 주인공인 태주와 현지의 집으로
감독님 가족들이 실제로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며칠 간 촬영을 진행 했었고..
그 때, 나는 주로 하영이와 지영이를 맡아서-
같이 놀아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유난히 아이들과 잘 논다.
놀아주는 게 아니라,
정말로 즐겁게! 같이 어울려 노는데..
아마, 내가 철이 없어서.. 정신 연령이
아이들과 비슷해서 그런 듯 하다;;;ㅋ)
거실에서 촬영을 하는 동안, 우리는 서재 방에서!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특히 하영이는, 너무나 영특해서!!
온갖 공룡들의 이름과 계보,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과
전설을 줄줄- 막힘없이 읊어댔던 기억이 난다.
(인터넷이 없었던 그 시절엔,
정보를 얻는 방법도 많지 않았기에..
그 많은 지식과 정보를 오직 독서로 섭렵한,
하영이가 더욱 신기하고 특출나게 여겨졌다.)
<넘버 3>에 이어,
<세기말>까지 연출하신 후에..
송능한 감독님이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신 이유도..
영재였던 하영이의 교육!
때문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로부터 24년 후.
바로 그 하영이가 셀린 송이라는 이름의 감독으로!!
멋지게 성장해서, 완전 금의환향한 것이다.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남녀가 20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만남의 타임라인을 차분히 따라가면서-
‘첫사랑’이나 ‘로맨스’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관계’의 다층적인 면을 충분히 깊게 들여다보며..
"전생"과 "인연" "팔자" 등의 동양적인 정서와 함께
한국적인 철학과 이데올로기를 담아내고 있는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작년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데 이어, 제58회 전미 비평가협회
작품상을 비롯한 각종 상을 휩쓸면서..
그동안 70여 개가 넘는 트로피와
200여 개가 넘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그러한 수치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로,
<패스트 라이브즈>는
전 세계 영화계에 의미 있는 영화로 기록됐다.
세계적인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과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극찬했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도 “20년간 내가 본,
최고의 데뷔작”이라 칭했을 정도였으니!!
어린 시절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서,
너무 자랑스럽게 잘 자란 우리 하영이.
아버지인 송능한 감독님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겠지..?
한 사람의 체념이 열어제낀 새로운 우주를,
바로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청출어람이라는 말처럼-
부디, 더 크고 빛나는 우주로!!
오래도록 멋진 세계를 펼쳐주길 바라며..
아버지인 송감독님과 사모님,
그리고 하영이와 지영이.
모두에게 나의 애정과 안부가 전해지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