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윤여정 선생님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이후로..
동시에,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던
또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윤여정 선생님의 데뷔작 <화녀>를 연출했던,
김기영 감독님이 바로 그 장본인인데..
마침 1997년. 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기영 감독님 특별 회고전”이 열렸고..
그 덕분에, 내가 직접 감독님을 만나 뵐 수 있는!!
정말 소중한 기회가 있었다.
1960-70년대.
<하녀> <화녀> <충녀> <육체의 약속>
<이어도>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 등..
지금 다시 봐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독특하고, 세련되고,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들을 연출했던 김기영 감독님은..
시대를 앞서 갔던,
진정 괴짜 같은 천재라고 하겠는데..
당시에, 본인의 회고전을 위하여-
사모님과 같이 PIFF에 참석을 하셨다.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의 모습은..
아주 큰 거구에 검은 뿔테 안경.
다소 험상궂은 인상에 무뚝뚝한 표정.
그래서 괜히 무섭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해서,
내가 한껏 주눅이 들었던 것 같은데..
막상 대화가 시작되자,
마치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그렇게 순수하고 순진하고 해맑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얼마나 로맨티스트였던지..
난 지금도 우리 마누라가
옆에 없으면 잠을 못 자.
난 우리 마누라랑
한날 한시에 같이 죽을 거야.
그러면서, 항상 사모님과 두 손을 꼬옥-
맞잡고 다니시는 모습이..
정말 부러울 만큼 보기가 좋았다.
그. 런. 데.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영화제가 끝나고,
이듬해인 1998년 2월 5일 새벽.
감독님의 명륜동 자택에서
의문의 화재가 발생했고..
그 자리에서 감독님 내외가
동시에 운명을 달리 하셨다 ㅠㅠ
누가 봐도 의문의 죽음.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더욱 기이한 것은,
모두 전소가 되어버린 화재 현장에서
유작인 <생존자> 대본이 발견된 것이고..
또, 그때까지 미공개 작품이었던
영화 <죽어도 좋은 경험>의 엔딩이..
“부부가 화재로 죽는” 장면이었다는 사실이다.
나중에-
유서가 발견되었다는 설도 있었고,
다양한 억측들이 존재했는데..
감독님 내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알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영화처럼-
정말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가신 김기영 감독님...
감독님은 떠나셨어도,
주옥 같은 작품들이 남았다.
윤여정 선생님을 비롯하여,
봉준호, 박찬욱 감독님까지..
정말 많은 영화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감독님”으로!
괜히 손 꼽는 게 절대 아니다.
기회가 되면,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들을 꼭 찾아서 보시랍.
진정 강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