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물여섯 번째 시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괴롭고
아무도 들리지 않을 소리에 외롭다
그대의 바람은 오늘도 묻히고
밖에는 바람 소리만 몰아치고 있었다
시인은 글을 팔아먹고 사는 게 아니라
꿈을 팔아먹고 산다는 것을
이것은 시도 아니고 담배연기도 아니고
술주정도 아니고 철이 없는 것도 아니라
그냥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게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시는 쓰는 것이다
그래서 시는 달지 않고 쓰다
좋아요 받아쳐먹으려고 쓰는 것도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자랑하려는 것도 아닌
다 마신 캔처럼 스스로 발로 짓누르고 짓눌러
마음을 분리수거한다는 것을
그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몇 번이나 고민하고 또 고쳐 썼던가
누군가의 고통 없이는 시인도 없다는 것을
빌어먹을지언정 세상에 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