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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l 07. 2022

수많은 착각 속에서 '가끔은 제정신'

허태균,『가끔은 제정신』

시소를 잘 타는 아이


우리는 수많은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만약 당신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 또한 착각일 수 있다. 반대로 모든 것을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도 역시 착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착각이고, 착각이 아닐까. 앞서 말한 우리가 수많은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객관적인 사고를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쩌면 당연한 소리다. 인간이 생각을 한다는 그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제정신>은 우리가 지금껏 진실이라고 믿었지만 사실 착각이었던 사례들을 이야기하면서, "너, 속았구나!"라고 질책하거나 조롱하는 대신, "그럴 수 있어."라고 이해하면서 이러한 착각 속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에 대해 완곡히 부정한다면,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내내 고통스러울 수 있다. 착각은 착각이라고 인정하는 순간부터 더 이상 착각이 아니다. 오히려 깨달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착각했다고 인정해야 할까. 착각했다고 인정하는 그 순간부터 중립적인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어떠한 사실에 대해 착각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한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이해의 여유가 생긴다. 한쪽에만 치우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다른 쪽도 생각함으로써 좀 더 다양한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뜬금없지만 내가 어렸을 때 놀이터에는 항상 아이들로 붐비었다. 뭐 요즘에는 핸드폰 게임, PC방이다 해서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것을 보기 어려워졌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어른의 시선에서도 놀이터의 놀이기구들은 늘 신기하다. 그중에서도 시소는 미끄럼틀, 그네와 더불어 놀이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삼대장 중 하나다. 가끔 놀이터 근처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시소를 유난히 잘 타는 아이들이 있다. 필요에 따라 힘을 주고, 힘을 양보하면서 최대한 오랫동안 공중에 떠있다. 객관적인 사고란 바로 이런 것이다. 자신의 주장에 힘을 주는 것은 물론, 상대방의 입장도 잘 고려해야 인간관계를 더욱 즐겁게 만들 수 있다.


@Photo By Immoprentice, Pixabay


우리가 쉽게 착각에 빠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보다 자기의 주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러한 개인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난다면 조금은 중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사의 갈등이 지금보다는 조금 나아질지도. 어쩌면 착각이란, 곧 편견이고 이기적인 것이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이러한 성향을 쉽게 버릴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론 착각을 안 할 수 없다. 착각은 늘 진실과 이해보다 앞서있기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수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착각을 하느냐, 마느냐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다.


가끔 이기적인 사람을 본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욕지거리가 절로 나오고, 인간관계의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의도하지 않게 어떠한 사정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도 꽤 있고, 또 이것이 잘못된 것인지 몰라서 실수를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조금의 여유도 없었을까. 마치 마녀 사냥하듯 끝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했던 말들을 주워 담기 바쁘다. "진작 말하지.", "나도 누군가한테 들은 거라서.", "아무튼 내 잘못은 아니야!" 정말 그럴까. 당황한 나머지 어떤 사람들은 시치미를 떼기도 한다. 정의를 구현한다면서 정작 그 반대의 행동을 하는 셈이다. 그래. 어쩌면 그럴 수 있다. 굳이 나쁜 놈을 찾자면 이게 모두 다 착각 때문이니까. 우리는 정녕 착각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 수 없을까. 아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앞서 말했듯이 시소를 타듯 상대방의 입장도 들어보자. 넓은 아량과 다양한 사고로 한 번쯤은 이해하려고 해 보자. 그러면 우리가 늘 그토록 원했던 분쟁과 상처 없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아니면 결국 이것 역시도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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