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이름

추억

by 황삼팔


지난해 10월. 돌이켜보면 그때 난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좋아하는 일도 하고 있었고, 속앓이 할 일도 비교적 없는 편이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반려닭 행복과 양평 여행을 갔던 일이다.


인적 없는 들판에 차를 세워 행복과 함께 산책을 했다. 좁은 원룸이 세상의 전부였던 행복에게는 참으로 낯선 광경이었다. 눈이 휘둥그레 해졌지만, 곧장 뒤뚱뒤뚱 잘 걸었다. 행복이 낯설어하는 모습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돗자리를 깔고 행복이를 부르니,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내 다리 사이에 푹 파고들었다.


차 안에서 이동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운전하는 내 모습 그리고 창밖 북한강 풍경을 지긋이 바라보며 얌전히 나와 함께 여행을 즐겨줬다. 잠을 잘 땐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와 동그랗게 몸을 말고는 새근새근 잠들었다.


특별할 건 없었다. 행복과 함께한 첫 여행은 아주 평범했다. 하지만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행복은 부화해서 병아리, 성체가 되는 과정을 모두 나와 함께 했다. 위험한 상황이 생겼다고 판단하면, 제일 먼저 나에게 뛰어 날아오를 만큼 날 의지했다. 자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어떤 존재의 ‘온 세상’이 된 기분.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새로운 삶의 시각을 준 반려동물 그 이상의 존재가 됐다.


안타깝게도 행복은 여행을 다녀온 몇 주 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제는 내 옆이 아닌 안에 있다.


매년 10월, 난 아마도 행복과의 여행을 떠올릴 것이다. 추억. 그래서 지어 본 10월의 이름이다.


#'사적 기록'의 모든 글은 제 상황, 제 감정에 대해 가감 없이, 거짓 없이 쓰는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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