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

by 황삼팔

약 20년이 됐네요. 오늘 만난 친구랑요! 10대 때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 이렇게나 오래됐어요. 저한텐 매우 소중한 친구였어요. 바늘과 실, 초콜릿과 아몬드처럼 늘 함께였던 친구죠.

성인이 되고 나선 교류가 많이 없었어요. 대학도 달랐고, 사는 지역도 달라졌어요. 거주지가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왕래도 끊겼던 적도 있어요. 당장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니 잊고 살았던 것 같기도 해요.

참 특별한 친구였어요! 가족 구성원보다 더 의지했을 때도 있었죠. 눈만 봐도 그 친구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였어요! 전 모두가 인정할 만큼 무딘 성격을 가졌어요. 그런 제게 특별이란 단어를 써도 과장이 아닐 만큼 친했죠.

오늘 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어요! 최근 와선 1년에 적겐 두 번, 많으면 네 번 정도 보는 편이에요. 둘이서 본 건 오래간만이었어요. 어색하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옛날 같진 않은 것 같아요. 과거와 달리 공통점이 많지 않은 까닭에서였을까요. 대화는 끊이지 않았지만, 나눈 대화의 범위가 넓진 않았어요. '우리'가 주가 되지 않는 말들이 주로 오갔어요. 같이 할 시간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전 만남에서 했던 같은 뉘앙스의 대화를 반복해서 한 것도 생각나네요. 그저 흐름이 끊이지 않도록 여백을 메꾸기 위해서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죠. 옛날 같지 않은 거요. 학창 시절엔 늘 함께였으니깐요.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그래서 생각을 공유할 기회가 더 많았었죠. 지금은 시간이 흘렀고, 각자 처한 환경도 달라졌잖아요.

그래서일까요. 학창 시절 함께여서 느꼈던 완전한 편안함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음, 예전이라면요. 이 점에 대해 속상했을 거예요. 이전만큼의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 서운함이 아무래도 큰 이유였을 것 같고요.

그런데, 완전한 편안함이 없어도 되긴 하더라고요. 시간이 흘렀음을 그 친구도, 저도 모두 '이해'하고 있었어요. 이런 이해는 서로에 대한 변화를 공감할 수 있는 까닭이 됐어요.

아쉬움은 늘 남는 것 같아요. '말하기보단 더 들어줄걸', '그 말은 하지 말걸', '너무 솔직했었나'같은 후회가 밀려오기도 하고요.

후회의 본질은 하나예요. 지속하고 싶은 거요. 시간이 흘러 많은 게 변했어도, 그대로 남아있는 그 친구와 저와의 '관계'를 계속 지켜가고 싶은 생각 때문인 거죠.

결국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싶어요. 약간의 불편함이요. 시간이 흐르면 그게 뭐든 변하잖아요. 그게 어떤 거든 변화 하면, 익숙하지 않게 되는 거죠. 그 친구와 저는 공통점이 없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요. 약 20년의 우정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때문에 지켜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해 어느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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