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大暑)에 할 일이란? / 산자락 평상대에서 책읽고 여름 이야기 쓰기
바코드
허영숙
A4용지 한 장의 분량으로
간단한 자기소개서와 이력을 제출하라 한다
마흔 해의 낮과 밤을
그 간격에서 생겨 난 만 갈래의 길을
한 장에 어떻게 다 말할 수 있나
초등학교 졸업이 언제였더라 손가락으로 꼽다가
먹다 만 새우깡 겉봉에 찍힌 바코드를 본다
저 굵고 가느다란 세로 줄에 기록 된 것은
출고 일자 혹은
여기로 오기까지의 경로 표시에 불과할 뿐
봉지 안의 분말로 남은 새우의 길에 대해
등 굽은 파랑의 날들에 대해 모두 말 할 수 없다
어느 겨울 날,
찬물에 돌미나리를 씻으며 울고 싶었던 이유가
시린 손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 줄에 다 적을 수 없듯
오래 더듬어야 읽을 수 있는 길
그 위에서 버려진 신발이 몇 켤레였는지
밟아온 길을 일으켜 세워 바코드를 만든다
고음으로 내질렀던 푸른 날의 한 때를
세로로 긋다가 올려다 본 하늘
정오의 햇살이 내 몸의 바코드를 환하게 읽고 간다
허영숙
*1965년 경북 포항 출생.
*부산여자대학 졸업.
*2006년 《시안》으로 등단.
*현재 〈시마을〉동인으로 활동 中. 부산시 남구 대연동
*시집으로 『바코드』(문학의전당, 2010)가 있음.
메모하는 습관
습작기에 있거나 등단 후 오랜 시간이 흘러도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쓰고 싶고 써야한다는 심적 부담감으로 시적 소재를 찾고 쓰기 위한 쓰기로 억지로 써 놓고 보면
이미 수많은 시인들이 비슷비슷하게 쓰고 간 문장임을 종종 발견할 때가 있다.
그것은 시집의 무조건적 다독과 비슷비슷한 발상에서 기인한다.
유리병 속의 오렌지맛, 딸기맛, 사이다맛 드롭프스처럼 색깔은 다르게 보여도 단맛은 별 차이가 없듯
평범한 발상은 비슷한 맛을 지니기 쉽다. 독특한 맛을 가지기 위해서는 맹목적 쓰기보다는 쓰여져야 한다.
그러나 쓰여지기란 쉽지않다. 쓰여지기 위해서는 대상으로부터 감흥을 느껴야한다.
대상은 또 어디 있는가, 그것은 지정된 사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곳곳에 있다.
거리에서 발견하기도하고 소설과 영화, 신문 또는 드라마나 다큐멘타리를 보다가도 발견한다.
늙은 어머니의 말씀 속에도 어린 아이의 질문 속에도 있다. 그 때 즉흥적으로 오는 느낌을 흘리지 않고
메모해두면 그것은 두고두고 그 시를 일으키는 뼈대가 될 것이다.
쓰여지기 위해서는 모든 현상이나 소리를 무심히 지나치지 말 것이며
잠자면서 꾸는 꿈조차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 허영숙 시인
구름 많았던 어제...
붉은 노을이...
참 좋아...
밖으로 나가...
사진으로 담아봅니다...
오늘은 크게 덥다는 '대서'...
오후 햇살이...
등짝이 따가울 정도로...
맹위를 떨치고...
더울 때는 더워야 한다지요...
그래도...
저 앞 화분의 채송화가 한창인데...
아랫마당 평상대에...
그늘이 드리워져...
시원함에 이끌리고...
산자락이라...
오가는 사람도 없고...
새소리, 매미소리로...
한적한 여름 오후를 맞이 합니다...
평상대에...
돗자리 깔아...
책상 펼쳐...
책읽으며...
여름 이야기를 적어 가지요...
집 거실에서...
전화 통화하시는...
어머니 목소리 들리니...
여전히 평온한 하루라 여겨지는데...
처마밑 참새들...
새끼들과 아랫마당 수돗가로 내려와...
제 세상인듯...
까불고 장난치며 가관이고...
앞 산자락...
낮에 나온 고라니...
무엇에 놀랐는지...
숲속 질러가는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가끔씩...
저 아래...
골짜기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 주는데...
망중한...
시를 읽습니다...
신경림 시인의 시집 '낙타'...
정호승 시인의 시집 '이 짧은 시간 동안'...
문태준 시인의 시집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고영민 시인의 시집 '사슴공원에서'...
따가운 햇살을 피해가며...
어머니의 정원을 돌아봅니다...
과일들이...
이 더위에...
제법 커가는데...
감도 그러하고...
사과도 어린아이 주먹만해졌지요...
복숭아 나무 아래에 서면...
벌써 향기로운 복숭아 냄새가 나네요...
입에 침이 고이고...
어머니께서 공드려 키우시는...
맷돌 호박 두개...
웬만한 대야만해졌는데...
가을까지 얼마나 더 클지...
궁금합니다...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