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7.22.금. 전원생활 이야기)

대서(大暑)에 할 일이란? / 산자락 평상대에서 책읽고 여름 이야기 쓰기

바코드

허영숙



A4용지 한 장의 분량으로
간단한 자기소개서와 이력을 제출하라 한다
마흔 해의 낮과 밤을
그 간격에서 생겨 난 만 갈래의 길을
한 장에 어떻게 다 말할 수 있나
초등학교 졸업이 언제였더라 손가락으로 꼽다가
먹다 만 새우깡 겉봉에 찍힌 바코드를 본다
저 굵고 가느다란 세로 줄에 기록 된 것은
출고 일자 혹은
여기로 오기까지의 경로 표시에 불과할 뿐
봉지 안의 분말로 남은 새우의 길에 대해
등 굽은 파랑의 날들에 대해 모두 말 할 수 없다
어느 겨울 날,
찬물에 돌미나리를 씻으며 울고 싶었던 이유가
시린 손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 줄에 다 적을 수 없듯
오래 더듬어야 읽을 수 있는 길
그 위에서 버려진 신발이 몇 켤레였는지
밟아온 길을 일으켜 세워 바코드를 만든다
고음으로 내질렀던 푸른 날의 한 때를
세로로 긋다가 올려다 본 하늘
정오의 햇살이 내 몸의 바코드를 환하게 읽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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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숙

*1965년 경북 포항 출생.

*부산여자대학 졸업.

*2006년 《시안》으로 등단.

*현재 〈시마을〉동인으로 활동 中. 부산시 남구 대연동

*시집으로 『바코드』(문학의전당, 2010)가 있음.



메모하는 습관


습작기에 있거나 등단 후 오랜 시간이 흘러도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쓰고 싶고 써야한다는 심적 부담감으로 시적 소재를 찾고 쓰기 위한 쓰기로 억지로 써 놓고 보면

이미 수많은 시인들이 비슷비슷하게 쓰고 간 문장임을 종종 발견할 때가 있다.

그것은 시집의 무조건적 다독과 비슷비슷한 발상에서 기인한다.

유리병 속의 오렌지맛, 딸기맛, 사이다맛 드롭프스처럼 색깔은 다르게 보여도 단맛은 별 차이가 없듯

평범한 발상은 비슷한 맛을 지니기 쉽다. 독특한 맛을 가지기 위해서는 맹목적 쓰기보다는 쓰여져야 한다.

그러나 쓰여지기란 쉽지않다. 쓰여지기 위해서는 대상으로부터 감흥을 느껴야한다.

대상은 또 어디 있는가, 그것은 지정된 사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곳곳에 있다.

거리에서 발견하기도하고 소설과 영화, 신문 또는 드라마나 다큐멘타리를 보다가도 발견한다.

늙은 어머니의 말씀 속에도 어린 아이의 질문 속에도 있다. 그 때 즉흥적으로 오는 느낌을 흘리지 않고

메모해두면 그것은 두고두고 그 시를 일으키는 뼈대가 될 것이다.

쓰여지기 위해서는 모든 현상이나 소리를 무심히 지나치지 말 것이며

잠자면서 꾸는 꿈조차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 허영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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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많았던 어제...

붉은 노을이...

참 좋아...

밖으로 나가...

사진으로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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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크게 덥다는 '대서'...

오후 햇살이...

등짝이 따가울 정도로...

맹위를 떨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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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울 때는 더워야 한다지요...

그래도...

저 앞 화분의 채송화가 한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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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당 평상대에...

그늘이 드리워져...

시원함에 이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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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이라...

오가는 사람도 없고...

새소리, 매미소리로...

한적한 여름 오후를 맞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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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대에...

돗자리 깔아...

책상 펼쳐...

책읽으며...

여름 이야기를 적어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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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거실에서...

전화 통화하시는...

어머니 목소리 들리니...

여전히 평온한 하루라 여겨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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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밑 참새들...

새끼들과 아랫마당 수돗가로 내려와...

제 세상인듯...

까불고 장난치며 가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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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산자락...

낮에 나온 고라니...

무엇에 놀랐는지...

숲속 질러가는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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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저 아래...

골짜기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 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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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한...

시를 읽습니다...

신경림 시인의 시집 '낙타'...

정호승 시인의 시집 '이 짧은 시간 동안'...

문태준 시인의 시집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고영민 시인의 시집 '사슴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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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살을 피해가며...

어머니의 정원을 돌아봅니다...

과일들이...

이 더위에...

제법 커가는데...

감도 그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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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도 어린아이 주먹만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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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나무 아래에 서면...

벌써 향기로운 복숭아 냄새가 나네요...

입에 침이 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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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공드려 키우시는...

맷돌 호박 두개...

웬만한 대야만해졌는데...

가을까지 얼마나 더 클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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