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시골 고향으로 낙향하신 부모님의 전원생활 이야기...
방에서 책을 보기가 미안할 정도로...
어머니는 하루 종일 바쁘십니다...
어제 오후...
산자락 건너 집에서...
'자기 자랑하는 이야기' 들어주시고...
수확끝낸 넓은 밭에서...
주워왔다는 고구마를...
한봉지 얻어 오셨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 집 밭으로 끝물 고추를 따러 가시더니...
몇시간 후에 전화를 하셨지요...
"무겁다~ 이것좀 가져 가거라~"...
고추를 커다란 봉지로 한가득 가져오셨습니다...
"그 동생이 또 고구마 주우러 가서, 주인 없는 밭에서 고추 따왔다."...
몇해전 서울에서 내려와 산자락에 멋찐 2층집 짓고 사는...
극성맞게 부지런하고 욕심많으신 아주머니 얘기를 하시네요...
"나보다 더 하더라~ 그래서 부자가 되었겠지만..."...
그 고추들을 씻어서...
간장, 식초, 소주를 부어...
병에 담아 절임고추를 만들어 놓으셨지요...
그리고...
한동안 조용하시길래...
현관에 나가보니...
다 익은 꽈리를 수확하고 계셨습니다...
배, 질경이, 수세미를 넣고 중탕으로 내려...
가족들에게 먹이시려는 것...
기관지에 좋다지요...
어머니 일하시는 것...
결과만을 보면 간단한 것같지만...
그것을 수확하여...
추려서 씻고 말리고...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더욱이 허리며 관절도 불편하신 몸으로...
저녁나절에는...
지금 한창 익어가는...
대추를 수확하신다고...
장대를 들고 나서시네요...
대추나무 아래...
비닐을 깔고...
커다란 장대로 익은 대추만을 골라서 털어 내십니다...
'후두둑~ 후두둑~'...
살충제를 제대로 살포하지 않아...
겉으로는 실한 대추들...
쪼개어 보면...
벌레들이 들어 있지요...
그래서...
미리 따내어 삶아서 말리려는 것입니다...
벌레 좋은 일만 한다 싶으시니...
마음 급하셔서...
힘겹게 따내서...
실한 것을 골라...
물에 씻어서...
가마솥에 쪄내어...
볕 좋은 곳에 말리십니다...
향긋한 단내에 이끌려...
나비며 개미들이 모여 드네요...
하루 종일...
일거리를 찾아서 하십니다...
주기적으로 커다란 집...
안밖으로 반질반질 쓸고 닦고...
빨래거리 세탁하여...
장독대 빨랫줄에 내다 말리고...
이브자리 볕좋은 곳에 널고...
텃밭에 김장 배추, 무우, 갓...
김 매주고...
거름주고...
물주고...
어머니 정원의 가을 꽃들인...
코스모스, 사루비아, 봉선화, 맨드라미, 가지들...
거치대 만들어 주고...
물주고...
틈틈이...
잔디밭에 풀 뽑으시며...
잔디 이식하시고...
잠시도...
그냥 계시지를 않으십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바쁘게 지내시니...
설걷이 마치고...
정원 산책후 들어오셔서...
일일 연속극을 보시면서는...
소파에 기대어 주무시지요...
요즘들어...
더욱 기력이 떨어지시는 듯하여...
일하시는 것 말리고 싶은데...
궁상맞은 생각 떨치시려고...
소일거리로 하신다고 하시니...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천성이 부지런하시니...
그렇게 사시는 것이겠지만...
많이 남지 않으신 삶에...
미련이 크셔서 세월에 더욱 집착하시는 듯하여...
마음이 무겁군요...
어머니 삶의 지혜를 오래오래 배우고 익히며...
그렇게 정들고 싶은데...
마음뿐이니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오후에 어머니께서 안보이실래...
현관에 나가보니...
꽈리를 수확하고 계셨지요...
집 옆으로 가꾸어 기르신...
꽈리...
잘 다듬어 수확하시고...
아랫마당 수돗가에서...
씻어서 예쁜 것은 묶음을 만들고...
나머지는...
배를 수확할 때...
도라지, 질경이, 배와 함께 넣어...
중탕으로 만들어...
가족들 먹게 하신답니다...
기관지에 좋다지요...
예쁜 꽈리 모듬...
거실에 가을빛을 선사합니다...
맨드라미...
그 옛날 할머니께서...
맨드라미를 넣어서 해주신...
달콤, 새콤했던 떡이 생각나는군요...
주렁주렁 달린...
가지를 보고 있으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고...
화사한 사루비아는...
마음을 화사하게 합니다...
어머니의 정원에는...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나지요...
오전에...
아시는 분 텃밭에서 따오신...
끝물 고추를 잘 씻어서...
지난해 고추절임 간장을 덜어내어 섞고...
소주, 간장, 식초를 넣어...
이렇게 새로운 고추절임을 만드셨지요...
아들이 좋아한다고...
저 뒤의 굴비...
오늘 저녁에는 그 맛을 볼 수 있으려나...
다산의 상징...
대추...
그래서 제사상에 제일 윗자리를 차지하는 과일...
잘 익은 대추 하나...
열 사과 부럽지 않지요...
저녁식사전...
익은 대추만을 골라...
긴 장대로 떨어 내십니다...
경로당 다녀오신 아버님...
말없이 거드시고...
벌레가 더 먹기전에...
익은 것들만 떨어 거두어 들이시는데...
잘 씻어서...
양지바른 곳에 말리시더니...
벌레가 더 먹기전...
가마솥에 넣고...
가볍게 쪄내셔서...
볕좋은 곳에 돗자리 깔고 내다 말리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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