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지난 7월초
능소화 꽃이 한창이고
그 뒤로 채송화, 접시꽃도 제철일 때
오른쪽으로 이제는 비어 있는 닭장과 개집
'화무십일홍'
꽃의 아름다움도 열흘이라고
화려한 모습과 향긋한 향을 자랑하던 꽃들도
철지나며 다음을 기약하고 떨어져 내립니다.
그 열흘동안 찬란한 사랑을 나누고
'꽃의 목적은 사랑'
암술 수술이 만나 수정수분이 되어
결실을 맺어 가는 것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
곤충들도 계절의 시계에 맞추어
왔다가 사라지고 새로운 개체로 채워지지요.
수컷은 짝짓기를 하고 주검을 맞이 하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주검을 맞이 하며
집에서 기르던 가축들도 자시 수명에 맞게 살다가
아니면 또다른 보시하며 살다가 주검을 맞이 합니다.
다음날 거센 장맛비가 내려
흐드러졌던 꽃들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꽃에게 비는 고난이며 절망'
부모님댁 개와 닭들도
여러해 전원주택의 노인분들 소일 거리로
잘 거둬 먹이며 벗되어 살다가
이제 여든을 바라보시는 연세가 되시니
몸이 예전같지 않으셔
모두 처분하여
이제는 텅빈 개집, 닭장이 되었지요
녹슬고 거미줄로 가득하고
시골 부모님댁
전원주택
낙향하시던 그해부터
닭을 키워오던 닭장에
이제 닭들이 없습니다.
그 대신
빈박스며
살림 잡동산이들이 들어차고 있지요.
어느해 가을 닭장
닭들이 튼실하게 커가며
새벽마다 아침을 알리던 닭울음
모이주며 꺼내오던 닭걀
그 개집, 닭장을 보면서
한창 커가는 닭들이며 살갑던 개들을 생각합니다.
내 부모님 연로하시니
지난 일들도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하여
더 큰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거워져 가는 것을 어찌할 수 없군요.
더운 여름나신다고
많이 힘들어 하시고
기력이 없으신지
텔레비젼 보시다 소파에 기대어 주무시는 모습을 자주 뵙니다.
오늘도
늦은 밤
텔레비젼 혼자 웃고 떠들고 하여
조용히 텔레지젼을 끄고
까치발로 거실을 지나가며 뵙는 곤히 잠드신 어머니
더욱 안스럽게 눈에 들어 오는군요.
storytelling
나의 도토리는 다른 친구들 것보다 작았습니다.
애벌레 시절 먹거리인 도토리
도토리가 작다는 것은 먹을 것이 적다는 의미겠지요.
숭고한 삶을 살았던 나의 엄마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나의 엄마는 도토리거위벌레입니다.
아주 작은 벌레지만 거위처럼 목이 길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나의 엄마는 어른벌레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날개를 다쳐 잘 날지 못했고
먹이활동이 부실하여 외소한 모습으로 가을을 맞이 하였습니다.
그래도 착한 아빠를 만나 애틋한 사랑을 했지요.
어느날 동료들이 도토리 나무로 날아올라 실한 도토리를 다 차지하고 나서야
뒤늦게 작은 도토리 하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아빠와 함께 작은 도토리에도 감사하며
타고난 숙명처럼 공들여 긴 주둥이로 작은 구멍을 뚫고
그속에 알을 낳으셨습니다.
그리고 도토리가 달린 가지를 주둥이로 힘들게 잘라서 땅으로 떨어트렸지요.
도토리나무 아래는 다른 엄마들이 잘라 떨어트린 실한 도토리가 달린 가지가 수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어있는 도토리는
다른 것들에 비해 튼실하지도 크지도 않았기에 시작부터가 불공평한 듯 싶었습니다.
그래도
추운 겨울이 오기전에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로 열심히 도토리 과육을 먹고 부지런히 몸집을 키웠지요.
먹거리가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불편한 몸으로 많이 애쓰시고
나를 낳고 생을 마감한 그리운 엄마를 생각하며 야무지려 노력했습니다.
엄마의 DNA는 고스란히 내게 전달되어
굳건함이 되고 의지력이 되었지요.
한겨울 땅속에서 누에고치로 어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다짐하는 시간이었지요.
'엄마의 애달픈 삶을 기리며'
이듬해
땅속으로 느껴지는 온화한 기운에 성긴 흙을 부풀려 번데기에서 어른벌레로 탈바꿈하였습니다.
탈바꿈은 고통이지만 이 과정을 잘 겪어 내야 새로운 삶을 보장받는다는 사실에 힘을 냈지요.
더더욱 엄마가 탈바꿈 과정에서 불완전한 몸이 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완전체로 태어나려 천천히 조심조심 많은 시간을 공드렸습니다.
'머리를 내밀고 팔다리를 뻗고 상체를 들어 올리며 기지개를 폈지요.
그리고 단단한 날개 딱지를 졌히고 속의 부드러운 날개를 조심스럽게 펴서 정성껏 말렸습니다.'
긴 시간의 탈바꿈 과정으로 기진맥진하였지요.
위대한 비행의 시작
나무 진액으로 허기를 채우고 먼저 탈바꿈하고 나를 지켜보던 남자 친구와 먼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풍성한 도토리 나무로 모두 날아 올랐지요.
저는 친구와 생각해 보았습니다.
도토리나무가 가엽기도 하고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고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설령 그들이 맞는다 해도 그들처럼 살지 않겠다고...
삶을 투쟁처럼 살지 않겠다고...'
먼곳을 응시하고 저 멀리 푸르른 나무로 함께 날아갔습니다.
도토리 나무처럼 튼실한 나무, 무성한 잎, 실한 열매...
열매가 도토리보다 무척 컸지요.
그런데 열매에 많은 가시가 둘러쌓여 있었습니다.
제가 찾은 나무는 밤나무였던 것이지요.
잠깐 고민도 했지만 우리의 미래(자녀)를 위해서는 내가 희생을 감내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부부는 커다란 밤송이에 접근하려 무진애를 썼지만 여기저기 찔리는 아픔을 참아야 했지요.
그런데다 도토리보다 밤껍질은 더욱 질겨서 구멍을 뚫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었지만 견딜만 했지요.
어렵게 구멍을 뚫어 정성드려 알을 낳고 물러나 기진맥진한 몸을 추스리며 밤달린 가지를 잘라야 했습니다.
단단한 나무중의 나무, 밤나무
주둥이가 많이 아파왔고 여러곳의 상처로 몸을 가누기 힘들었지만
위대한 새로움의 시작임을 알기에 열심이었지요.
드디어
가지를 떨구고 내 할바를 다하고 먼저간 남편을 따라 저세상으로 물러가며 기원했습니다.
'나의 미래(자녀)는 앞으로 작은 도토리거위벌레가 아니고 큰 밤나무거위벌레로 불릴 것이다.
투쟁적인 삶이 아니라 더 넓은 삶의 거처에서 여유롭게 살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여
새로운 '밤나무거위벌레'가 탄생했던 것입니다.
위대한 시작이었으나
가보지않은 삶이기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분명 희망으로 가는 길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