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相思花)(옹달샘 숲 이야기)

꽃은 잎을 못보고, 잎은 꽃을 못보니 그 애뜻함이란?/통고산 자연휴양림

episode


사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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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돌아가신지 보름여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눈물이 없습니다.


아버님을 그리며

이른 아침 제 근무지 가까이 있는

소공대비(황희정승 공덕비/삼척 임원항 인근 검봉산 자락)를 찾아

산길을 갔지요.


생전에 더 살갑게 해드리지 못해

많이 죄송해 하며 그리움을 삼키며 걷는 길


소공대비는 아버님께서 장수황씨 종친회장을 하시며 몇번을 다녀가셨다는 곳

가끔 영상을 보내드리면 전화하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셨던 아버님의 추억이 새로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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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2시간여 걸어 돌달한 소공대비

저 아래 임원항이 내려다 보이고

바다를 배경으로 파아란 가을 하늘이 아름답건만

제 마음은 그렇지 못하더군요.


소공대비에 큰절을 하고

촬영한 영상을 아버님 핸드폰 카톡으로 보내드렸습니다.

아버님은 가셨는데 핸드폰은 아직 살아있어 더욱 서글프고...



storytelling


대개의 풀꽃은

잎과 꽃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나무의 경우

꽃이 먼저 피고 잎사귀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상사화는 길고 넓은 잎을 틔우며

한참을 생육하다가

여름이 오기전에 그 풍성했던 잎사귀는 시들어 말라죽고

그 주검 토대 위에 기다란 꽃대가 올라와 꽃송이를 피웁니다.

참으로 묘한 꽃이지요.

더욱이

대개의 낮 꽃은 밤에는 꽃잎을 닫는데

이 상사화는 밤에도 피어있습니다.


낮에는 청초함을

밤에는 고매함을 간직하고 있는 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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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물가 음지에

기다란 꽃대가 올라 왔습니다


30cm가 넘는 꽃대

꽃 몽우리를 다섯개 품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 봐도

잎사귀를 찾을 수가 없지요


수선화 잎같이 길고 넓은 잎은

여름이 오기전

풍성하게 자라

알뿌리에 영양을 축적하며 후일을 도모하고

미련없이 시들어 죽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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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후

어린 아이 손바닥 크기의

고운 꽃이 피어 났지요


꽃 빗깔도 청초하고

암수술도 생기 있습니다

'안녕들 하세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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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지하 세계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듯


'저는 여러분들이 말하는

상사화입니다.

먼저 다녀갔던 잎사귀의 희생을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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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몇일후

한송이가 더 피어나

고고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한쪽으로만 몰아 피어나지 않고

균형감있게 피어나는군요

낭창낭창한 꽃대가

작은 바람에도 흔들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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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가 보니

꽃잎을 닫지 않고

낮에 처럼 활짝 벌리고 있어

놀라웠습니다


대개의 낮 꽃은 밤이 되면

꽃을 닫지요.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세번째 꽃 몽우리가 부풀어 올라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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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가 보니

왼쪽 세번째 꽃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더욱 균형감있는

꽃 세송이

참으로

매력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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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잊고 있다

장맛비가 한창이던 날

찾아가 보니

그 청초함과 생기는 어디 가고

빗물에 젖어 고개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꽃 몽우리 다섯개가

성공적으로 피어났지만

꽃의 의지만으로는 버거운

자연의 의지에 힘없어 하네요


'꽃에게 비란 고난이며 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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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늦 장마는 계속되고

상사화의 처연함은

저 모습으로 한동안 더 있다가

이내 꽃들이 떨어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얄궂은 운명

꽃을 피울 에너지를 불어 넣어준

수고했던 잎사귀들을 보지도 못하고

홀로 솟아나

감격과 환희는 잠깐

짧은 한살이를 마감하네요



Aug 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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