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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Sep 25. 2024

신비한 맷돌호박(옹달샘 숲 이야기)

돌아가신 아버님의  복숭아 나무 추억 / yellow ribbon

episode

꽃대궐이던 4월의 어느날, 복숭아나무꽃
5월 어느날 복숭아 열매에 봉지를 쒸우고
한여름의 더위가 절정을 지날즈음 복숭아를 수확합니다
새색시 볼같이 잘 익은 복숭아
자식들에게 주려고 좋은 것만 골라 상자에 담지요
시원한 복숭아가 칼 앞에서 식은 땀을 흘리고




몇일 전부터 어금니쪽 이빨이 욱씬욱씬 쑤시는데 시간 지나면 났겠지라며 참다가 정도가 심해져 치과를 찾았습니다.

딸들과 집사람에게 문자로 병원 추천을 받았는데 딸 셋은 같은 곳을 추천했는데 집사람은 다른 곳을 추천하더군요.

딸들이 추천한 병원을 찾았는데 '목요일 휴진'


더운날 힘겨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집사람이 추천한 '미소치과'를 방문했는데 사전 예약자가 많아서 많은 시간을 기다리며

치과의 치료 소음을 들으니 내 이빨 아픈 것보다 치료받는 사람의 고통을 생각하 마음이 긴장되며 몸이 경직되었습니다.

한참을 눈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르지 못한 이빨이지만 튼튼한 것과 이 닦는 것에 열심이었던 것에 자기 만족하며 치과 한번 찾지 않았던 것이 사단이었 것이지요.

금이간 이빨, 충치 등으로 놀라는 여성 원장님

부분 마취까지 해가며 30여분 가까이 눈물이 날 정도로 이상한 도구가 입안과 이빨사이를 헤집는 동안 '참 경솔하게 살았구나!'싶었습니다.


긴 시간 치료를 마치고 입안이 얼얼데다  기분으로 병원 나서 약국을 거쳐 는데

군대에서 휴가나오는 기분처럼 그렇게 상큼하고 기쁠 수 었지요.


치통으로 아픔을 몸소 겪다보니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지난해 가을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습니다.

 우울한 병원을 나와 홀가분하게 집으로 돌어가고 있는데

아버님은 마지막 몇개월 중환자실에서 힘겹게 사투하시다 끝내 집으로 돌아오시지 못하셨지요.


골다공증 있으신데 몇 번의 낙상사고로 체중은 47키로까지 나가셔,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셨는데

집 욕조에서 따뜻한 물에 목욕을 시켜드리면 "몸이 개운하고 기분이 상큼하구나!"하셨

목욕하신 날, 밤새 기척이 없으셔 걱정되어 조용히 방문을 열어보면 모처럼 깊은 숙면을 취하시던 아버님


거동이 가능하셔서는

집에서 주간보호센터 다니실 때 고향에 내려오는 아들과 함께 외식을 하시는 날이면 그렇게 좋아라 하셨지요.

장호원 읍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주간보호센터 주변에는 복숭아 과수원이 넓게 펼처져 있어

봄이면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대궐을 이루니 르신 그리운 봄날같던 옛시절 떠올리시며 설레게 했고

여름 끝자락 복숭아 익을 철이면 향긋한 향기를 좋아라 하셨습니다.


"황어르신! 큰아드님 오셨어요!~"

점심식사 대접을 위해 주간보호센터를 방문할 때 간식거리 사다드리며 어르신들께 인사드리고

아버님을 모시고 나오면 그 많은 어르신들의 시선이 아버님께 집중되어 지팡이에 의지해 절룩거리시면서도 나보란듯이 걸으시며 흐뭇해 하셨지요.

'내 자식들은 날 버리지 않았어!'


어느날인가 충북 음성으로 초복을 맞아 추어탕을 드시러 가시던 차안서 좌우로 바라다 보이는 복숭아밭

노란봉지속에서 실하게 익어가는 복숭아를 바라며 아버님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내 먼 친척분께서 이 언덕에 황도 복숭아밭을 처음 일구셨던 곳이다. 이곳이 황도 복숭아 시배지지..."

한참 이어지는 아버님의 옛날 이야기를 듣지요.


그리고 음성에 접어들며 이야기가 바뀌고

산너머 음성중학교 까워지며 15살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떠나와 객지생활하셨던 어린 시절

 자취하시며 고생하셨던 기억과 할머니하고의 셨던 듯

"할머니가 보고 싶구나!"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아버님이 무척 뵙고 싶습니다.


50여년 객지생활 후 고향인근 전원주택으로 낙향하시어

조상님들 선영 돌보시고 종친회 이끄시며 노후에 보람되게 사시어 늘 활기차셨지요.


고향으로 내려오시던 해

아버님께서 심으신 집 곁의 커다란 복숭아 나무 한 그

주인 잃 수척하고 쓸쓸한 모습입니다.


그 넓은 복숭아 나무 그늘에 들어서며 아버님의 흔적을 느껴보네요.

주렁주렁 달린 커다란 복숭아 무게로 힘겹겠다시며 여러개의 지지대를 설치해 놓으신대로 올해도 그대로 삶의 무게를 지지중입니다.


오래되어 늙고 병들었지만 실한 복숭아를 많이 열어 익어가니

향기 가득 머금은 노란봉지가 주렁주렁하지요.

아버님 출타하시어 귀가하실 때 멀리서도 잘 보이시라고 주변 잔 나무들과 풀들을 잘 다스려 놓았습니다.

 

멀리 가신지 1년여가 다 되어 오네요.

올해 유난히 무덥더니 복숭아 나무 잎사귀들이 몸살을 하여 많이 떨어진 것은

하늘 위에서도 황도 복숭아가 잘 보이시라고 그러는 거겠다 싶습니다.

 

아버님을 기다리는 Yellow Ribbon이 이렇게 휘엉청 노랗게 빛나며 휘날리고 있

어찌 안오고 계신지요? 아버님!




storytelling



지난해 가을 주인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홀로 되신 할머니

더욱 의기소침해지시며 기운 없어하시고 할아버지 생각에 눈가가 촉촉해지는 날이 많았는데

생명이 소생하는 봄이 되니

올해도 주인 할머니는 텃밭에 감자 씨눈 심기를 시작으로 오이, 토마토, 고추, 가지, 그리고 호박 모종을 사다 심으셨지요.

소일거리 없으면 잡 생각만 늘어난다며...


그리고 상추 씨를 뿌리시고 고구마 모종을 사다 심으시며

집주변 화단에는 코스모스, 사루비아, 꽃양귀비 씨앗을 심으십니다.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셨을 때처럼...


봄 가뭄이 심하여 목말라하는 작물들에 아침 저녁으로 물을 길어 듬뿍 뿌려주셨는데

얼마나 가물었는지 호박 모종 셋중에 한포기가 말라 죽었지요.


버스타고 읍내에 가서 호박 모종을 새로 사다 심으셨는데

하루가 다르게 커가며 다른 호박들은 여러개의 호박을 맺는데 반해

늦게 심은 호박은 호박을 하나만 맺어 튼실하게 키워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아이고~ 기특해라! 뒤처질세라 열심히 커가는구나!" 칭찬하시고는

햇살에 잘 익어가도록 하루하루 호박을 돌려 놓으시며 정성을 다 하셨지요.


가을이 되어 호박을 수확해 다른 호박들은 자식들이며 친척들에게 나눠주셨지만

이 커다란 호박은 찬서리 내리기까지 생장이 멈추지 않아 늦게 수확하였는데

수확한 다음날 텃밭에 나가보니 호박 줄기와 잎사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것입니다.


할머니는 이 호박이 특별한 것임을 깨닭으시고

이 특별한 호박을 집안 거실에 들여 볕 잘 드는 곳에 놓으시고는

 아침 저녁으로 닦아주시고 좋은 말을 건네곤 하셨습니다.

"참 특별하고 귀하구나! 명물이다 싶다 명물!"




그리고 여러날이 지난 어느날 밤

어머니께서 맷돌호박 꿈을 꾸셨지요.

이 맷돌호박을 맷돌 돌리듯이 돌리니 맷돌에 들어간 것들이 큰 것이 작은 것이 되어 나왔습니다.


어머니께서 마음에 품고 맷돌호박을 돌리면 그 마음에 품은 것이 작아졌지요.

선산의 조상님들 묘소 잔디들이 많이 웃자라 예초기로  풀을 깍아야 할 듯하여

어머니께서 '조상님들 묘소 잔디, 맷돌호박 돌리기'를 하니 다음날 아침 집 곁 묘소의 웃자랐던 잔디들이 반듯하게 작아져 있었던 것입니다.


예전과 다르게 시골에서도 도시와 마찬가지로 생활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어

반듯하신 어머니 성격으로 그 쓰레기가 항상 마음에 걸리셨는데

이 맷돌호박의 도움으로 염원을 하니 쓰레기가 작은 알갱이로 작아져 어머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지요.


한편

마음에 쌓였던 근심도 맷돌호박을 염원하며 돌리니

마음의 평안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어머니께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근심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오늘도 맷돌호박을 열심히 돌리고 있지요.

'모두에게 행복과 평화를 선물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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