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12.15.화. 종달새의 시선)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 종달새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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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수지...

아이들 외삼촌댁...

걸어서 30여분...

아파트 초입에 성탄-트리를 배경으로..

속깊은 막내...

'전기불빛이 나무에 해롭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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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들 해 먹이고...

집사람의 장점인...

책보고 공부하는 모습...

왼쪽 아래는 제가 붓글씨 쓰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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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영어 듣기 공부에 열심인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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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말 시험공부중인 막내...

큰딸은 서울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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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가 되어서...

아빠에게 특별한 음식을 해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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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부산합니다...

맛은 젊은 사람들 음식이라...

성의를 생각해서 뚝딱 먹어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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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아이들 외숙모댁에서...

제가 동태 매운탕을 끓인다고...

씁쓸한 맛이 나서...

낭패를 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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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거로웠던 주말을 뒤로 하고...

오늘 아침 출근...

산림욕장이 적막하여...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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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날 아침...

늦잠을 잤습니다...

시골집에서 할아버님 제사를 지내고...

다음날 어머니와 함께 서울 둘째 이모부님 병문안...

어머니, 첫째 이모님댁 모셔다 드리고...

주말 가족들 만나서...

오랜만에 늦은 시간까지 TV를 보고...

이튼날...

아침, 저녁 못하는 요리해준다고 설치고...

거기다...

녹차만큼 즐겨먹지 않는 커피도 마시고 해서...

잠을 설쳐서겠지요...


분명히 0615시 알람을 맞춰놓고 잤는데...

울리지 않았습니다...

0700시 출근하는 시간인데...

눈뜬 시간이 0655시...

고양이 세수하고...

커피 우유 끓여주겠다는 집사람에게 투덜대며...

미리 꾸려놓은 1주일치 가방을 들고 급하게 집을 나섰습니다...


아직 어둑어둑한 출근길...

출근시간에 늦지는 않을 시간인데도...

마음이 급했지요...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며...

죽고사는 문제도 아닌데 싶어...

웃음이 나더군요...


'참 덧없고 깊이 없는 삶을 살고 있구나'싶었습니다...


사는 것이 거기서 거기라고...

잘난 사람은 잘난 사람대로 잘난 척하며 살 것이고...

못난 사람은 못난 사람대로 찌질하게 살겠지요...

그리고 때되면 모두 주검을 맞이할테고...


저 멀리...

저 하늘위에서...

내려다 보면...

티끌같은 인생이고 '도찐개찐'인데 말입니다...


전날 저녁...

아이들 외숙모댁에 가서...

제가 동태 매운탕을 해준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맛이 씁쓰름하였지요...

먹는다고들 먹긴 먹었지만...

음식한테 못된 짓 한 것같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오히려...

형수님이 먼저 해놓은...

물에 씻은 묵은지 썰어서...

잘 다듬은 호박넣어 끓여...

새우젓으로 간하여 먹은 호박국이 별미였지요...


수십년의 노하우를 하루 아침에 배울 수 없듯이...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과 그때 그때 고수의 가르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후...

신앙 멘토이신 형수님...

그리고 집사람과...

종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

집안일에 대한 이야기 등...

그동안 마음에 담아왔던 보따리를 풀어놓고...

정답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밤늦어 집으로 왔지요...


속내를 들어낸다는 것...

마음을 헛헛하게 하였습니다...

후회도 되고...



1시간여 고속도로를 내달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지방도로를 운전하는데...

앞에 커다란 트럭이 끼어 들더군요...

커다란 소 두마리가 실려있었습니다...

편도 차선이라 앞질러 가기도 어렵고...

한참을 뒤따라야 했지요...


저 앞 도축장 안내판이 보이고...

그 트럭이 좌회전하여 들어갔습니다...

지나쳐 오며...

그 소들의 커다란 눈망울이 자꾸 생각났지요...


언젠가는 아래윗층으로 수십마리 오물범벅이 된 돼지를 실은...

냄새나던 트럭뒤를 따른던 때도 있었고...

한여름 닭장차에 다 죽어가는 닭들을 보고는 시선을 외면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고민한다고 무엇이 바뀌는 것도 아니기에'...


근무지 산림욕장을 10여분 남겨놓고...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려...

좌회전하여 올라가는데...

길위에...

차에 받친 동물의 사체가 보입니다...

고라니같은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지요...

조심스럽게 피하여 운전하며...

'또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아무런 생각없이 가버리면...

됩니다만...

저란 인간은...

늘 그렇게...

그런 마음 아픈 모습들이 자주 보이고...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제대로 된 인간이거나...

아니면 잘못된 인간이겠지요...


0830시...

휑한 산림욕장...

아무도 없어 적막하지만 상큼한...

조금은 서늘한 아침 공기가 저를 반겨줍니다...

"종달새님! 도시 경험은 어떠셨어요?"...

"말도 마시게~ 내 살곳은 이곳인 듯싶으이~"...


어느 시인의 시처럼...

저는 '상처적 체질'인가 봅니다...


참 적응하기 힘들고...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니...


그냥...

때때옷 잘 챙겨입고...

기름지고 맛난 것 즐겨먹고...

시시껄껄 TV에 영혼 뺏겨가며...

나온 배 두드리고 살아야 할까요?...


좋은 말과 좋은 음식은 넘쳐나...

몸과 마음은 기름져 가지만...

행동하지 않는 양심으로 인해...

사람답지 않게 사는 것은 아닌지...

오늘도 종달새는 고민합니다...


P.S.

함께 근무하시는 분들과...

점심으로 떡만두국을 해먹으며...

동태 매운탕 이야기를 꺼냈더니...

쓸개는 마트에서 다듬을 때 제거하는데...

내장에도 떼어내야 할 것이 있다는군요...


'다음주에는 형수님댁으로 무슨 요리를 배우러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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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성복

그 날 아버지는 일곱 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 시에 학교로 갔다 그 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 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 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 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 치는 노인과 변통의
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李晟馥, 1952년 ~ )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 진학하여 1982년 << Baudelaire에서의 현실과 신비 >>로 석사학위를,

1990년 <<네르발 시의 易學的 理解>>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7년 계간 《문학과 지성》 겨울호에 〈정든 유곽에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2년 2회「김수영문학상」, 1990년 4회「소월시문학상」, 2004년 12회「대산문학상」,

2007년 53회「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성복은 계명대학교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세상을 살면서 세상을 보고 세상의 소리를 듣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는 보고 듣고 말하는 사람을 화자(話者)라 말한다.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세상에는 보고 들으면서도 말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거 몇 차례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시인의 눈에 목격된 어느 하루, 그 하루의 생각을 시로 서술했다.

행과 연의 구별이 일정한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산문시의 형태를 띰으로써

화자의 어수선한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것같다.

이야기의 내용도 사회면 신문을 더듬어 보면, 우리가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지금의 이야기는 아니다.

훨씬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과거의 것들은 개선되지 않고

독버석처럼 튼튼히 제자리를 지키고 서있다.


이른 아침 일곱시 아버지는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다.

왜 경기도 파주에 있는 금촌으로 왜 갔는지는 모른다.

그날 아버지가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다는 구절을 보면

아마도 미수금 회수 관계로 금촌엘 갔을 터이다.

아버지가 금촌으로 떠난지 두어 시간 뒤 여동생은 학교로 갔고,

그날 어머니는 다리가 퉁퉁 부어 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종일 노닥거렸다.

이 모든 모습들에 이유는 기술되지 않고 있다.

뭔가 긴박한 긴장이 있을 것만 같은데 아무런 긴장감 없는 일상의 서술이다.


1970년대 이 시가 씌여질 무렵 커다란 사건이 있었는지 모른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1970년대에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이 있었고,

전방의 고엽제 사건으로 한때 떠들썩하기도 했고, 문인 간첩단 사건,

천상병 시인의 실종 사건 등 제법 굵직한 사건들이 더러 있었는데

이 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면 그 인과 관계를 알 수도 있으련만

이것저것 찾아 볼 시간이 없음이 안타깝다.

아뭏든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는 말이 이어서 나오는 것으로 보아서

어느 정도 모든 것이 안정된 시점이었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평온한 일상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

신문사에서 하루종일 노닥거릴 정도로 큰 사건도 없었던 그날.


그러나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안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고 서술된다.

모든 것이 완벽한 듯했던 세상의 한 모퉁이는 창녀들로 우글댄다.

부모가 일 나간 후 동생을 돌보는 미래의 창녀들에 비추어 보면

대낮에 창녀가 역전을 서성거리는 풍경에서 가난에 찌든 밑바닥 군상들이 엿보인다.

다른 어떤 일도 할 수 없이 몸을 팔아야 하는 밑바닥 인생들의 모습이다.

공부하는 시간에 동생을 돌보아야 하고 집안 일을 도와야 한다.

그래서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그 아이들은 미래의 창녀가 될 가능성이 더 커져 보인다.

미수금 때문에 사장과 다투는 아버지 역시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운 시기였음을 반영한다.

그러나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를 갔다.

또 한편으로 퇴근길에는 부츠 신은 여자도 볼 수 있었다.

상대적인 풍요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겠다.

나에 집착하면, 내 가족에 집착하면 다른 사람의 목숨 쯤이야 대수롭겠는가.

내가 살려면 너를 죽일 수밖에 없음이니.

그렇지 않다 해도 나와 내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하랴?

그만큼 사회는 어둡고 혼란스럽고 빈부의 격차는 크다.

굶지 않기 위해서 창녀가 되어야 하고,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살인인들 불사하랴?

평범한 일상의 뒤안에서 전개되는 이 혼동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아무것도 모른 체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가는 것들은 새들 뿐만이 아니었다.

희망 뿐만이 아니라 삶의 처절한 애착과 증오와 절망도 나무들 위를 날아 다녔다.

희망하기에는 너무나 절박한 시선들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시인은 새점치는 노인에게서 똥통에서 다정함을 느낀다.

그것들은 삶의 한 모습이다.

삶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슬픈 운명을 말했다.

인간은 슬픈 존재이지만 살려고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슬프더라도 살아야만 하는 인간 존재의 비극을 말했다.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다.

그 죽음의 다른 편에서는 술집과 여관이 붐빈다.

삶과 죽음, 슬픔과 고통과 절망의 한 켠에서는

억척스러운 삶과 쾌락과 찰나가 공존하고 있다.

아무리 슬퍼도 고통스러워도 살아야 하고, 그런 삶은 일견 허무하기조차 하다.

그래서 더욱 슬프고 고통스럽다.

더욱 아프고 슬픈 것은 아무도 그날의 신음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병들음을 모르는 것이다.

살이 썩고 뼈가 삭는데 아무도 진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의 고통이 아니면 짐짓 모른 체 하는 아예 모른 체 해버리는,

알려고도 하지 않고 시선을 두지도 않는 무관심으로 똘똘 뭉친 이기적인 세상.

며칠 전 부모에게 버림받은 20대가 매맞아 죽었는데,

아무도 그 죽음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조금만 관심을 두고 배려했다면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부모에게 버림받고 세상에 버림받은 그 젊은이의 죽음은 우리 모두가 공범인 게다.


무섭다.

이성복의 '그날'은 과거의 그날이 아니라

현재의 그날 즉 오늘의 우리 자화상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지는 않을까?


출 처 : 리테의 작은 책상 글쓴이 : 리테

퍼온글 http://cafe.daum.net/supchiu(충북대 산림치유학과)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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