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나무와 꿀벌치는 할아버지의 정다운 이야기

'진정으로 큰 사람은 무엇보다 정중하고 사려깊으며 관대하다'

episode


모처럼 집사람, 막내와 공주/부여 역사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숙박은 1일차는 공주 산림휴양마을 2일차는 부여 만수산자연휴양림

1일차 점심은 공주 고가네칼국수, 2일차는 공주 주봉마을우렁촌, 3일차는 부여 구드래보리밥집


국립공주박물관 무령왕릉/수장고 도자기


번성했던 백제

서울 한성백제에서 공주백제, 그리고 부여백제로 이어지는 흥망성쇄

백마강 뚝방에 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국립부여박물관 금동대향로
부여 낙화암 앞을 흐르는 백마강 뚝방에서


군에 있을 때

존경하는 인물이 계백장군이었지요.

계룡대 해군본부에 근무시 가족들과 계백장군 묘소를 찾던 기억도 있습니다.

멸망한 나라의 패장의 무덤

초라하기 그지없는 시신없는 무덤


승자인 신라에 대비되는 한많은 백제

그리고 공주 아닌 부여의 슬픈 매력을 느끼고 왔네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사람들

첫날 공주 구도심 하천변에 있는 방직공장을 개조한 고가네칼국수집

이곳도 계룡대 근무시 가족들과 자주 찾던 곳이지요.



평일 점심때인데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차례가 오는 곳

한참을 기다려 앉게 된 테이블

옆 좌석에는 나이 지긋하신 노부부가 커다란 냄비에서 덜어 먹는 만두가 들어간 칼국수를 드시고 계셨습니다.

맞은 편에 앉으신 할머니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많이 불편해 보이셨는데

자꾸 시선이 가서 불편해 하실까봐 자리를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더 이상할 듯하여 주문을 하고 식사를 하게 되었지요.

연로하셔서 찾아온 질환인듯 식사를 하시면서

고개와 손을 부자연스럽게 흔들고 음식을 흘리시는데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기다려주십니다.


생각해보았지요.

번잡한 식당에 불편한 몸의 할머니를 모시고 나오기까지 할아버지도 망설렸겠다 싶었습니다.

여러사람의 시선을 받아야 하고 그래서 할머니도 불편해 하실텐데

할머니 좋아하시는 할아버지는 해주실 수 없는 그 맛을 할머니와 함께 하시려 어려운 발걸음을 하시지 않았나 싶었지요.


너무 챙겨주시면 할머니께서 불편해하시고 주변의 시선을 더 끌까봐 조용히 바라보시며 기다려주시는

할아버지 배려를 인상깊게 느꼈습니다.

먼저 드시고 할머니는 의자에서 일어나 외투를 힘겹게 입으시고 불편한 걸음으로 할아버지를 따라 나서시는데

집사람은 적극적으로 도와주시 않는 할아버지를 타박하더군요.

2박3일중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

이제 저희도 늙어가니 그런 모습들이 남일같지 않아서겠다 싶었습니다.


부여 궁남지 붕어들의 향연



storytelling



가장 귀한 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것이다.

The most precious thing is to understand someone's heart.



옛날 연로하신 할아버지가 우마차에 벌통을 싣고 아카시아꽃을 따라 꿀을 모으는 양봉을 하였습니다.

벌통은 열 개 남짓 벌써 할머니가 있는 집을 나선지 한달여가 되어가지요.

이제 아키시아꽃도 끝물에 접어들어 한곳만 더 거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긴 담뱃대를 입에 물고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꽃을 올려다 보며 생각합니다.

볕좋은 야산자락에 펼쳐놓은 벌통에서 꿀벌들이 들낙이며 열심히 꿀을 날으고 있었지요.


오후가 되어 할아버지가 꾸뻑꾸뻑 졸고 있는 사이 벌통 하나에서 여왕벌이 벌통을 나와 분봉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왕벌이 만들어 놓은 로얄제리를 챙겨먹은 일벌들이 여왕벌을 따라 날아오르는데 할아버지는 꿈속에서 삼매경이었지요.


여왕벌은 양봉장에서 조금 떨어진 커다란 상수리나무에 앉았고

뒤 따라온 일벌들이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 여왕벌을 에워쌓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카시아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꽃들 사이로 벌통들과

그 옆에서 졸고 있는 할아버지를 내려다 보고 있었지요.

"어? 할아버지!~ 벌들이 벌통을 나와 새로운 집을 짓고 있어요!~"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할아버지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아카시아나무에는 토종벌들이 많이 날아와 꿀을 모으고 다리에 꽃가루를 잔뜩 묻혀서

이리저리 꽃을 오가며 수정수분을 도와주고 있었지요.

그리고는 날아올라 벌집이 있는 커다란 바위속(석청)으로 날아 들거나

우람한 나무속(목청)으로 날아 들어 꿀을 저장하였던 것입니다.


"아카시아나무님! 매년 봄마다 이렇게 꿀을 많이 주시니 늘 감사합니다."

"어찌 나만 감사합니까? 그대들 꿀벌 덕분에 씨앗을 잉태할 수 있으니 우리도 감사하지요!"

"그런데 저 양봉장 벌들은 열심히 모은 꿀을 사람들이 갈취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나요?"

"갈취라면 갈취지만 저 할아버지는 꿀벌들을 위해 갖은 정성을 다 쏟아 꿀벌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갑니다."



옛날 아카시아 꽃길따라 꿀벌을 치는 할아버지

꿀벌통에서 여왕벌과 일벌들이 나와 새로운 집을 지으려 상수리나무로 떠나고

그날발 봄비를 맞게 되어 할아버지가 나무를 올라 처마를 만들어 주고 앓아 눕게 되는데 아카시아나무 정령이 꽃모양의 버선발로 병문안와 할아버지와 정담을 나누는 이야기



사실 할아버지는 이런 꽃피는 봄날 꽃놀이 삼아 세상을 떠도는 것을 무척 좋아했지요.

물론 덤으로 꿀벌이 모은 꿀을 얻는 것도 좋아했지만...

매년 함께 다니던 할머니가 아파서 올해는 이렇게 혼자 나서게 되었던 것입니다.

"할멈이 없으니 이 좋은 꽃구경 혼자하는 것도 흥이 덜하구나!

이렇게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시절에 저 세상으로 할멈과 함께 갔으면 좋으련만..."


꿀벌통을 나온 여왕벌과 일벌들이 상수리나무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것을 나중에 알게된 할아버지가

"저렇게 높은 곳에 분가를 했으니 도리가 없구나! 새로운 삶 잘 살아보거라!"하였지요.


그날 저녁 날씨가 돌변하여 세찬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집나간 꿀벌들이 걱정되어 상수리나무로 가보았습니다.

비를 흠뻑 맞으며 꿀벌들이 여왕벌을 에워싼 채 있었지요.

"에고~ 이녀석들을 어찌한다? 비맞으며 밤을 지새우면 살아남지 못할 텐데..."

할아버지는 주변에 있던 대나무로 사다리를 만들어 상수리나무를 올라

벌들이 군집한 곳 위에 짚으로 비가림막을 만들어 주느라 비를 흠뻑 맞고 그날로 앓아 눕게 되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아카시아나무는 할아버지가 많이 걱정되었지요.

다음날 날이 개었는데도 할아버지는 우마차 아래 간이 움막에서 나오지를 못하였던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습하고 차가운 곳에서 지내다 보니 병환이 깊으신 모양인데 무슨 좋은 방도가 없을까?"


몇 해전 이 아카시아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는데도

꽃몽우리만 만들었을뿐 도통 꽃피우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였지요.

'모두들 꽃피우는데 여념이 없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해 꽃을 피우는 것이지?

꿀벌들 위해서?, 인간들을 위해서? 누구 좋으라고?'


때마침 매년 아카시아꽃이 만발할 때즈음 찾아오는 꿀벌을 키우는 할아버지 우마차가 도착했습니다.

아카시아꽃들을 둘러보던 할아버지가 이 꽃몽우리만 맺힌 아카시아나무를 어루만지며

"다들 꽃을 피웠는데 너는 왜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이지?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세상 사는 것 별것없더라 남들 따라서 살아가면 되더구나. 너무 많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꽃몽우리만 맺힌 아카시아나무는 할아버지 따뜻한 말에 응어리졌던 마음이 녹아내렸고

그 다음날 다른 나무들 보다 더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주위를 놀라게 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할아버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아카시아나무는 밤새내린 비 때문에 꽃잎을 닫아

모든 꽃들이 앙증맞은 작은 버선모양의 꽃피우기 전 모습으로 변해있었지요.

아카시아나무 정령이 그 버선발로 할아버지 병문안을 하였습니다.

"할아버지!~ 몸은 어떠셔요?"

"뉘시우?"

"매년 보아오셨던 아카시아나무입니다."

"그렇구려!~ 오래 살다보니 이렇게 아카시아나무 정령님을 뵙게 됩니다.

매년 좋은 꽃구경과 맛난 꿀들 감사합니다.

이제 몸도 성치않아 올해가 마지막인듯하네요."


아카시아나무 정령은 할아버지 입에 꿀물을 넣어드리고

"매년 찾아오셔서 저희들에게 다정히 말도 붙여주시며 사랑의 온기로 대해주셔서 늘 감사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할아버지 같이 정감있게 살아간다면 더욱 행복할텐데요."


그리고 다음날 기력을 회복한 할아버지가 벌통을 수거해 마차에 싣고 누렁이 소를 앞세워 길을 떠나는데

주변의 아카시나무들이 배웅하듯이 꽃잎들을 흩날려 보내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귀한 것은 없다.

Nothing is more precious than truly understanding another pe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