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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Jan 17. 2021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책 한 권.

Feat. 책 대 담배 

"You're what you eat"이라는 유명한 영어 속담이 있다. 


나는 저 말을 바꿔서, "You are what you own"라고 종종 생각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따금씩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수백 권의 책 중, 나를 잘 표현하는 책 한 권을 고르라면 난 무엇을 고를까. 챚꽂이에 꽂혀있는, 침대 옆 서랍 위에 쌓여있는, 내 간이 책상 위에 놓인 책들을 쑥 훑어본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비슷비슷해 보이는 책들의 향연 일터. 하지만 나에게는 제각기 다 다른 사연을 담고 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한 권 한 권씩 차근차근 모으고 있는 나의 쏜살 문고 컬렉션.



쏜살 문고는 내 삶에 아주 특별하게 다가온 시리즈 중 하나이다. 

걷는 것을 싫어하던 내가, 차가 갑자기 고장 나게 되면서 지하철과 버스로 왕복 3시간을 매일같이 왔다 갔다 해 야 하만 하는 -- 나에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도 같은 상황 -- 일이 생기면서 그 3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어깨 덕분에, 겨울이면 두꺼운 옷만 입고 있어도 어깨가 아픈 내게, 출퇴근길에 읽을 책의 무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맥시멀 리스트이지만, 출퇴근길에는 세상 누구보다 미니멀하고 가볍게 다닐 준비가 되어야만 했다. 그때 이 가벼운 쏜살 문고 책을 만난 것이다. 


작은 가방에도 쏙쏙 잘 들어가는 민음사의 쏜살 문고.


책과 담배, 과연 어느 것이 우리(의 주머니)를 수비하고 공격할 것인가!
책을 쓰고, 팔고, 빌리고, 사 본 사람의 속 이야기


책 덕분에 누구보다 맥시멀 하게 살고 있는 나. 그리고 주머니에 책과 담배 중 하나를 고르라면 주저 없이 책 한 권을 고를 내게는 너무나 흥미로운 책 제목과 소개였다. 책의 무게는 가벼웠지만 그 깊이는 그 어느 책보다도 깊었고, 결코 가볍지 않았다. 특히 "나는 왜 쓰는가"를 읽을 때는 사람이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에 대해 나도 나 자신을 대입해보며, 나에겐 활활 타오르는 "미학적 열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나"를 표현하는 책 한 권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조지 오웰의 "책 대 담배"를 고르겠다. 내가 왜 책을 사고, 글을 쓰는지 --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수만 가지의 것들 중에서 나를 잘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 에 대해서 마치 갖가지 물건들과 책들로 뒤덮인 복잡한 내 마음을 대변이라도 해주듯, 왜 결국 책인가, 에 대해 시원하게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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