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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Jan 15. 2021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

Feat. 옥루몽 제3권 춘몽의 결

오늘 드디어 <옥루몽>의 마지막 포스팅이다. 마음 같아서는 나만의 대서사시를 쓰고 싶지만, 다른 책도 읽어야 하기에, 이제 <옥루몽>을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사실 한 책을 가지고 세 번의 리뷰를 쓴 건 처음이다. 책이 아무리 길어도, 시리즈로 나와도, 한 포스팅에 녹여내기 충분했는데, 옥루몽에 대한 포스팅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옥루몽에 스며들고 싶었다고나 할까. 


책을 다 읽었으니, 왜 내가 이 작품에 지난 한 달간 푹 빠져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평소에 책을 즐겨 읽고, 소설부터 자기 계발서까지, 활자라면 환장하고 달려드는 탓에, 이런 소설을 처음 읽어본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난 <옥루몽>에 열광했을까.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고전>에 도전했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살면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들을 적어둔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나의 버킷리스트에 오랜 시간 동안 적혀 있었던 것은 "한국사" 공부와 "한국 고전" 읽기였다. 이 두 가지는 정말 예전부터 내 버킷리스트에 있었지만, 좀 더 접근성이 쉬운 것들을 먼저 한다고 계속 미루던 참이었다. 


한국어로 교육을 3년남짓 받고, 해외로 건너가 영어 혹은 스페인어로 15년 가까이 공부를 해온 탓에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로 고전을 읽는 다던지, 한국사를 배운다는 것은 참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맨날 말로만 공부하겠다고 하고,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장바구니에 다양한 고전을 넣어보기도 했지만 이내 실패. 어차피 읽지 않을 거라면 나에게 필요한, 트렌디한 책이나 읽자며 고전을 장바구니에서 빼내어 "찜"만 해둔지도 꽤 된 것 같다. 


그렇게 한국 고전과 친해지고 싶었지만 결국 친해지지 못했던
나에게 <Xbooks 옥루몽 서평단>이라는 기회가 온 것이다. 


서평단이 되었으니 읽긴 읽어야겠고, 서평 역시 써야겠는데,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중도 포기라도 하면? 다시 책을 돌려드려야 하나- 까지의 고민을 했을 정도로 고전의 벽은 내게 너무나 높았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출근길에 옥루몽을 펼쳤는데 고된 출근길이 그렇게 빨리 지나갈 수가 없었다. 한문은 모르지만, 친절한 설명 탓에 등장인물들이 읊조리는 시를 술술 읽으면서 넘어갈 수 있었고,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부분들까지 밑에 footnote로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있어서 내가 몰랐던 단어들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맨 끝에 있는 "<옥루몽>의 문학사적 위치와 서사 미"를 읽으면서 내가 한 달 동안 읽은 <옥루몽>이 여러 가지의 이유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정말 2021년 1월에 가장 잘한 일이 <옥루몽>을 완독하고 그에 대한 글을 쓴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옥루몽>은 내게 "벽돌깨기" 그 이상의 챌린지였다. <옥루몽>을 읽었다는 것은 1500페이지에 달하는 한국어 책을 처음으로 끝낸 여정이었고, 내가 평소에 어렵다고 생각한 것들, 시작 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이, 하고 나면 별거 아니구나, 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해 준 경험이었다. 그만큼 삶에 대한 나의 태도 --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겠다는 끈기 -- 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앞으로 내 삶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에 <옥루몽> 완독을 반드시 꼽을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를 초월한 고전들, 이 세상에 나온 지 몇백 년이 흘렀어도 지금까지 사랑받는 작품엔 반드시 특별한 게 있다는 것을. 트렌드를 읽는 것도, 그 시대에 맞는 작품들을 읽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긴 세월 동안 사랑받고 칭송받는 작품들을 좀 더 사랑하고 탐닉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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