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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Jan 14. 2021

고전, 다 사람 사는 이야기.

Feat. 옥루몽 제2권: 혼탁의 장.

오늘 포스팅의 준비물:

https://www.youtube.com/watch?v=PwmAvjWxlgk



지난 포스팅 <옥루몽 제1권: 낙화의 연>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한 최애/차애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옥루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성"과 girl power에 집중했다면, <옥루몽 제2권: 혼탁의 장>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한 장면 Top 3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https://brunch.co.kr/@hwangyeiseul/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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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Spoiler Al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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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벽성선 vs. 노균

-내가 지난 포스팅에서 최애 캐릭터가 <강남홍>이라고 이야기했지만, 2권을 읽다 보면 내 최애가 어느새 <벽성선> 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특히 노균과 face to face로 이야기하는 그 장면은 진짜 캬- 악기 잘 다루지, 말 잘하지, 똑똑하지, 똑 부러지지, 천하의 노균 앞에서도 할 말 다 하는 벽성선. 그녀를 안 사랑하려야 안사랑 할 수가 없다. 노균과 벽성선의 스릴 넘치는 티키타카를 글로 읽고 있자니 손에 땀이 나서 누워 있다가 이불을 박차고 앉아서 읽었다. (소설에 진심인 사람.)


물론 소설은 소설로 읽어야 하지만, 누구보다 벽성선을 응원한 독자로써, 벽성선이라는 인물이 실제 인물이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때 당시에 여자가 높은 지위에 있는 남자에게 대놓고 말하는 것은 상상도 못 했을 시절이었기에, 거의 금기되다시피 한 행동을 당당하게 한 벽성선. 목숨을 내놓고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진짜 이런 캐릭터가 옛날에 그려졌다는 것 자체가 나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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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위 부인과 황소저

-나는 책을 읽을 때 책에 낙서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웬만하면 하이라이트를 쓰기보다는 인덱스를 붙이고, 붙인 부분에 대해 필사를 대신하고 거기에 노트를 적는 편인데, 이번 2권에서는 P.507에 밑줄을 쫙쫙 그었다. 나에게 정말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다.


"천성이 악독하여 가르침으로 이끌 수 없으니,
선생께서 배를 갈라 본성을 바꿔주십시오."


꿈에서 본인의 어머니를 마주하고, 어머니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들은 위부인. 그리고 어떤 백의 노인으로부터 알약을 삼키라는 지시를 받고 그것을 삼키자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심한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백의 노인은 소매 안에서 붉은 호로병을 꺼내 감로수를 따르더니, 위 부인의 내장을 깨끗이 씻어 다시 뱃속에 넣는다.


"배 안의 악독한 뿌리가 창자에만 있을 뿐 아니라 골수까지 스며들었소.
마땅히 뼈를 갈아 독기를 없애야겠소."


너무나도 생생한 꿈을 꾼 뒤로 위 부인은 정신을 차린다. 황소저 역시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해 깊이 뉘우친다.


이 장면이 내게 와 닿았던 이유는, 저지른 죄를 진정으로 뉘우친 다는 것은 어쩌면 "오장육부가 꺼내지고 씻기는" 고통을 견디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 말로만 뉘우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보게 되었다. 그래, 어쩌면 내 잘못을 뉘우친다는 것은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르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닐까. 그래야 맞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이후의 씬은 말해 뭐해. 그냥 우리 <강남홍> 언니랑 <벽성선> 언니가 또 멋지게 짜자잔 나타나서.

네, 여기까지. (멋있으면 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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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3: 투기

-<옥루몽>을 읽으면서 "투기"라는 단어를 처음 읽었고, 제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양창곡의 부인들이 서로를 질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 모습을 볼 때는, 아, 사람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어떻게 보면 <옥루몽>이라는 소설이 "고전"이기에 되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다 사람 사는 얘기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5명의 여인들이 "양창곡"이라는 사내와 사랑에 빠지고, 서로를 질투하며 양창곡의 사랑과 마음을 쟁취하려고 하는 파트를 읽을 때는 귀엽기(?)까지 하다. 잊지 말자, 천하의 <강남홍>도, 노균에 대적한 <벽성선>도, 사랑을 위해 벽성선을 음해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황소저>도, 사랑 앞에서는 한 명의 여자고, 사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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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500장 가까이 되는 <옥루몽>과 함께한 지난 한 달의 여정. 드디어 다음 편에서 마무리할 예정이다. 글 쓰면서 내가 따로 적어둔 페이지들을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3편 글을 쓰면 정말 <옥루몽>과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벌써 아쉽지만, 내일 마지막 편인 3편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도록 하겠다.


Stay tuned for 옥루몽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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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갑자기 든 생각인데 <옥루몽>으로 드라마나 영화 나왔으면 좋겠다. K-Romance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 영어로 옥루몽에 대한 글을 써서 Medium에 올려볼까? 의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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