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남극이란 곳은 내 여행 리스트에 들어간 적이 없다. 추운 것을 워낙 싫어하고 동물도 무서워하는 편이라, 남극은 그저 미지의 세계로 두기로 마음먹은 지 오래다. 하지만 내가 잘 모르는 세상에 대해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한 때 남극에 빠져 남극 여행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다.
갖가지 여행 상품이 정말 많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사파리처럼 캐빈 밖에 생고기를 걸어두면 폴라베어들이 와서 먹는다. 그 모습을 유리를 사이에 두고 볼 수 있는 체험용 여행도 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거진 한 달을 배에서만 생활하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크루즈 여행 플랜도 있었다. 남극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어 졌다.
그리고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를 만났다.
지금 이 시간부로 즉각 남극 탐험을 중지합니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남극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보다는, 코로나 19로 여행이 중단된 작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네 번의 입항 거절과 국경 폐쇄 & 공항 폐쇄. 나라면 정말 멘털붕괴가 오고도 남았을 텐데, 과연 이것을 어떻게 이겨내고 대한민국까지 들어왔을까가 가장 궁금한 포인트였다. 심지어 292명의 승선자 중에서 마지막으로 하선한 두 명의 한국인이라는 말에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얼마나 답답했을까.
코로나 outbreak이 터지기 전에 승선해서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 하선하는 기분은 어떨까.
내가 남극 여행에 관심을 가졌던 건, 세상만사 다 제쳐두고 오롯이 자연과 나에 집중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세상과 단절된 것이 늘 옳은 것은 아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살이, 한 일원으로써 세상에 관심을 갖고 사는 것도 어쩌면 삶에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세상이 결코 내 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라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어려운 일을 직면할 때마다, "왜 하필 나야?"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하는데, "나"라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님을. 누구나 겪는 일임을. 따라서, 그 어려움을, 힘듦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설루션을 찾는데에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을 내 마음에 새긴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지만 다른 여행 에세이와는 달리 힐링과 치유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남극>이라는 extreme 하고 특수한 곳을 여행한 에세이여서 그런지, 지극히 현실적이고, 여행을 하면서 맞닥뜨린 예상치 못한 일도 서슴없이 적혀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는 힐링을 하다가, 뒤에 가서는 손에 땀을 쥐며 읽었다. 다이내믹한 롤러코스터 라이드를 즐기시는 분들께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