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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Mar 09. 2021

나는야 방구석 여행가!

Feat. 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내 삶엔 다양한 변화가 찾아왔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변화 중 하나는 내가 여행 에세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평소에 자기 계발서나 경제서 혹은 내 입맛에 맞는 소설을 즐겨 읽었고, 에세이, 특히 여행에 대한 에세이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낭만이 없었다는 거겠지. 


하지만, 2020년,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바이러스 앞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렇게 좋아하던 여행에 못 가게  되었고, 그것이 나와 여행 에세이와의 첫 만남의 시작점을 알렸다. 여느 때처럼 책방을 서성이며 내 입맛을 당기는 책을 찾고 있었는데,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를 여행한 사람들의 글과 사진들에 유독 눈에 띄었다. 그때부터 여행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디카페인 커피 한잔과 에이스 크래커를 옆에 두고 마시고 먹으며.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1년에 한 번 해외여행과 국내 여행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이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었으니까. 1년 365일 내내 바쁘지만, 그 여행들을 위해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열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수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책으로라도 여행을 하지 못하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그래서 읽게 된 책, <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저자가 세계 일주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 책이다.


"목표 지점에 가지 못한 아쉬움 같은 것은 손톱 끝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목표는 방향을 위해 설정할 뿐,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맞는 속도였다." P.17


-히말라야를 트레킹 하면서 우연히 만나게 된 노부부의 대화를 듣고. 

아주 오래전, 존경하는 교회 선생님, 진수 선생님과 이 토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수련회였는데, 그때 선생님께서 계속 빨리 가려고만 하는 내게,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때가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 너무 기억에 남는다. 가끔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리는 나를 보고 다시 한번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말씀을 되새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느리던 빠르던 내가 가는 페이스대로 "잘만" 가면 되는 거라고. 



"누군가 '여행을 정의한다면?' 하고 물으면 '해결사'라고 답한다." P.138


-여행은 <해결사>라는 말에 공감한다. 1년 내내 바쁘다가 여행을 가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0이 되는 매직. 여행을 하는 내내 아무 생각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을 수 있기에 그 어떤 문제가 나를 덮쳐도 여행으로 이겨 낼 수 있다. 맞다, 여행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해결사>다. 


그 좋은걸 못하고 있으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또다시 아쉬움을 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수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수증 모으기는 멈추지 않을 테다. 재미있으니까." P.281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꼭 하는 것이 영수증을 모으는 것. 그리고 여행에 갈 때마다 새로운 수첩을 사서 여행에 대해 기록을 한다. 이 리츄얼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하면 할수록 재밌다. 요즘은 영수증을 잘 안주는 곳도 있어서 Paperang을 샀다. 그것을 통해서 먹은 것들, 기록한 것들을 사진으로 찍고, 영수증처럼 뽑아서 간직한다. 여행에 대한 기록을 적는 것은 기록 중에 가장 기쁜 기록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영수증을 붙이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적고, 그때의 내 감정을 적는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작가와 같은 마음이다. 영수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수증 모으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기록이 되는 게 재밌으니까.


-


이 책은 나처럼 방구석 여행을 즐기는 분들께 추천드린다. 단, 조건이 있다. 읽을 때 반드시 좋아하는 노래와 먹거리를 옆에 두고 읽으시라. 정말이지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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