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콘서트 꼭 가고 말거야!
내가 빌리 아일리시를 처음 알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음악을 통해서가 아닌 <배니티 페어> 인터뷰였다. 그가 15살이었던 2017년과 16살이었던 2018년 같은 날짜에 똑같은 질문들에 다시 한번 대답하는 영상이었는데, 1년 사이에 훌쩍 커버린 그를 보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25만에서 4000만으로 늘었다며 좋아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16세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훗날 2019년에 똑같은 인터뷰를 했을 때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와 현재의 행복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3년 사이에 훌쩍 커버린 그를 보며 역시 최고의 엔터테이너가 되는 건 쉽지 않구나, 라는 생각도 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거침없이 내뱉는 그를 보며 과연 어떤 아티스트일까 궁금해졌고, 그의 노래를 유튜브에서 찾아들었을 때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아, 이 노래였구나!'
여태까지 내가 이곳저곳에서 자주 들어왔던 많은 곡의 주인이 바로 빌리 아일리시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빌리 아일리시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로써 그가 걸어가고자 했던 길은 보통의 스타가 걸어간 길과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이 아닐 리 없다.
더난 콘텐츠의 <빌리 아일리시>는 그런 그의 A부터 Z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그가 태어나기 전 그의 부모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앞으로 꿈을 더 크게 펼쳐나갈 그가 기대된다는 말로 끝나는 <빌리 아일리시>는 말 그대로 빌리 아일리시 그 자체다.
책은 총 16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타이틀이 굉장히 길어서 생략한다. 각 장은 앨범 트랙처럼 트랙별로 나뉘어 있고, 에세이 형식으로 적혀 있어서 가독성도 좋고 무엇보다 간결해서 좋다. 특히 책의 디자인도 굉장히 맘에 드는데, 이는 빌리 아일리시를 상징하는 <네온> 색이 책을 휘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의 곡들이 빼곡하게 적혀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빌리는 한 인터뷰에서 "제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위로예요. 어떤 기분인지 알아.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을 노래로 해주는 거죠"라고 말했다." P.247
-빌리의 음악은 포근하다. 들을 때마다 나에게 괜찮다고 속삭여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나는 긴 하루 끝, 퇴근길에 유독 그의 음악을 자주 듣는다. 왠지 모르게 끌려 왔던 그의 음악의 뒤에는 이러한 철학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좋아졌다.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어쩌면 더 넓은 세상의 더 큰 것을 경험해봤을 그가 건네는 위로. 누가 마다할까.
"이제는 제가 그저 빌리 아일리시의 오빠가 아닌 그 이상이 됐다는 기사를 많이 봤어요. 하지만 저는 평생 그저 빌리 아일리시의 오빠이고 싶어요." P.283
-빌리 아일리시 하면 그의 오빠를 빼놓을 수 없고, 피니어스 (빌리의 오빠)를 떠올리면 빌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서로의 뮤즈, 아이덴티티 그 자체다. 그래서 피니어스는 그래미상을 받았을 때도 <빌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그 이상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했다. 어쩌면 빌리의 천재성과 성공 뒤에는 피니어스라는 존재가 든든하게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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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처럼 <빌리 아일리시>라는 한 사람의 삶과 영감에 대한 책이다. 그의 팬이라면 물론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설상가상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 어떻게 빌리 아일리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나? -- 천재성과 영감의 사이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꼭 이 책을 들이시라.
"빌리의 여정은 어쩌면 이제 막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P.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