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삶은 유한하다.
오늘은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쓴다.
워커힐의 <빛의 시어터>라는 곳에 가서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싶어서다. 편히 혼잣말하듯 적고자 한다.
1. 가는 길이 매우 편했던 <빛의 시어터>
-맨 처음, <빛의 시어터>를 갈 때 지도를 쳐보니 가는 길이 꽤나 험난해 보였다. 버스나 지하철은 고사하고 오르막길까지 걸어 올라가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워커힐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는 걱정이 싹 사라졌다. 강변역 1번 출구로 나가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편하고 쾌적한 셔틀을 타고 갈 수 있다. 15분 만에 한 번씩 온다는데 why not? 게다가 기사님까지 친절하시다. 그리고 내려주시는 곳에서 <빛의 시어터>까지 10걸음 정도다. 안 탈 이유가 없다.
2. 편의시설
-호텔 카지노 옆에 있는 공간이라 일단 쾌적 그 자체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공간일까? 화장실부터 편의점도 바로 옆에 있어서 물도 사 마실 수 있었고, 락커도 무료여서 짐도 맡길 수 있어서 너무 편했다. 전시 끝나고 아트샵마저도 너무 예쁘게 잘해둬서 그저 감탄에 감탄. 전시를 좋아해서 다양한 전시장에 가봤지만, <빛의 시어터>,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역대급으로 쾌적했던 공간이었다. 불쾌한 냄새하나 느낄 수 없었던.
3. 달리와 가우디
-가우디의 작품들을 볼 때, 계속 떠올렸던 말은 “삶은 유한하다”는 것. 그러므로, 스페인에 있는 그의 작품들을 한시라도 빨리 봐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혔었다. 다른 전시들을 봤을 때는 그런 생각이 잘 안 들었는데, 가우디 작품들은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괴짜 천재 달리의 그림들은 늘 나를 사로잡는다. 그림 하나하나가 정말 보석같이 귀하다. 이쯤 되면 그의 뇌가 궁금하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생각을 할까? 상상을 작품으로 표현한 그에게 존경을 담은 내 마음을 보낸다. 끝으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내가 그보다 어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4. 미디어 아트는 딱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장르.
-달리와 가우디전 외에 스튜디오에서 Niel Prayer라는 작가의 작품들을 보여줬는데, 바닥은 거울이고 사방이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공간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었던 체험이었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을 정말 사랑해서 산, 바다 다 구분 없이 좋아하지만 벌레를 정말 무서워한다. 그래서 자연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디어 아트 속 자연엔 벌레가 없다. 예쁜 호수, 폭포, 풀숲, 달, 고래와 호흡하면서 자연에서 나오는 소리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오감을 충분히 자극해 주는 미디어아트 속에서 잠시나마 자연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
5. 누워서 보는 전시
-빈백이 전시장 기둥 앞에 배치되어 있어서 누워서 볼 수 있었다는 게 신의 한 수. 정말 넓은 공간이 미디어아트로 채워졌을 때 앉아서 관람을 하게 되면 고개가 많이 아픈데, <빛의 시어터>에서는 누워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덕분에 누워서 가우디와 달리의 작품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었다.
오늘 본 전시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는 건 물론이고, 전시 관람의 경험이 이렇게 쾌적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내가 가는 모든 전시들이 늘 이랬으면 좋겠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거 없다고, 막상 가보면 볼 게 없던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밟혀 죽을까 봐 초예민한 상황으로 관람하는 전시는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