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장면 속에서 만들어진다

의령 - 칠곡

by 유환희


칠곡의 봄은 어느 순간 한꺼번에 도착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선명한 장면 하나로부터 시작된다. 아침에 창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볼 때, 그곳에는 이미 여러 겹의 움직임이 겹쳐 있다. 풀밭에서 벌레를 찾아 옮겨다니는 새들, 어느 틈엔가 나타나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는 청설모 한 마리. 풍경은 고요한 채로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깨어나는 중이다.


이곳에서 아침은 ‘밝아지는 시간’이 아니라, ‘드러나는 시간’에 가깝다. 밤 사이 숨어 있던 것들이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보이지 않던 움직임들이 하나씩 감각에 걸려든다. 도시에서는 소리가 먼저 하루를 깨운다면, 이곳에서는 존재들이 먼저 깨어난다. 새들의 울음은 배경이 아니라 신호에 가깝고, 그 신호를 따라 시선이 이동하면, 그제야 봄이라는 계절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기 시작한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계절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봄은 날짜 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장면들 속에서 만들어진다. 나무 위에서, 땅 위에서,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생명들의 움직임 속에서. 각각은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그것들이 겹쳐지는 순간 풍경 전체가 방향을 바꾼다.


특히 이곳에서는 ‘깨어남’이 눈에 보인다. 잎이 돋아나는 속도, 새들이 머무는 자리의 변화, 그리고 어제까지 없던 기척이 오늘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 미세한 차이를 매일 목격하는 일은, 계절을 이해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칠곡의 봄은 멀리서 바라볼 때보다, 가까이에서 오래 바라볼 때 더 선명해진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는 풍경이 변하는 과정을 매일같이 통과한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깨닫는다. 봄은 이미 완성된 상태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눈앞에서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침의 창밖은 그 증거처럼 존재한다. 수많은 작은 움직임들이 서로를 깨우며, 하나의 계절을 완성해가는 자리. 그 장면을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나는 지금 이곳에서 봄이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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