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본
문득 지는해를 천천히 기다린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다이바의 어느 잔디밭에 누워 레인보우 브릿지의 불이 켜지기만을 기다리다보니 그 생각이 스쳤다. 이번 일본 여행은 왜인지 조금 바빠서, 여행때면 그렇게 어딘가에 올라 감상하던 해질녘을 제대로 맞이한 적이 없었다. 마주하는 것들이 모두 바빠서 나도 덩달아 바빠진 것인지. 도시 위주로 움직이다 보니 내 패턴도 이들의 일상을 따라 쫓기듯 움직인 것인지. 떠나는 날짜가 눈앞에 다가 오고서야, 멍하니 있는 시간을 허했다. 그제서야 일분일초마다 달라지는 하늘 색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다.
4시 28분 도쿄타워에 불이 켜졌다.
그리고 4시 35분 레인보우 브릿지에 불이 켜졌다.
그 불빛을 따스하게 맞이할 정도의 어둠은 4시 53분에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