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교육법, 문화, 전략
이스라엘을 방문한 몇 가지 큰 이유 중 하나는 '왜 유대인은 이토록 성공했는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전세계 인구의 0.2%를 차지하는 유태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23%를 차지한다는 것과, 세계 자본과 권력에서도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궁금증의 원천이었다. 성공의 방법론을 살펴봤기에 자연스레 유대인 교육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향하게되었고, 그들의 문화, 국가가 추구하고 있는 산업의 전략에서도 힌트를 얻게되었다. 이 글은 완성된 것은 아니고(논리의 비약같은 것도 있다), 어울리고 관찰하고 물어보며 발견한 몇가지를 떠오르는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1. 토라, 탈무드의 의미 : 반복과 자기생각의 중요성
어느 유대인 가정이나 토라와 탈무드가 거실에 배치되어 있다. 특히 정통 유대인들은 따로 수학, 사회같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배우는 학문은 공부하지 않고 아예 토라와 탈무드만 반복해서 학습한다.(이들은 일반 유대인과는 다른 학교를 다닌다) 혹자는 토라와 탈무드에 무슨 신비한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내 생각에는 텍스트의 위대함이 아닌 반복과 토론에 따른 깊이와 너비가 유대인 교육의 핵심이 된 것 같다.
토라는 원전이고 탈무드는 토라를 끊임없이 연구한 기록물이다. 정통 유대인들의 학교를 보면 그들은 앞뒤로 머리를 흔들면서 토라와 탈무드를 읽고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내용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현 사회에 적용한다. 중요한 것은 원전에 자신의 생각을 더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한가지 텍스트를 다양한 상황에 적용시키고 발전해나간다. 자신만의 사고가 담긴(그러나 꾸준한 토론과 랍비의 가르침으로 보편성을 띄는) 새로운 탈무드를 계속해서 만드는 것이다.
탈무드와 토라에 특별한 것이 담긴 것이 아니라, 반복과 자기생각이 핵심이다.
(물론 탈무드는 토라에 대한 끊임없는 토론의 결과물이니 가장 뛰어난 고전 중 하나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탈무드, 성경, 주역같은 고전들은 그 문장이 비유와 은유로 이루어져있어 그 해석의 방향이 넓고 능동적이다. 때문에 반복과 토론을 통해 자기생각을 가지게 하는데 적합한 텍스트이다)
2. 부모와의 연대
물론 정통파 유대인을 제외한 유대인들은 토라와 탈무드만 끊임없이 공부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학교처럼 일반적인 커리큘럼이 있고, 토라와 탈무드는 부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유대인들이 일정 수준이상의 율법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의무교육이전의 부모를 통한 탈무드를 포함한 가정 교육 때문이다.
이러한 가정 교육에 있어서 유대인들의 부모와 자녀간의 연결은 매우 끈끈하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부모가 하는 집안일에 참여하게 되며, 그 포지션은 보통 동등한 위치이다. 어머니는 가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절대 통제가 아니다)를 하고, 아버지는 시간을 내서 토라나 탈무드 교육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떨어져있는 가족이라도 안식일이 되면 함께 식사를 하며,(대학생 호스트 중 한명은 안식일이 되면 늘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갔다) 서로 챙겨주고 보살펴주는 연대가 다른 서양가정에 비해 대단히 끈끈하다.
3. 공동체와의 연대
부모와의 연대에서 더 나아간 개념이다. 유대인들은 유대인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매우 강하다. 이스라엘 건국에 큰 도움이 된 키부츠 사례, 유대인 성인식에서 공동체 사람들이 돈을 모아 진정한 의미의 성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는 사례가 이 공동체와의 연대를 이야기해준다.
또한 예루살렘 길거리를 돌아다녀보면 작은 기부함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그 지역민이 서로 돕는 형식의 기부함인데,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삶을 영위하는데 큰 지장이 없도록 해준다.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밖에 거주하고 있는 유대인끼리의 연대도 상당한데, 예를들면 미국에 살고 있는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국가적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서로 뭉쳐, 돕고, 보살피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중국의 화교도 이런 문화가 있어 전세계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는데, 유대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공동체의 구분이 매우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인이 아닌 제3자 입장에선 그들이 조금 배타적이라는 인식이 들때도 있다. 특히 이스라엘에서 히치하이킹 할 때 크게 느꼈는데, 완벽한 이방인인 나와 유대인의 히치하이킹 성공률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더라.
4. 스스로에 대한 믿음
유대인들은 스스로를 신에 의해 선택받은 민족이라 여긴다. 하나님의 아들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그들만을 구원해준다고 여기는데, 이러한 선민의식은 매우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이러한 강한 믿음이 가지는 실질적인 힘(그러니까 된다고 믿을때 되는 경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5. 자율, 그리고 자존감
2번 부모와의 연대에서도 살펴본 것인데, 유대인들은 어린 자녀도 동등한 인격체로 여긴다. 가르친다기보다는 함께한다는 느낌이 강하며, 개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해준다. 이러한 자율성을 바탕으로 성장하였기에, 유대인들은 자존감은 대단히 높다. 거기에다 4번 믿음도 곁들여지게 되면...자존감은 하늘을 찌른다. 자존감과 성공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자료가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면 된다.
6. 안식일을 즐긴다
금요일 해질녘부터 토요일 해질녘까지는 유대인의 안식일이다. 금요일에 해가떨어지면 거리의 대중교통은 끊기고, 그 자리를 팔레스타인 출신 택시기사들이 차지한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이 되면 보통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물론 젊은이들은 클럽에서 안식일을 즐긴다ㅎㅎ), '일'을 하지 않고 조용히 책을 읽곤한다. 정통유태인의 경우에는 아예 전자제품을 만지지도 않기에,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꺼지고 켜지는 램프를 사용하기도 한다. 안식일을 경험해보기 전에는 주말이랑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 같았지만, 실제 유대인 가정에서 함께 안식일을 경험해보니 우리의 주말과는 질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게다가 '주말'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을 과거를 생각해보면!)
안식일의 의미는 '일'에서 온전히 벗어난다는 것에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평생 '일'과 함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강제로 일에서 멀어지게 하는 안식일의 존재는 삶, 그리고 하고있는 행위에 대해서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앞만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반성을 통하여 제대로 된 앞을 판단하게 해주고, 충분한 휴식을 통하여 더 활기찬 추진력을 얻는 것이다.
7. TV가 없다
이스라엘에서는 총 7명의 호스트의 집에서 머물렀는데, 그 중 5명의 집에 TV가 아예 없었다. 일상적이고 소모적인 뉴스보다는 차분하고 정제된 정보에 치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오랜 여행에서 느낀 것이지만 '생생한 정보'가 곧 '쓸모있는 정보'는 아니다. TV, 인터넷과 같은 매체를 통한 '생생함'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8. 부가가치 높은 산업에 대한 집중
하이파에서 텔아비브로 히치하이킹하러 도시 외곽으로 걷다보니 발견한 것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등이 있는 산업단지였다. 이 산업단지를 보면서 이스라엘, 그리고 유대인이 추구하는 전략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유대인들은 그들 스스로가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금융, 미디어, 학문과 같은 부가가치 높은 산업에 포커스를 두었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사례를 봐도 이 부가가치 높은 산업에 집중했던 것이 유대인들의 오랜 '전통'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의 이스라엘은 IT나 첨단군수산업과 같은 하이테크 산업에 집중하고 있고, 미국의 유대인들은 금융,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다. 학문에 관한 것은 노벨상이 이야기해주니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그들 스스로 강점이 될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 그리고 그 분야가 실질적으로 세계의 '머리'에 위치하고 있음을 아는 것. 아마 이러한 전략적 집중이 지금의 '성공'을 이끌지 않았나 판단된다.
9. 이익과 손해에 대한 철저함
이익과 손해에 대한 판단이 매우 철저하다. 사람을 만날때에도 이 사람에게 조금의 이득이 있으리라 판단되면 대단히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될때는 팽해버리는 모습을 보았다. 아주 잘해주다가도 갑자기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어서, 속된말로 '싸가지없다'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이스라엘에 8년을 거주한 러시아 출신 유대인도 이스라엘 사람을 '무례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의 태도가 성공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 않나 생각되기도 한다. 이익에 있어서는 치열하고, 손해에 있어서는 철저하고...이 부분은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10. 공격적인 질문과 토론
유대인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마치 싸우는 것 처럼 보일때가 있다. 그리고 그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대단히 직설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대인들은 질문과 토론문화가 매우 잘 정착되어 있어서, 겉치레가 아닌 실용적인 토론을 한다. 우리의 토론은 점잔 빼며 상대방을 지극히 배려하다 두루뭉실하게 '너도 좋고 나도 좋은 황희정승'처럼 끝나는게 보통인데, 유대인의 토론은 서로 헐뜯고 공격하다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심각한 토론 뿐만이 아니라 요리할때도 서로 싸우다가 맛있는 음식이 나오더라...)
이상 10가지. 적용할 것은 적용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