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랩 OctoStudio 워크숍 후기
이 글은 지난 1월 #퓨처랩에서 개최한 미래교육 컨퍼런스 및 OctoStudion 워크숍을 참여하고 느낀 점을 정리하여 쓴 글입니다. 3회에 걸쳐서 연재할 예정입니다.
창의성 교육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필자는 교육대학원에서 강의할 때 현직 선생님들과 밤새 토론한 적이 있는데 교육의 역사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분야 중 하나가 ‘창의성 교육’이라는 의견에 도달했었다. 교육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기존의 것을 탈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창의성은 모든 학문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위키백과에서는 창의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창의성(創意性, 문화어: 창발성, 영어: creativity)은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발견하거나 기존에 있던 생각이나 개념들을 조합하여 새로이 생각해 내는 특성이다. 창조성(創造性)이라고도 하며 이에 관한 능력을 창의력(創意力), 창조력(創造力)이라고 한다. 창조력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통찰에 힘입어 발휘된다. 창의력에 대한 다른 개념은 '이을 수 없는 점을 잇는 것'이다.” /위키백과
창의성의 일반적인 개념은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 내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생각의 탄생 책에서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조사하여 제시하고 있다. 고대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피카소, 에디슨과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창의성을 학습하고 발현하게 되었는지 다룬다. 필자는 20여 년 전에 유럽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운이 좋게도 ‘다빈치 친필 노트’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대가의 노트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매우 산만한 형태로 기록되어 있었고,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이나 글도 더러 있었다.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매우 혼재된 형태의 정보와 지식이 나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다빈치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것들이 연결되고 재조합되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빈치 노트를 보면서 과연 대가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런 노트를 작성하게 되었을까 궁금했었다. 다빈치와 같은 천재형은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에디슨이나 피카소를 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디슨은 노력형 창의성의 전형적인 모범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필라멘트를 발견하기 위해 수 천 번의 실패를 감내했다는 사실을 보면 그렇다. 피카소도 1년 동안 비둘기 발만 그리는 훈련을 지나고 사물과 현상을 보는 새로운 창의성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창의성은 천재들의 전유물이기도 하지만 필자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창의성은 교육할 수 있는 것일까?
생각의 탄생에서는 창의성의 대가가 했던 방식을 설명하면서 아래쪽에 다양한 활동을 하면 창의성도 길러질 수 있다고 제시한다.
박사 논문을 쓰면서 창의성, 문제해결력과 같은 능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탐색했다. 특히, 필자의 전공은 컴퓨터 과학 교육(Computer Science Education)이었기 때문에 코딩교육에서 창의성,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것이 가능한가 실험하고 연구했었다. 교육학에서는 블룸(Bloom)이 분류해 놓은 사고력의 위계를 기반으로 삼는데 블룸은 기억, 이해, 적용, 분석, 종합, 창작의 피라미드로 사고의 수준을 나누어서 제시하였다. 기억과 이해는 기본이 되는 사고력이고 적용부터 고차원적 사고력이라고 구분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교과의 목표는 각 교과의 지식을 토대로 고차원적 사고를 길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하도록 하는 데 있다. 교과의 목표를 설정해 놓은 문서를 ‘교육과정'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가 교육과정 제도로 되어 있어서 모든 교과의 목표를 교육과정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교과의 목표에서 고차원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창의성을 발현하는 활동과 연결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panopto.com/wp-content/uploads/2022/08/Panopto_Blooms_taxonomy_learning_in_action2.webp)
그렇다면 컴퓨팅을 통해서도 창의성을 기를 수 있을까?
디지털 교육 환경에서 창의성 함양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도구가 바로 ‘스크래치(Scratch)’이다. 필자는 박사 시절(2007년) 처음으로 스크래치를 알게 되었는데 당시 스크래치 한글 번역을 바로 옆의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알게 된 스크래치는 이후 박사논문의 주제가 되었고 스크래치를 통해 아이들에게 길러주고자 하는 목표가 창의성,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를 논문 주제로 삼게 되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코딩교육 하면 개발자나 프로그래머를 양성하는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코딩교육을 초중고에서 실시하는 이유는 창의성과 컴퓨터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를 컴퓨팅 사고력이라고 한다)을 길러주는 것이다. 컴퓨팅 사고력은 컴퓨터를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최초의 컴퓨터 교육자인 시모어 패퍼트(Symour Papert)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패퍼트는 컴퓨팅 사고력을 컴퓨터를 통해 아이디어를 표현하는(Expression)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Problem-solving)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스크래치를 만든 미첼 레스닉(Mitchel Resnick) 교수는 패퍼트 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미첼 교수는 패퍼트의 철학을 이어받아서 스크래치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낮은 문턱: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든다. 스크래치는 온라인 버전, 오프라인 버전이 가능하고 전 세계 50개가 넘는 언어로 변환이 가능하다. 필자가 스크래치를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아이들은 영어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생각의 문을 닫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스크래치는 한국어로 되어 있어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부담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넓은 벽: 일단 스크래치를 시작하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스토리, 애니메이션, 게임, 수학, 과학 프로그램,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장르와 분야의 콘텐츠가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관심사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높은 천장: 수준도 초보 수준의 작품부터 전문가 수준의 작품까지 높은 천장을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의 수준에서 시작해서 점점 향상된 작품을 만들게 된다.
2012년 MIT에서 열리는 스크래치 컨퍼런스에 참석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형적인 컴퓨터 수업처럼 스크래치의 기능과 작품 제작에 대해서 강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나의 생각의 완전히 깨버리는 순간이었다. 당시는 철학이 뭐가 중요할까 생각했지만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스크래치를 교육하면서 철학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무언가를 만드는 창작의 행위에서 표현과 문제해결의 영역을 넘나들 때
아이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스크래치는 지난 10여 년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는데, 현재 200여 개 이상 나라에서 사용하고 70개 언어를 지원한다. 스크래치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는데, 블록형 언어로 오류 발생을 최소화한 점과 다양한 장르의 표현이 가능한 점, 모국어로 코딩할 수 있는 점 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크래치를 론칭한 초기에 여러 연구자나 교육자들은 벌써 몇 발자국 앞서서 패드나 스마트 폰 용으로도 개발해 달라는 요청을 했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스크래치의 패드나 태블릿 버전인 스크래치 주니어(ScratchJr)가 개발되었다. 2014년 컨퍼런스에서 론칭하면서 모바일 환경에서도 코딩과 창작을 지원하는 도구의 확장을 알렸다. 스크래치는 컴퓨터, 노트북과 같은 PC기반의 도구였기 때문에 학교 컴퓨터실이나 방과 후 교실, 각종 캠프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코딩하는 교육 환경에서 주로 교육되었다. 스크래치 주니어는 주로 저학년이나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사용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활발하게 보급되지 않았던 것 같다.
*다음화에서 워크숍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