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7]자유, 아름다운 선택

유혹을 타고 가는 고양이처럼

by 료료

데스파시토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가 발표한 세계적인 라틴 팝 히트곡이다. 나는 저스틴 비버가 참여한 영어 가사가 더해진 리믹스 버전이 좋았다. 서로 다른 음색으로 영어와 스페인어가 한 곡 안에서 국경을 가뿐히 넘어갔다.


데스파시토는 스페인어로 ‘천천히’라는 뜻이라고 했다. 정작 노래를 들어보면 전혀 천천히 다가오지 않는다. 너는 알아서 와라. 대신 나는 내가 알아서 간다. 감당할 수 있으면 해 봐. 어디까지 버티나 두고 보자.


정열적인 고양이가 바람에 털을 날리며 유혹을 타고 걸어오는 느낌. 눈빛 하나만으로도 이미 모든 흐름이 바뀐 듯했다. 그 뜨거운 걸음으로 스페인이 가까워졌다. 감정에 솔직하고 거침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열정. 그들의 자유로움은 스스로 만들어 낸 아름다운 선택이었다.


이 노래를 계속 듣다 보니 플라멩코가 떠올랐다. 손뼉과 발끝의 움직임만으로도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춤. 뜨거움과 절제가 동시에 드러나는 스페인의 전통 예술이다.

몇 년 전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음악당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그곳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었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정교한 모자이크, 아르누보 양식의 곡선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마음을 사로잡는 장소였다.


막이 오르자 공간의 아름다움은 순식간에 무대의 에너지로 바뀌었다. 무용수의 시선, 긴장감, 구두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만으로 음악당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만 비슷한 흐름이 두 시간 넘게 이어지자 집중력이 조금씩 흐려졌다. 그러다 둘째 딸은 그 화려한 홀 안에서 잠이 들었다. 황홀한 음악과 나풀거리는 드레스가 펼쳐지는 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플라멩코를 떠올리며 다시 데스파시토를 듣는다. 그러면 이 곡은 단순한 팝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화려한 리듬 속에서도 밝음과 슬픔, 열기와 고독이 느껴진다. 라틴 문화를 잘 알지 못하면서도 그들이 지나온 삶과 시간들이 궁금해졌다.


라틴 문화는 스페인과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같은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이어져 온 넓은 문화권이다. 음악과 춤이 일상 가까이에 있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성향이 강하다. 가족과 친척, 이웃이 음식을 나누고, 기쁜 날에는 춤추며, 어려운 순간에도 서로 돕는다. 개인의 삶이 공동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문화다.


데스파시토와 가까운 카리브해 라틴 문화는 푸에르토리코,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같은 섬 지역에서 더욱 진하게 나타났다. 그들 역시(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 푸에르토리코 출신이었다. 이곳의 곡들은 드럼과 타악기 연주, 짧게 끊어지는 리듬, 몸을 흔들게 만드는 강한 악센트가 특징이다. 항구 도시에서 여러 전통이 만나, 스페인어권 문화 위에 아프리카계 리듬이 더해지며 색채가 화려해졌다.

그래서 데스파시토도 단순히 듣는 노래가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하는 곡이 되었는지 모른다. ‘천천히’라는 제목을 달고도 누구보다 빠르게 스며드는 노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