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즐김 [後樂]

고라쿠엔(後楽園)을 거닐다

by 환타타타

일본 소도시를 여행하다가 오카야마시에 있는 ‘후락원(後樂園)’을 구경한 적이 있다. 일본 발음으로 고라쿠엔(後楽園)이라는 정원인데, 미토의 가이락엔(偕楽園), 가나자와의 겐로쿠엔(兼六園)과 함께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는 명승지다. 일본 정원은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겠지만 나는 그 정갈하고 세밀한 관리 능력을 높이 칭송한다. 단순한 조경 기술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라고 느낄 때도 있었다. 예술이 되려면 기술을 넘어서는 정서적 감흥과 심미적 아름다움과 사상적 심오함을 품고 있어야 하는데, 나는 후락원에서 그 일면을 보았다.


고라쿠엔은 한자로 後樂園(후락원)으로 표기한다. 글자대로 뜻을 짐작해 보면 ‘나중에 즐긴다’로 해석된다. 와우! ‘젊어서 먼저 열심히 일하고 나중에 즐긴다.’ 지극히 상식적인, 그렇지만 너무나 중요한 삶의 지침이다. ‘노세! 노세! 젊어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와 대조되는, 가장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인생철학이다. 진리는 평범한 곳에 있듯이 ‘먼저 열심히 살고 나중에 즐김’은 진리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이름이다. 그런데 오카야마에 있는 고라쿠엔은 그런 단순한 이름이 아니었다.


옛사람들은 무언가 이름을 지을 때,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고전에서 글자를 따오는 경향이 많다. 후락(後樂)은 중국 송나라 학자 범중엄의 책 《악양루기(岳陽樓記)》에 나오는 말 "천하의 근심보다 먼저 걱정하고, 천하의 즐거움보다 나중에 즐긴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에서 따온 말이다. 단순히 ‘젊어서 고생하여 삶의 기반을 마련하여 나중에 즐기자’라는 뜻이 아니라, “천하 사람들이 걱정하기 전에 먼저 걱정하며 우환을 없애고, 천하 사람들이 다 즐길 수 있게 한 연후에 즐기자”라는 유교의 애민 사상이 담겨 있다. 맹자의 여민락(與民樂) 사상을 발전시킨 것이다.


고라쿠엔 정원을 거닐며 풍광을 즐겼다. 넓은 평지를 파내 만든 연못이 있고, 그 파낸 흙으로 야트막한 언덕을 만든 유심산(唯心山)이 있었다. 언덕 위에 올라서면 정원 전체는 물론 정원 밖으로 오카야마 성(城)이 보인다. 연못 주변으로 넓은 잔디밭과 우물 정(井) 자 모양의 차밭, 여유로운 차실(茶室) 건축물이 배치되어 있고, 연못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길과 그 주변으로 다듬어진 소나무가 탐스럽다. 유심산은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들어냈다.’[一切唯心造]라는 불교의 가르침에서 따온 이름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라는 뜻을 넘어, ‘즐거움이라는 것도 마음이 지어낸 것이기에 집착할 것이 아니다’라는 공(空) 사상이 느껴진다. 온 백성이 모두 즐거운 후에 즐기는 그 고즈넉한 즐거움조차 그것에 집착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인다.


즐겁게 살다 죽는 것, 꼭 쾌락주의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바라는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그런데 그 즐거움을 자기 아랫사람들보다 나중으로 미루고, 나중에 맞이할 그 즐거움조차 집착하지 않겠다는 사람, 그 사람은 이 공원을 조성한, 에도 시대 이 지역의 영주인 이케다 쓰나마사(池田 綱政)이다. 그는 자신의 휴식처이자 손님 접대용으로 이 정원을 조성할 때 토목 기술자에게 자신의 유교적 철학과 예술적 심미안을 반영하도록 부탁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지금 고라쿠엔은 시민과 여행객들의 휴식과 사유와 심미 공간이 되었다.


어떤 공간이 주는 김동은 단순히 그 공간이 가진 시각적 아름다움에만 있지 않다. 그 공간을 조성한 사람의 심오한 생각과 서사가 덧붙여졌을 때 경이롭게 된다. 한 정원을 구경하고 난 후 그 기억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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