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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행이 심심한 이유

by 이환

사람 사는 데 다 똑같다. 뉴욕의 출퇴근 길 지하철 풍경이나 서울의 2호선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파리의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강남역 스타벅스의 모습과 겹쳐진다. 인종, 언어, 도시가 다를 뿐이지 99%는 같다. 일본이나 유럽의 독특한 건물이나 도로도 한 번이 신기하지 두 번 세 번은 점점 익숙해지고 특별함이 옅어진다. 하물며 지금 우리는 터치 몇 번이면 전 세계를 초고화질로 여행하고 체험하는 게 가능한 시대이다.


우리는 여행을 여행 그 자체로 즐기지 않는다. 여행은 으레 무언가를 깨닫거나 느껴야만 하는 일종의 일이 되었다. 정석코스가 있어서 가야 할 장소, 포토스팟과 먹어야 할 식당, 음식이 정해져 있다. 그걸 하지 않고 오면 돈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결국 그 행동은 남이 만들어 놓은 코스를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 내가 원해서 가는 것보다 남들이 갔었기에 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말한다, 사람 사는데 다 똑같다고.


다른 점 1%를 찾기 위해 가야 한다. 그 동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만들어진다.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고 보러 가면 그 도시, 공간은 그 사람에게는 특별해진다. 산을 좋아하지 않는 이에게 스위스의 알프스는 한라산과 다르지 않다. 미술에 감흥이 없는 이에게 파리의 루브르는 모나리자가 있는 공간밖에 되지 못한다. 그곳들이 특별해질 수 있는 이유는 그 공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에 있다. 마치 고깃집에서 냉면만 먹고 냉면맛을 평가하는 것이다. 메인디쉬, 취향에 빠진 여행은 그곳의 콘텐츠 반 이상을 날리는 것과 같다.


대부분의 여행객이 음식과 친절을 여행의 척도로 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취향이 담겨 있지 않다. 무언가가 좋아서 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 추천해서 가기 때문이다. “거기가 그렇게 좋대”. 그러니 무난하게 즐기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음식과 사람이 돼버린다. 그것이 전부가 될 때 여행은 끝내 공허해진다. 타인의 취향과 선택이 아닌 나의 것으로부터 시작된 여행은 비로소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일상적인 그 풍경이 내게는 특별해지는 순간, 그 기억들이 쌓이는 것이 내가 믿는 여행의 참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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