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흔들릴 수는 없다.
생각보다 신입사원이 되고 나서의 시작은 비관적이었다. 해야할 것만 같은 일들과 좋은 이야기 보단 어찌 무거운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신입사원으로 사회에 발을 디딘 후 열정을 내보이며 익혀야할 업무적인 기술도 많은데 돈, 집, 결혼, 투자, 연봉 등 어찌 알아야할 게 너무 많다. 인스타그램 뿐만이 아니라 각종 SNS는 도대체 어떻게 안 건지 온통 "내가 21살에 0억을 번 방법" 과 같은 글들로 도배가 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이야기들 사이에 눌려 숨을 쉬지 못할 것 같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에 고민의 연속이었다. 아예 정면승부로 매일 공부를 해서 지식을 쌓고 투자 같은거에 도전해볼까? 이 고민을 할 당시 통장 잔고가 20만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20만원은 비상금이지 투자할 자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퇴근하고나서 자기개발을 하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되어볼까? 나의 퇴근길은 일산에서 의정부까지 막히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6시 퇴근해서 8시전에 도착하면 다행이다. 톨게이트를 타고, 막히는 길들을 뚫고 평군 1시간 반이다. 나에겐 그것까지 이겨낼 힘이 없었다.
이러한 고민들을 할 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변명하는건가?"
"상황이 힘들든 너가 간절하다면 이겨내야하는거 아냐?"
혹은 반대로
"지금 너가 힘들면 차라리 일에 먼저 집중하는게 낫지 않을까?"
"야 이제 취업한 애가 뭐이렇게 신경써 조금 즐겨"
등등
스스로에게 수백가지 채찍과 당근의 질문들을 던졌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게도 이 모든 고민이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닌가? 라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다른 사람들보다 늦은 취업이라는 걱정에 오히려 남들보다 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만 같은 걱정과 나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의 연봉 등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단 결론을 내렸다. 즉- 남과 돈 두가지에 의해 고민을 하고 있었던 거지 나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던게 전혀 아니었다.
나는 우선 시선을 닫기로 결심했다. 남이 어떻게 살든 전혀 신경쓰지 말자. 그저 지금 내 앞길만 바라보고 나만 바라보는 시야를 가지자. 그러다 보면 거기서 무언가가 나오리라. 나는 직감적으로 확신했다.
남을 신경쓰지 않고 사는건 정말 어렵다. 특히 요즘같이 남의 생활을 더 많이 들여다 볼 수 있을 수록 정말 어렵다. 하지만 남이 내 인생을 살아주지 않으며 내가 함께 살아가야할 사람은 결국 나다. 그러니 내가 나를 바라봐야한다.
평생을 함께할 사람은 남이 아니다.
내가 나를 바라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