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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가 생겼다.

06.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다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by 정화온

처음으로 혼나고 그날 다들 일찍이 퇴근했다. 나는 다 하지 못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처음으로 억울하게 혼난 기분에 오히려 불타올랐다. '오늘 싹 다 끝내고 가리라.'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했다.


저녁을 잠깐 먹으러 가는길에 과장님과 마주쳤다. "화온씨 그냥 가요" 라고 하셨지만 "금방해요~" 라며 바짝 독이 오른 모습으로 밥을 먹고 사무실에 돌아왔다. 취준생일 때는 회사에서 야근하는 사람들이 정말 멋잇다고 생각했다. 늦은시간까지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해낸다는게 얼마나 멋진모습인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것을 깨닫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야근으로 독이 바짝 올라 한 업무는 단순 블로그 글쓰기 업무였다. 무언가 깊은 밤을 빌려 생각할 필요도 없고 솔직하게 시간이 부족해서 다 못했으니 저녁 시간만 있다면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어떻나 뿌듯함도, 개운함도 없었던 기억이 난다.


_ (1).jpeg 사진출처 - pinterest

내가 생각했던 야근과는 정 반대되는 상황. 나의 첫 회사고 업무를 잘 못 계획한 것이기 때문에 내 잘못이라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콧속으로 들어오는 밤 공기가 썼다. 그래 이렇게 하나 둘 씩 직장인이 되어 가는구나 싶으면서 이렇게 하나씩 꺾이다 보면 나도 총기 없는 모습의 사람이 되어 버릴까 한편으론 두려웠다.


취업을 했지만 나의 멋진 미래보다 어찌 '내가 바라지 않는 모습'이 될까 두러운 마음이 더 컸다. 자기의 일을 잘하고 저녁 시간엔 자기개발도 하고 그런 멋진 직장인이 되고 싶은데. 욕심만 앞서고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아직 일도, 인생도 서툰 것 같다. 오늘 저녁엔 맥주 한캔으로 목을 축여야겠다 생각했다.


아 술도 늘어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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