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배운 장인정신

by 화랑

교토에서 '장인 정신'은 노포 뿐만 아니라 흔한 가게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젊고 트렌디한 가게더라도 주로 한 종목만 취급한다. 그릇이면 그릇, 티백이면 티백, 시계라면 시계. 하나만 끈기있게 판다.


종종 동아시아의 주입식 교육, 긴 노동 시간, 수직적인 문화가 서구와 비교해 비난받을 때가 있다. 서양에선 개개인의 자유와 적성에 따라 일을 찾고, 연차가 자유롭고, 중간에 낮잠 시간도 가진다며. 맞는 말인데, 주입식 교육도 8시간 업무도 다 비정상적인데, 그렇다고 서양이 옳기만 할까.


동아시아 특유의 우직함은 어떤 면에선 성공의 비결이다. 홧병 나도 참고, 내 개성 눌러가면서 버티는 게 안 멋져 보이지만 사실은 멋진 일이다. 꼭 실리콘 밸리에서 연봉 협상하면서 이직하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일하고, 베를린에서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것만이 멋진 게 아니라는 걸 나는 이번에 깨달았다. 한 자리에서 50년, 60년씩 수세미만 파는 노인이 대단해보였기 때문이다. 철판에 오꼬노미야끼 다섯 개를 동시에 굽는 할머니가, 80이 다된 나이에 맨손으로 사시미를 뜨는 할아버지가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이들이 마을을 지키는 오래된 나무 같았다. 교토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한때는 나의 중노년을 떠올리면 절망스러웠다. 딩고라이브에 나오는 가수 빅마마처럼 자기만의 전문성이 있는 중년이 되고싶었다. 나이가 들수록 퇴색되기보다 오히려 그동안의 경험이 응축되어 농익고싶었다. 그런데 교사를 계속 하면 그와 반대로 늙을 것 같았다. 일은 다 젊은 사람한테 맡기고, 애들은 내 말을 안 듣고, 어린 엄마들의 민원을 받아주며 늙고 지쳐 있을 내 모습이 그려졌다. 그것 때문이라도 더 이직하고 싶었다.


근데 어떤 일이든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 내가 내 일을 떳떳하게 하면 그게 뭐든 빛난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존버'를 우습게 보지 말 것. 오랜 기간 한 가지 일만 하는 사람 특유의 간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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