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던 학생들이 있었다. 이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유로 그들은 크게 다투었다. 거의 서로 죽일듯이 싸웠고, 개인간의 싸움이 집안의 싸움까지 번져서 완전히 원수가 되었다. 먼저 주먹을 휘두른 학생 역시 크게 다쳤지만, 주먹을 맞은 학생은 거의 죽을뻔했고 병원에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그들은 이후로도 여전히 같은 마을에서 살았기에 끊임없이 서로를 의식하고 원망하고 다투기를 반복했다.
주먹을 맞은 학생에게 있어 이 사건은 그에게 맞지 않으려면 강해져야 한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고 다시 일어나 상처는 물론이고 다치기 전보다 훨씬 건강한 상태가 되었으며 마을에서 가장 힘이 쌘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성장했다. 몸은 완벽히 나아 어떤 흉터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정신에는 아직도 이 끔찍했던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다.
한편, 주먹을 휘두른 학생은 마치 벌이라도 받듯 이후 집안이 몰락하여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고, 열등감과 아집에만 휩싸인 못난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는 여전히 주먹을 맞은 학생에 대해 어떤 반성도 하지 않고 시기와 원망 만을 하고있었다. 가끔은 발을 걸어보기도 하고 나쁜소문을 퍼뜨렸지만 그만큼 혹은 더 많이 자신의 행동에 댓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들이 이렇게 원수가 되어 지낸지 한참이 지났고 간혹 화해를 하려고 하거나 화해를 주선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모두 허사가 되었다.
주먹을 맞았던 학생은, 여전히 주먹을 날린 학생을 의식하며 살았다. 10년이고 20년이고 지나더라도, 이제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는 저물고 마을은 어느새 큰 도시가 되었다. 여전히 사람사는곳에 다툼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옛날에 비하면 그럭저럭 다들 잘 참고 살고있었다. 학생들도 가정을 이루었고 새로운 친구와 지인들이 생겼다. 그들 나름으로 각자의 인생을 어느정도 일구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재정상태에 대해서도 비교를 하자면, 주먹을 맞았던 학생이 압도적으로 풍족했다. 그는 도시에서 손가락안에 드는 부자가 되었고 주먹을 때렸던 학생은 그날그날 근근히 먹고살기를 걱정해야했다. 아무리 그래도 누구든 이쯤되면 주먹을 맞았던 학생이 어린날의 트라우마를 극복할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 보더라도 주먹을 휘두른 학생이 주먹을 맞은 학생에게 위해를 가하기는 너무나 어려워보였다. 주먹을 휘두른 학생은 끼니조차 제대로 먹지 못해 건강상태가 나빠도 병원조차 갈수 없었다. 그는 여러가지 보조금과 지원금이 없다면 지금껏 살아남는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주먹을 맞은 학생의 편집증적인 걱정에 주변사람들은 의아함을 넘어 경악했다. 그는 끊임없이 주먹을 휘두른 학생이 자신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까 걱정하고 걱정하지말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소리치며 가족이 하는 말조차 듣지 않았다. 다른 문제에 있어서는 정상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도무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었다.
어린날의 기억이 그의 삶을 벗어난것처럼 보여도 그에게 끝없이 영향을 주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치열하고 끈질기게 산 과거는 그 기억이 있기에 생긴 집착이었을지도 몰랐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그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더라도 이제 그 편집증적인 생각을 떨쳐내야 한다고 그의 가족, 주치의를 비롯한 주변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자신에게 그만 안심하라는 얘기에 격분해서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자신에게 하는 충고와 조언을 모두 잔소리로 치부하고 자기 뜻에 맞지않는 소리를 하면 큰소리로 비난을 퍼부었다. 폭력적인 가장의 모습에 아내와 소원해졌으며, 자식들은 반발하며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며 아집에 사로잡혀있으니 그는 자신의 상처로 말미암아 다른이들을 상처입히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를 아는 어느 누구도 그가 그런식으로 타락할줄은 몰랐다고 놀랐다. 그는 모범적인 가장이며 좋은 이웃이었고, 여러모로 성공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토록 어리석을거라고는 누구도 몰랐다.
주먹을 휘두른 학생조차도 그것은 전연 뜻밖이었다. 자신이 어린시절 그에게 행한 폭력이 그의 삶에 이토록 깊게 영향을 주다니? 그가 그렇다는 사실은 주먹을 휘두른 학생에게 있어, 알게모르게 기쁘고 즐거운 일이었다. 자신과같이 보잘것없어진 사람이 그렇게 성공한 사람에게 영향을 줄수 있다는 것은 그의 가난한 삶에 몇 없는 기쁜일이었다. 그가 그를 만날일이 있을때마다 그는 그러한 반응을 유도했고, 그렇게 그의 정신을 헤집어놓는다는게 그에게는 인생의 낙이 되었다.
도시의 모든이가, 세계의 모든이가 도무지 이해할수 없는 일이지만 주먹을 맞은 학생에게는 그들이야말로 이해할수 없는 사람이었으니 세상에 이런 터무니없는 상황이 어디있을까? 마침내 주먹을 맞은 학생의 공포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주먹을 휘두른 학생의 위험성을 부각하고, 점점 더 주먹을 맞은 학생의 정신을 피폐하게 하며, 그가 듣고싶은말만 하여 그의 신임을 얻었다. 그들은 주먹을 맞은학생이 영원히 편집증에 빠져 스스로를 망치는 것을 종용하여 그들의 이익만을 탐내니 마침내 그의 주변에는 그러한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다가 주먹을 맞은 학생은 놀라운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주먹을 때린 학생이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도록 유도하고 상처를 입은 후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모든사람에게 증명하고싶은 욕구에 빠져버렸다. 그는 주먹을 떄린학생을 불러 도발하였지만, 주먹을 휘두른 학생은 그를 괴롭히고싶을뿐 자신이 주먹을 휘두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더이상 주먹을 휘두른 학생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힘 없는 주먹이 그에게 어떤 상해도 가할수 없고 오히려 자신을 때릴 명분을 준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그래서 그는 주먹을 휘두른 학생을 미쳤냐고 비웃으며 자신의 집으로 유유히 걸어갈 뿐이었다.
이 일은 주먹을 맞은학생에게 결정타가 되어 울화를 참지못하고 그는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가 의식을 찾는것은 아직도 요원한 일일것으로 보인다. 그가 일어날때 재정신일까? 미치광이일까? 그것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