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플러스펜과 드로잉 이야기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
컴퓨터 그림 보다는 손그림
2D 애니메이션을 전공으로 택할 정도로 컴퓨터 작업보다 손그림에 매력을 느꼈었지만
디지털이 대세인 요즘.
나 조차도 컴퓨터 작업에 익숙해져 책상 위에는 신티크가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저 구석에는 이제 거들떠보지 않는 작화지들이 가득 (작화지- 애니메이션용 종이)
그러다 어느 날 다시 펜을 잡기 시작한 것은 아주 단순하다
새 연습장을 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잡은 플러스펜. 300원이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심이 금방 뭉개지고
수성인지라 물이 살짝만 닿아도 쉽게 번져버리는..
어쩌면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펜이지만
그런 가벼움이 좋은 플러스펜과 나의 드로잉이 시작 되었다.
내가 그림의 열정을 갖게 되는 계기는
전시회를 가거나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았을때..
다른이의 그림을 보고나면 잠자고 있던 나의 예술혼이 꿈틀 거린다.
새 연습장과 함께
그림쟁이라면 매일 그림을 그려야지 하는 반성과 작은 목표를 세웠다.
뭐가 되든 드로잉으로 가득 채워 보자.
그리고 드로잉 실력 왕창 늘려서 외국 여행 가서 캐릭터 그려주고 용돈 벌이하며 돌아다녀야지 라는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엉망진창 드로잉을 시작했다.
그래서 초반 연습장에는 가장 자신 없던 인물 드로잉을 그리고 또 그리고 또 그렸다.
오랜만에 펜을 잡으면 손도 굳은 티가 팍팍 났다.
게다가 인물 드로잉은 뭔가 부담이다.
운동 전에 준비운동을 하듯 그림 그리기에 앞서 손 풀기도 적당히 해줘야 한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막 그렸지만 복잡한 그림보다는 단순한 그림을 더 좋아하기에
나의 그림도 나의 취향에 맞게끔 선을 바꿔 나갔다.
최대한 선을 줄이고 간단하지만 느낌이 나도록..
그림 자료는 잡지나 영상에 나오는 사람을 찾아 그리기도 하고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인상 깊은 사람도 그려보고
조금은 슬픈 얘기인데, 당시 프리랜서였지만 일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아서
낮에 영화를 보다가 나오는 인물들을 그리기도 하고
그냥 그렇게 매일, 조금씩 드로잉만 주구장창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