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와 잘 지낼 순 없다

by 화유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누군가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한 뼘정도의 거리를 두게 됐다.

‘이 사람은 안전할까?’,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어디까지 말해도 괜찮을까.’

그를 온전히 겪기도 전에 걱정이 먼저 앞섰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조심스러워진 건, 한두 번의 상처 때문만은 아니었다.

뜻하지 않은 오해, 어긋난 말, 틀어져버린 관계들 속에서 깨달았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순 없다는 걸.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혹은 사회생활 속 누군가든, 관계의 형태나 환경이 달라진다고 해서 내 안의 경계심까지 바뀌진 않았다.


한 없이 사람을 믿고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의심도, 경계도 없이 그저 모두와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사람들을 대했다.

그 마음을 꺾기 시작한 건, 예상보다 가까운 사람이었다.

믿음이라는 이름 아래 상대의 무례를 참고 견디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날들.

그때는 몰랐다. 그게 배려가 아니라, 내 마음을 갉아먹는 침묵이었다는 걸.

나는 그걸 ‘관계 유지‘라는 말로 애써 포장하고 있었다.

나만 참고 견디면 된다고 스스로를 타이르면서 말이다.




“너 진짜 예민하다”


그 말 한마디에, 내가 느낀 불쾌감은 순식간에 별것 아닌 게 되어버렸다.

처음엔 예민한 게 아니라고 해명하기 바빴지만, 돌아서면 결국 나 자신을 의심했다.

혹시 내가 정말 민감한 걸까? 내가 과하게 받아들인 건가? 그냥 넘어가도 되는 일이었나?

그 말이 무례하거나 지나쳤다는 생각보다, 나를 탓하는 쪽이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모두와 잘 지낼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나와 잘 지내는 법을 배우게 됐다.

여전히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두는 일은 어렵지만, 이제 그 중심엔 더는 나만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자리한다.



사진 : Pexels_Jan Koets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