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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우 Mar 20. 2020

[IT 칼럼] 안드로이드 파이 너머 저편에

2018년 예스24에 쓴 IT 컬럼을 복붙합니다.

단맛과 쓴맛을 안드로이드로 맛본 구글이 과연 차세대 스마트폰 OS로 푸크시아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2018. 09. 17)


원문 : http://ch.yes24.com/Article/View/37014



8월 6일 안드로이드 9(파이)가 공개되었다. 구글 픽셀폰은 즉시, 주요 협력사 폰은 빠르면 가을에 파이 버전을 만날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스마트폰 양대산맥으로 더는 설명이 필요 없다.  


안드로이드, 원오브뎀 시장의 비애

그런데 구글 안드로이드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원오브원(one of one)이 아니라 원오브뎀(one of them) 시장이라서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다. 그나마 안드로이드폰 하이엔드 폰인 삼성 갤럭시 시리즈나 100만 원이 넘는 고가이고 나머지 제조사는 대부분 가격 눈치작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IT전문매체 '테크 인사이츠(Tech Insights)에 따르면 부품 원가는 갤럭시 S9 (64GB)가 379달러, 아이폰X(64GB)가 389.5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1만 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갤럭시 S9 (64GB)는 105만 6,000원, 아이폰X는 142만 원(64GB)이다. 해마다 아이폰보다 먼저 언팩행사는 진행하고 시판하는 삼성이 호기롭게 100만 원이 넘는 고가폰을 내놓았지만 애플은 비웃기나 하듯 자신의 길을 가는 가격이다. 아무리 안드로이드폰을 대표하는 갤럭시라고 해서 무작정 애플을 따라 단말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 앞서도 말했지만 안드로이드 폰 시장은 원오브뎀이니까. 


이러한 문제는 단적으로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매출과 순이익을 살펴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발표에 의하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해(2018) 1분기 기준으로 애플은 83%, 삼성은 9.7% 영역 이익률을 냈다. 글로벌 영업이익이 122억 500만 달러인데, 그중 애플 몫이 101억 8,3000만 달러다. 삼성은 지난 17년 1분기에 22.7%로 시장점유율 1위, 애플은 14.4%로 2위다. 18년 1분기에는 각각 22.6%와 15.1%다. 애플이 약간 상승했지만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순이익률은 2배도 아닌 8배 차이가 난다. 사실 시장점유율이 1위인데 순이익률이 저렇게 반전으로 나온다면 삼성과 애플이라는 제조사 이름을 가리고 데이터를 내밀었을 때, 누구든 박리다매 상품과 명품 브랜드 상품을 연상할 것이다.  


더 낮은 성능의 비애

안드로이드 폰은 아이폰보다 더 고사양 하드웨어를 사용하면서도 더 낮은 성능을 제공하는 문제다. 애플인사이더가 올해(2018년) 3월 진행한 갤럭시 S9 플러스와 아이폰의 벤치마크 결과 아이폰이 압승했다. 안투투 벤치마크, 베이스마크 OS2 벤치마크, 옥탄 2.0, GFX 벤치마크, HTML5 테스트 등에서 대부분 아이폰X가 앞선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이지 않더라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게임이 안드로이드 폰에서 더 느리게 동작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렇게 안드로이드가 같은 하드웨어 급을 사용하더라도 더 느린 이유는 태생 때문에 그렇다. 안드로이드라는 OS는 원래 리눅스의 파생이다. 안드로이드 1.1은 리눅스 커널 2.6.x 버전을 사용한다<https://en.wikipedia.org/wiki/Android_version_history>. 안드로이드를 발표할 때마다 꾸준히 새로운 리눅스 커널을 적용해 안드로이드 7 너깃에서 처음으로 리눅스 4.4.1을 사용했고 안드로이드 파이는 4.4.107 등의 버전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20세기 말 전후에 주로 업무보조용으로 사용하던 PDA다. 이 PDA에는 팜OS와 리눅스, 윈도우 CE(임베디드XP), 트론 등이 OS로 사용되었다. 특히 리눅스는 공개 OS라서 많은 업체가 채택했는데 각축전 끝에 PDA OS는 MS의 승리(즉 윈도우 CE)로 끝났다. UI/UX 면에서 리눅스를 채택한 PDA가 밀릴 뿐 아니라 거대 IT 기업 MS의 공세에 배겨낼 재량이 없었던 것이다. 


원래 안드로이드 아버지 앤디 루빈이 만든 안드로이드는 카메라용으로 만든 OS다. 구글에 인수되기 전 2004년에 앤디 루빈은 삼성전자에 공짜로 휴대폰용 OS를 제공하겠다며 협업을 요청했다. 당시 삼성이 인수했다면 오늘날의 안드로이드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역사에 가정은 무쓸모이므로 가정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PDA 시장에서 MS에 밀려난 리눅스가 스마트폰에서 MS의 모바일 OS을 제치고 어떻게 양대 스마트폰 OS가 어떻게 될 수 있었냐는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를 모바일용으로 최적화하면서 그동안 누구도 하지 않았던 선택을 했다. 바로 자바 가상머신을 사용하여 UI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리눅스 커널에 안드로이드 런타임(달빅, Dalvix)이 있고 그 위에 자바 프레임워크가 있다. 그 위에 자바 프로그래밍이 돈다. 달빅의 일종의 JVM 파생이다. 생각해보라, 자바는 JVM 위에서 돌기 때문에 PC에서 네이티브 프로그래밍 언어보다 느리다는 평이 자자 했던 언어다. 


모바일 하드웨어에 가상머신이라니! 물론 지금은 안드로이드 런타임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래도 태생적인 구조가 네이티브 언어를 직접 사용하는 아이폰 환경과는 다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구조 덕분에 전 세계에 엄청나게 많은 자바 개발자를 끌어 안을 수 있었고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안드로이드 내 안의 적

그런데 적은 항상 가장 가까운 데 있는 법이다. 특이한 선택이었지만 수많은 자바 개발자를 품고 성공 가도를 달리게 해준 자바가 구글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바로 썬을 인수한 오라클이 (썬의 제품이었으므로 당연히 자바도 오라클 것이 되어) 구글에 자바 라이선스를 요구한 것이다. 오라클은 2010년 썬을 인수하면서 곧바로 구글에 저작권 소송을 냈고, 8년이 지나 올해 3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오라클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0년 소송 당시 배상 요구액이 90억 달러(9조가 훨씬 넘는 금액)였으니 지금 금액으로 하면 훨씬 늘 것이 자명하다. 


구글이 누구인가? 전 세계에서 웹 광고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 아닌가? 90억 달러에 구글이 무너질 일은 없지만, 당대 최고의 개발자 집단으로서 저작권 침해라는 멍에는 용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구글은 작년에 이어 지난해(2017년) 5월 구글 IO에서 코틀린을 안드로이드 공식 언어로 소개했고, 올해는 아예 자바 이야기를 빼고 코틀린으로 만든 앱을 소개했다. 더는 구글 I/O에 자바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바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언급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틀린만 사용하면 (자바 개발자는 슬프겠지만) 저작권 침해 이슈와 멍에가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안드로이드원 프로젝트

안드로이드는 OS를 구글에서 제공하지만 하드웨어는 각 제조사에서 만든다. 그래서 좋은 말로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다른 말로 파편화가 심각하다. 메이저 제조사야 더 좋게 기능을 개선하지만 저가폰을 공략하는 군소 제조사의 안드로이드 폰은 못 볼 지경이다. 그래서 구글은 안드로이드원 레퍼런스 스마트폰을 제공한다. 


기존 구글 레퍼런스 폰은 고사양 고가이지만 안드로이드원 레퍼런스 스마트폰은 10만 원대 보급형 스마트폰이다. 구글이 제시하는 하드웨어 사양을 충족시켜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만들면 구글 순정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다. 이 OS를 사용하면 군소 업체도 양질의 안드로이드폰을 개발 및 공급할 수 있어, 구글로서는 품질(브랜드) 관리를 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가격이 낮으면 그만큼 구매할 수 있는 수요층이 늘어난다. 예: 인도, 중국 등). 


애초에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제조사에 제공한 것은 웹에 접속하는 플랫폼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PC에서처럼 스마트폰에서도 웹의 관문을 google.com으로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구글의 모체 알파벳이 2017년 10월 발표한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3/4분기 매출의 88%는 광고 수익이다. 2위는 유투브 수익인데 광고 수익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 구글이라는 검색엔진은 사실 광고 마케팅 툴이다. 그래서 구글은 광고 대행 회사가 본질이다. 그깟 픽셀폰 팔아봤자 구글 매출의 10%도 넘지 못한다. 구글이 아프리카까지 무선통신망을 제공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google.com을 기본 홈페이지로 많이 이용할수록 광고 수익도 늘어나는 간단한 원리다.  


포스트 안드로이드는 누구?

이제 마지막으로 이 지난한 이야기를 끌어온 본론이자 결론을 이야기해보자. 안드로이드는 구글에 스마트폰에서도 웹의 관문 위치를 굳건히 해주어 광고 수익을 더 늘려주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안드로이드가 세계 최고 해커 집단이라는 구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다. 저작권 침해 그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구글은 푸크시아(Fuchsia)라는 임베디드 OS를 만들고 있다. 한 5년 후에는 다양한 임베디드 기계에 탑재할 예정인데 시기와 적용 대상은 아직까지는 설이다. 오래전에 구글이 크롬OS를 만들 때 과연 스마트폰까지 그 영역을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크롬 OS는 PC까지만 그 영역을 확대하고 멈췄다. 


단맛과 쓴맛을 안드로이드로 맛본 구글이 과연 차세대 스마트폰 OS로 푸크시아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한 번 성공한 사업이라고 해서 두 번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말이다. 하드웨어 발전은 빠르다. 그래서 앞으로 안드로이드의 상대적인 무거움은 별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더 많은 디바이스의 인터넷 관문에 www.gooogle.com을 심으려는 핵심 전략을 구현하는 데 안드로이드는 너무 무겁다. 구글 생존과 직결된 이 명제야 말로 안드로이드와 푸크시아의 미래를 결정 짓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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