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자
“ 이쪽으로 가면 아침을 잘 하는 곳이 있어. 따라와.”
다른 또래보다 조금 키가 크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소년이 내게 손짓을 하며 앞장을 서려한다. 내가 박타푸르에 들어섰을 때 그는 박타푸르를 소개해 주겠노라고 했었다. 나는 가난한 여행자이기에 그를 떼어내려는 의도 반, 배를 채우려는 의도 반으로 레스토랑을 찾고 있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가 바로 레스토랑 안내를 시작한 것이었다. 얼핏 보면 친절한 그의 행동이었지만 뻔히 보이는 전개 상황이었기에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 괜찮아. 내가 찾아볼게.”
“ 아니야. 너 외국인이잖아. 내가 싸고 맛있는 곳을 알고 있어.”
“ 어차피 다 비슷하겠지. 내가 알아서 할게.”
“ 아니라니까? 그냥 따라오면 돼. 돈은 필요 없으니까 걱정 말고 따라와.”
돈은 필요 없다는 그의 말이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강하게 주장하는 소년에게 나를 내버려두라고 소리칠 힘도 없었다.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 그래. 어디로 가면 되지?”
“ 이쪽이야. 여기서 가까워.”
소년을 따라 2분 정도 걸으니 3층 건물에 레스토랑이라고 쓰인 낡은 간판이 있는 음식점이 있었다. 천정의 높이가 낮아서 올라갈 때 허리를 숙여야만 했다.
“ 이곳이 음식도 맛있고 가격도 싸. 자 메뉴를 봐봐. 싸지?”
“ 음... 확실히 가격은 싸네.”
소년이 옆 테이블에 놓인 메뉴판을 들고 내게 보여주자 아래층에서 한 남자가 걸어 올라오며 내게 인사를 했다.
“ 나마스테.”
“ 나마스테. 어떤 음식이 맛있어요?”
내가 남자에게 질문을 하자 남자는 영어를 못하는 듯 소년을 쳐다보았다. 소년이 남자와 몇 마디를 나누더니 내게 그의 말을 전해주었다.
“ 이곳 음식은 다 맛있어. 다만 지금은 토스트랑 차 밖에 주문이 안돼. 네가 너무 일찍 왔거든.”
“ 그래? 음... 그럼 커피랑 에그 토스트로 해야겠네.”
“ 알았어.”
“ #$%*$(@)$#*@(@”
“ 커피는 한 잔으로 할 거야? 아님 한 포트로 주문할 거야?”
“ 포트?”
“ 응. 여기 가격 있어.”
“ 가격 차이가 별로 안 나는 군. 한 잔 크기가 어느 정도지?”
“ 잠시만.”
소년이 남자에게 잔 크기를 물어보자 층을 내려가더니 잠시 후 잔을 가져와 내게 보여주었다. 소주잔보다 조금 큰 에스프레소 용 잔이다.
“ 잔이 많이 작구나. 그럼 포트로 주문을 해줘.”
“ 알았어.”
남자는 주문서를 작성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소년은 내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나를 쳐다보았다.
“ 여기 음식 맛있어. 후회 안 할 거야.”
“ 그래, 고마워.”
“ Peter.”
“ 응?”
소년이 부르는 소리에 이제 시작이구나 싶었다. 그의 목소리와 눈빛이 달라져있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 나는 동생들이 4명이 있어. 내가 그들을 돌봐야 해.”
“ 너는 몇 살인데?”
“ 15살이야.”
“ 그렇구나. 힘들겠구나 일을 하는 거야?”
“ 어, 학교를 끝나고 나면 일을 해.”
“ 그래? 오늘은 학교 안 갔어?”
“ 내일이 선거일이어서 학교 안 가. 네팔은 선거일과 그 전날은 휴일이거든.”
“ 그렇군. 한국은 선거날만 쉬어.”
“...”
“...”
“ Peter.”
“ 그래.”
“ 난 공부를 하고 싶어.”
“ 학교를 다닌다며 열심히 하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야.”
“ 알아. 하지만 책을 살 돈이 없어.”
“...”
“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어. 만약 네가 나를 위해 책을 사준다면 나는 정말 기쁠 거야.”
소년은 의자를 끌어 내게 좀 더 가까이 왔다.
“ 어떤 책인지 물어봐도 될까?”
“ 응, 역사책이야. 나는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거든.”
“ 선생님은 좋은 직업이지.”
“ 맞아.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 그래 꼭 그렇게 되기를 기도할게. 그런데 책은 부모님이 사주셔도 될 텐데?”
“ 아빠는 없어. 그리고 엄마는 책을 살 정도로 돈을 벌지 못해. Peter, 나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줘.”
“...”
“...”
“ 솔직히 이야기할게. 나는 네가 나에게 돈을 받아서 책을 사서 공부할 거라는 확신이 없어.”
“ Peter!! 난 거짓말 안 해! 꼭 책을 살 거야.”
나의 말에 저항하듯 그는 주먹을 쥐어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소리를 쳤다.
“ 진정해. 나는 이런 경우를 많이 경험해 봤기 때문에 너의 말을 완전히 못 믿는다고 하는 거야.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한 적은 없어.”
“ 이해해. 하지만 난 정말 공부를 하고 싶어.”
“ 그래... 그래서 말인데 내게 약속을 해줄 수 있어? 정말 책을 사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말이야.”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소년도 한참을 내 눈을 쳐다보았다. 마치 자신의 진실성을 내게 전달하려는 듯했다.
“ 난 약속할 수 있어. 그리고 반드시 책을 사서 공부를 할게.”
“ 알았어. 너를 믿을게.”
“ Peter, 정말 나 믿어도 돼. 반드시 열심히 공부해서 네가 언젠가 네팔에 왔을 때 학교 선생님이 된 내 모습을 보여줄 거야.”
“ 그래, 그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카마르.”
난 담배를 하나 꺼내 깊게 피고 잠시 후 재떨이에 문질러 껐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들었다.
책을 원하는 소년과의 대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