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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야 Mar 08. 2023

두려움과 설렘, 그 사이 좁은 간격

친구와 떠나는 첫 유럽여행

 나의 첫 해외여행은 2017년, 22살에 친구 Y와 함께 갔던 일본여행이었다.


Y  : "아, 중간고사 1주일 전에 일본으로 벚꽃여행 가고 싶다~"

나 : "일본 가고 싶다. 일본 가자"

Y  : "가자! 시험 던져!"


 그렇게 갑작스럽게 갔던 3박 4일간의 일본 벚꽃여행.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도착했을 때가 벚꽃이 가장 만개했었고, 한국 돌아오는 날에 다 바람에 흩날려버렸으니. 가장 예쁠 때를 봤지.


 그리고 한국 돌아와서 서로 학교 다니고 아르바이트하며 바쁘게 지내다가, 여름 즈음에 또 한 번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Y  : "나 엄마랑 할머니랑 같이 내년 2월에 스페인으로 크루즈 여행 가. 그전에 2주 정도 동안 혼자 스페인이랑 포르투갈 여행하려고. 너 같이 갈 수 있어?"

나 : "엄마한테 물어볼게!"


 그렇게 또 2018년 2월 여행 계획을 짜게 됐다.




 사실 일본이야 Y는 이미 여러 번 다녀온 이후기도 하고 기간이 짧아 크게 신경 쓸 건 없었다. 하지만 2주간 떠나는 유럽여행. 여러 곳을 옮겨 다녀야 했고, 그만큼 신경 쓸 부분도 많았다. 아무리 즉흥적이라 해도 최소한의 계획은 짜야하지 않을까.


 2주 동안 5개의 도시를 이동할 계획인데 각자 1주일씩 맡아서 스케줄을 짜기로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봤다.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이제 갈 사람들의 질문까지 많은 글들이 있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소매치기, 인종차별 등의 후기뿐이었다. 뉴스도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지만, 결국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건 자극적인 소재라는데. 어떤 콘텐츠를 봐도 그런 것 같다.


 여행 반년 앞두고 두려움과 설렘이 줄다리기를 했다.


 가족 곁을 그렇게 오래 떠나는 것도 처음이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 찾으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다.

 소매치기나 강도 둘째 치고, 친구와 함께 가서 싸우고 절교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바가지를 썼다느니, 수수료가 비쌌다느니, 인종차별 당했다느니...

 다녀온 사람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피해보지 않고 조심히 잘 갔다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준 고마운 정보였겠지. 하지만 처음 접했을 땐, 이걸 여행을 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만약'이라는 단어를 위의 걱정거리에 붙인다면, 걱정이 불어나기 시작한다.


 '만약에 소매치기당해서 돈이 없으면 어떡할 거야?'

 '만약에 친구랑 싸워서 같이 안 다니기로 했는데 여행 1주일 남았으면 어떡할 거야?'

 '만약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 가지고 미리 걱정하지 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상상에 상상을 더해 망상까지 해버리는 사람이었다. (사실 여행의 가장 첫 시작, 비행기 사고부터 상상하는 사람..)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과 음식들, 이국적인 모습들. 행복했고, 또 가고 싶다는 사람들. 함께 첨부되어 있는 사진엔 다들 활짝 웃고 있고, 그 뒤엔 멋진 관경이 펼쳐져있었다.

 나도 저런 곳 가서 맛있는 것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도 꽤 흥미로워 보였다.


 내 마음속에선 두 감정 사이의 간격은 아주 좁았다.


 좋은 것, 좋은 음식, 좋은 풍경을 생각하면 각각+1이 되지만, 소매치기나 인종차별 등 안 좋은 글 한번 보면 -10이 되어버렸다.

  부정적인 이야기가 주는 그 힘이 굉장히 세다고 또 한 번 느꼈다. 좋은 댓글 100개여도 악플 1개에 상처받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어도 -1만큼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좋은 이야기들로 최대한 채워 넣어야겠다. 좋은 이야기들에게 +5, +10만큼의 힘을 실어줘야겠다.


 그렇게 아웅다웅 마음속과 머릿속에서 싸우다 보니 벌써 출국이었다. 약 반년 정도 여행을 준비하며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 같은 느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겠지. 그렇게 다독이고 공항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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