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돈을 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 같다
난 작가 소개에도 써놨듯이 늦깎이 대학생이다.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고 하니 1학년이 된 뒤로 열심히 시도 중이긴 하다.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리는 것도 내가 시도하는 것들 중에 하나다.
글들을 쓴지는 이제 겨우 한 달 차이긴 하지만 뭔가 유의미한 결과를 내보고 싶은 마음에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일요일 17시에 글을 올린지 1시간 2분. 생각보다 유의미한 결과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냥 라이킷 7개 정도랄까.
나는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놓고 살아가는 사람이라 일단 시작을 하려면 나의 흥미를 끌어야하는데 글쓰기도 그 중에 하나였다. 나의 우울을 깎아서 만드는 글쓰기는 나의 속풀이를 할 수 있으면서도 내 흥미를 끄는 것들 중에 하나였다는 이야기다.
근데 그다지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하니 기분이 상해버렸고, 그냥 재미로 시작한 것이라 그런지 그 재미가 없어져 버리니 다시 해야 할 의미를 못 느끼게 되버린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나는 그냥 라이킷을 받는 그 얄팍한 관심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연기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하는데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더 원했는지도.
다시 말해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의 흥미와는 정반대되게 말이다.
내가 왜 글쓰기를 시작했지?
단순히 재미만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솔직히 아니었다. 나의 우울과 감정을 갈아서 만든 뭔가를 만들고 싶었고 그것으로 생산적인 결과까지 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랜 기간 머리로만 생각해왔던 소재와 내용을 이제서야 세상에 내보이게 되니 나는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한 것 같은데 정작 내가 해낸 일은 글을 하나 올린 것에 지나지 않으니, 준비 기간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나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반응 탓일까 그다지 글쓰기에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내가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뭐였더라.
한창 거슬러 올라가보면
나는 내가 잠시 다녔던 전문대학교 시절에도 나의 미래 직업을 적으라하면 작가라고 썼었다.
그 때도 왜 작가가 되고 싶어했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글쓰기가 좋았고, 내 마음을 써 내려가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이제 보니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쓰고 싶었던 걸까.)
나의 불우했던 가정환경을 누군가에게 늘어놓고 싶었던 나의 욕구도 있었다. 이제는 정신과에 가서 내 과거와 함께 가정에서 생긴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을 했기 때문에 그 욕구는 이제 어느 정도 충족된지는 꽤 오래 됐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게 된 것도 2년 정도 되었으니 말이다. (그 전에도 쉼터를 통해서 간간히 정신과를 방문하기는 했지만 그 사이에 텀이 있어서 사실은 정기적으로 꾸준히 다니게 되었다기에는 어폐가 있다.)
나는 블로그가 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의 이야기를 꾸준히 쓸만한 여유있는 공간을 갖고 싶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누가 그러던데 재미로 어떤 일을 시작한 사람은 그 재미가 사라지면 그 일을 하게 될 이유나 의미가 없어져 버려서 그 일을 쉽게 그만두게 된다고.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사실 연기도 하고 싶었지만, 내 외모의 한계와 내가 살아가는 삶의 형태와 나의 가치관 같은 것들이 점점 그것을 해야 하는 사람과는 충돌이 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것을 하지 않을 이유들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내 많은 것들을 바꾸는 것을 감행하는 것이 이제는 싫은 모양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는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다. 근데 일부러 소설을 연재하기 위해서 엄청난 힘을 써야 하고 따로 시간을 내어 추가의 노력을 해야한다면 사실 그것은 하고 싶지가 않은 느낌이다.
글쓰기와 연기 모두 그냥 취미로만 해야하는 일 같다.
꾸준히 할 수 있는 일.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어쩌면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재미만을 추구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은 어린 나의 오판이었고, 그 오판을 수정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꾸준히 할 수 있는 힘도 중요하니까.
취미와 일이라는 두 가지 사이의 장벽을 처음으로 느낀 기분이다.
나는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아직 없는데 섣불리 하겠다고 했으니 어쩐다...
앞으로 나는 독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끈기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