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맑고 바람도 시원하게 부는 걷기 좋은 날 안나푸르나 1차 전지훈련을 위해 모여 걷는다. 범일님이 사파리 모자를 들고 와서 일행들에게 나눠 준다. 모두 그 모자를 쓰고 걷는다. 모자는 우리의 교모가 된다. 같은 모자를 쓰고 같은 길을 걸으며 우리는 하나라는 소속감을 느낀다.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 후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고 걷기 시작한다.
고산병 예방을 위해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한다. 안나푸르나는 돌계단이 많고 고도가 높아 천천히 꾸준히 오르는 길이다. 그와 유사한 환경으로 택한 것이 봉산과 앵봉산 코스다. 원래 이 길은 3시간 반 정도면 마칠 수 있는 길이지만, 천천히 걷는 연습을 위해 느림보 걷기를 하니 약 5시간이 걸렸다. 첫 번째 전지훈련이 아주 훌륭하게 마무리되었다.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도 평상시보다 많이 가졌다. 쉬는 시간마다 각자의 배낭에서 먹을 것이 쏟아져 나온다.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우리는 식구가 되어간다.
오공님은 업무 때문에 이번 안나푸르나 일정에 동참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전지훈련에 참가해서 새벽부터 아내와 함께 준비해 온 김밥을 나눠준다. 김밥의 양이 상당하다.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김밥을 굵게 말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정성 들여 만든 김밥을 고마운 마음으로 먹으며 감사 인사를 전한다. 게다가 안나푸르나 등정을 마친 후 파티를 하라며 금일봉을 전해 준다. 그 마음이 참 고맙다. 오공님, 감사합니다. 사모님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 주세요. 김밥 맛있게 먹었습니다. 전달해 주신 금일봉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걷기를 마친 후 구파발역 부근 맥주집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직 장사 준비가 덜 된 식당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분주하게 움직이며 서빙을 한다. 물과 컵을 가져오고, 물수건을 나눠주고, 필요한 음식을 보충하고, 포크와 집게를 나눠주는 등 치킨과 생맥주를 먹고 마시기 위한 준비를 자발적으로 한다. 그런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이날 우리는 즐겁게 뒤풀이를 하기 위해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그것을 직접 몸으로 실천하며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 모습이 아름답다. 본각님이 제안을 했다. 남성들이 술을 많이 마시니, 음식값은 모두 1/n로 정산하고, 술값은 남성들이 1/n로 정산하자는 제안이다. 남성들이 술을 많이 마시니 술을 적게 마시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한 고마운 제안이다. 하지만 정산할 때 여성들은 자신들 모두 남성이라고 주장하며 이 제안은 고마운 제안으로만 남게 되었다. 여러모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도 참 아름답다.
사람들은 각자 성장과정도 다르고 현재의 상황도 역시 다르다. 그런 사람들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회 활동을 한다.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공간인만큼 좋은 일, 불편한 일, 즐거운 일, 화 나는 일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런 상황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를 하며 성장해 나간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우리는 건강을 지키고, 서로를 아끼고, 서로를 통해 배우며 살아간다.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온 후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같은 공간에서 열흘 이상 머물며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커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더 넓고 깊게 하며, 한 식구가 되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우리는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