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과 포장

by 걷고

우리는 ‘보석’입니다. 그 ‘보석’은 죽을 때까지 늘 우리와 함께합니다. 어쩌면 죽은 후에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 ‘보석’이 두 겹의 포장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우리 스스로 그 ‘보석’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드물긴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자신이 ‘보석’이라는 사실을 자각한 후에 가벼운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보석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포장 속에 갇혀 살며 자신에 대한 절망, 세상에 대한 원망,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두 겹의 포장 중 바깥 포장지는 누구든지 쉽게 볼 수 있는 포장으로 나이, 학력, 사회적 지위, 명예, 경제적 능력, 집의 크기, 승용차의 종류, 외모 등을 말합니다. 이 포장은 외부로 드러난 자신의 모습과 타인의 모습을 비교하며 열등감과 우월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결과 시기와 질투를 하게 되고, 타인을 비하하거나 자신을 과대포장하기도 합니다. 또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기에,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포장하거나 위장하면서 늘 불안 속에 살게 됩니다. 점점 ‘참 자기’와 멀어지게 됩니다.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면’이 ‘자신’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교하며 우월해지고 싶어 하는 이기심이 만들어 낸 포장입니다. 하지만, 비교의 종류와 대상은 너무나 많아서 어느 누구도 모든 면에서 우월할 수는 없습니다. 비교하는 마음은 결국 자신을 열등하게 만들고, 비참하게 만듭니다. 굳이 비교를 하며 우월감을 느끼려 하는 모습을 보면, 우월감 역시 열등감의 한 종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속 포장지는 유전적 요인, 양육 환경과 삶의 경험으로 인한 심리적 요인들로 둘러쌓인 포장입니다. 불안감, 외로움, 심리적 불편함, 우울감, 적대적 감정, 분노 등을 말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루어진 포장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고, 어떤 상황과 마주칠 때 저절로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모습 역시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방어’를 하게 됩니다. 이 ‘방어’가 우리를 ‘참 자기’와 멀어지게 만듭니다. 이 ‘방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심리적 생존 전략입니다. 누구나 이런 ‘방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잘 보이거나 감추기 위한 노력들 역시 결과적으로는 자신과 타인을 힘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진실이 가려진 가면으로 만나는 관계는 결코 오래 지속되거나 참다운 소통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결국 우리는 가면 속에서 점점 더 자신의 성을 높게 쌓아 외부와 단절을 강화하며 외로움으로 힘들게 살게 됩니다.


이런 ‘비교하는 이기심’과 ‘방어하는 심리적 전략’은 우리가 만들어 온 ‘경험 주머니’로 인해 발생합니다. 우리의 ‘경험 주머니’ 안에는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내용물들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 학습해왔던 내용, 양육 환경, 다양한 사고(思考)의 틀, 가치관 등. ‘경험 주머니’ 안의 내용물이 외부 환경이나 자극과 만나게 되면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경험을 더 쌓아나가게 됩니다. ‘경험 주머니’로 인해 같은 상황에서 완전히 상반된 경험을 쌓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기분 좋게 출근하는데, 평소에 관계가 좋은 동료가 아침 인사를 하면 기분 좋게 응답을 합니다. 하지만, 불편한 동료가 같은 아침 인사를 하면 기분 나쁘게 반응합니다. 같은 상황에서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경험 주머니’에 있습니다. 두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이 ‘경험 주머니’ 안에 있다가, 그 사람들의 반응과 자극이 ‘경험 주머니’의 내용물과 만나 반응을 달리하게 되고, 그 반응은 또다시 ‘경험 주머니’ 안에 들어가 쌓이게 됩니다. 오늘 만나지만 실은 과거의 사람,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인지되었던 과거의 표상과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위파사나수행을 열흘 간하고 왔습니다. 그 수행의 요체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는 ‘무상(無常)의 체득’이고, 다른 한 가지는 ‘경험 주머니를 비우는 일’입니다. 실은 이 두 가지는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상’을 자각하게 되면 ‘경험 주머니’에 집어넣을 새로운 내용물이 없어지게 됩니다. 기존의 내용물은 자극을 만나면 튀어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 순간 과거의 인지된 표상으로 반응을 하지 않고 그 표상의 ‘무상함’을 자각하게 되면 ‘경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저절로 사라지게 됩니다. 저절로 ‘경험 주머니’는 비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경험 주머니’가 비워지면 저절로 ‘참 자기’가 드러나며 우리의 보석을 보게 됩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우리 자신이 보석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번 수행을 통해서 자신이 보석임을 자각하는 방법은 배웠지만, 아직 체득되지 않았기에 외부 상황이나 마음 작용과 만나게 되면 다시 흔들리기도 하고 힘들어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흔들리고 힘들어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바로 수행의 순간이라는 사실은 희망을 가져다줍니다. 힘든 상황도 단지 ‘힘든 상황’이 되는 것이 아니고, ‘수행의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힘든 상황’이거나 ‘좋은 상황’ 모두 반드시 변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변화를 통해 ‘무상’을 이해하게 되고 체득하게 됩니다. 그러니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일입니다. 상황에 끌려다니며 힘들어하는 대신 ‘무상’이라는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체득하는 과정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고해(苦海) 속에 살면서도 평온한 마음으로 살 수가 있습니다. 풍랑은 물놀이가 되고, 번개와 천둥은 아름다운 음악이 되며, 같은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가 스승이 되기도 하고, 도반이 되기도 하고,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춤추는 멋진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무상’의 진리를 체득하고, 우리 자신이 보석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면 더 이상 외부 환경이나 마음의 작용에 흔들릴 일이 없습니다. 모든 종교는 그 방법에 대한 나름대로의 방편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꾸준한 수행으로 삶 속에서 자신이 보석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셔서 행복한 나날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는 보석입니다.

날씨와 기후가 변해도 자연은 그냥 자연입니다. 자연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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