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의 재구성 (제5편)

영화 "오베라는 남자"

by 걷고

https://www.youtube.com/watch?v=E8-FRl_xc3o&t=16s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 (Fredrik Backman)의 장편소설을 영화로 제작하여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오베라는 남자”는 인생 2막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59세의 남자 ‘오베’가 철도 기술자로 43년간 근무하다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고 퇴직 후 겪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주변 사람을 통해 극복해 가는 영화입니다.


‘오베’가 철도 기술자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기쁜 소식을 직접 말씀드린 날 ‘오베’의 아버지는 철도에 치여 사망합니다. 부인은 임신 축하 여행에서 교통사고로 유산을 하고 두 다리를 잃었고, 최근에 암으로 사망을 하였습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장 불행한 일을 당한 것입니다. 어떠한 삶의 의미도 없는 ‘오베’의 유일한 일과는 부인 묘소를 매일 찾아가는 일이고, 유일한 희망은 빨리 죽어서 부인 곁으로 가는 것입니다. 자신의 퇴직과 부인의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인 고통과 정부, 관료, 행정직 직원들의 행정처리 방식에 큰 불만을 느끼고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불신, 불평, 불만이 가득하여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선호의 차이로 인해 오랜 친구와 등을 돌리고, 길 고양이를 쫓아내고,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언행을 질타하고, 자신이 정한 규칙을 이웃 사람들이 어기면 욕을 하며 점점 더 자신만의 성을 높게 쌓고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고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원망으로 인해 ‘오베’는 자살을 결심합니다. 여섯 번의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웃의 반갑지 않은 방문과 방해로 모두 실패하게 됩니다. 뇌졸중으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오랜 친구 부인의 부탁, 새로 이사 온 주민의 반갑지 않은 부탁과 그 집 아이들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세상을 향해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람으로 인해 받았던 상처를 사람을 통해 치유받게 됩니다.


‘오베’를 보며 ‘나는 걷는다’의 저자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떠오릅니다. 60세 정년퇴직 후 사회에서 폐기되었다는 절망감과 그 해에 어머니와 부인의 죽음을 맞으며 삶의 의미를 잃어버려 자살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꼼뽀스텔라까지 3,000km 이상 걸은 후에 걷기를 통한 청소년 교화 단체인 ‘쇠이유’ (‘문턱’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를 창립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인 알제아르 부피에도 떠오릅니다. 55세에 부인과 아들을 잃고 심한 상실감에 고통받고 지내다, 황무지를 개척하겠다고 매일 상수리 열매를 100개씩 심어 황무지를 비옥한 땅과 풍요로운 숲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숲은 이후에 약 만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조성되었습니다.


이 세 분의 공통점은 심한 절망감, 좌절감,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깊은 상실감으로 고통을 받았고, 그 고통을 극복해가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회와 주위 사람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삶 속에서 겪는 괴로움이 반드시 나쁜 일인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고통을 통해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를 통해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찾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환경에서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똑같은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과 소통하며 활기찬 생활을 하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세상과 담을 쌓고 외로움과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원망만 가득한 채 살아가는 분이 있습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삶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어떤 관점으로 삶을 대하고,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 그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환경에 의해 지배당하지 않고, 어떤 환경에서도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삶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선택권과 주도권을 찾아올 수 있습니다.


오베, 베르나르 올리비에, 알제아르 부피에 세 사람 모두 사람들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고 고통 속에서 살아갑니다. 때로는 그리워서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미움과 원망으로 힘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상처를 사람들을 통해서 치유받습니다. 삶을 산다는 것은 사람과의 만남과 관계로 이루어집니다. 행복은 행복한 관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관계를 만드는 길은 바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용서와 화해입니다. 또한 자신의 틀을 부수고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서와 화해는 바로 세상 밖으로 나가는 가교가 되는 것입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사람은 사람들을 떠나 살 수 없습니다.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용기 있게 마음의 빗장을 열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용서와 화해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먼저 자신에게 용서와 화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용서한 뒤에야 주변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용서와 화해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신만을 생각하고 타인을 잊어버린다면 우리의 마음은 매우 좁은 공간만을 차지한다. 그 작은 공간에서는 작은 문제조차 크게 보인다. 하지만, 타인을 염려하는 마음을 키우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자동적으로 넓어진다. 이때는 자신의 문제가 설령 아무리 큰 것이라 해도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결과 마음의 평화가 훨씬 커지는 것이지요. 따라서 만일 당신이 자기 자신만을, 자신의 행복만을 생각한다면 실제로는 덜 행복해지는 결과가 찾아옵니다. 당신은 더 많은 불안, 더 많은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당신이 타인에 대해 생각할 때 당신의 최대의 이익을 얻는 첫 번째 사람이 될 것입니다.” (‘용서’ 본문 중, 달라이라마, 빅터챈 지음)


‘오베’는 이웃에 새 생명이 태어나자 그 아이를 위한 침대를 만들어 줍니다. 매일 부인 묘소를 방문하며 죽기만을 바랐던 사람에서 새 생명의 안락한 삶을 기원하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이웃의 아이들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하며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이런 말을 합니다. “사는 게 이런 거구나.”


좌절을 극복하는 것 역시 무슨 희생까지는 아닐지라도 봉사에 해당한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바로 우리 인생을 이루는 것이다. (인도의 구루 메허 바바 Meher Ba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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