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반성
일시: 2020년 4월 25일 (토요 걷기 리딩, 은평 둘레길 1, 2코스, 10km)
2020년 4월 27일 (집 – 매봉산 – 문화 비축기지 - 집 6km)
누적거리: 810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지난주에 두 번의 술자리가 있었다. 금요일 저녁에는 농막 만들고 어떻게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지 모의를 하기 위해 6명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토요일에는 낮에 걷기 리딩을 한 후에, 저녁에 걷기 동호회 새로운 운영진 모임이 있어서 참여했다. 술을 최대한 자제했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몸이 피곤해졌다. 이틀 연속 술을 마시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 만날 일이 없었고 그간 술을 안 마시다 마시게 되니 힘이 더 들었던 거 같다.
그 후유증의 여파는 월요일인 오늘까지 미치고 있다. 오늘 아침에 명상을 하는데 호흡 알아차리기가 힘이 들고, 졸거나 무기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 정신이 혼미하고 머릿속에 안개가 가득 찬 느낌으로 혼미한 상태가 계속되었다. 몸이 노곤하여 낮잠을 자기도 했다. 이틀간 마신 술의 여파가 사나흘 간 계속된다. 점점 술 마시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즐겁게 얘기하며 술 한잔 마시는 재미도 삶의 중요한 재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술 한잔 마시면 그만큼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늘 신경이 쓰인다.
요즘 파욱 큰스님께서 쓰신 ‘열반에 이르는 길, 사마타 위빠사나’를 읽고 있다. 눈에 띈 내용이 있다. “과거생과 미래생을 보지 않고 연기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연기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은 과거의 원인이 어떻게 현재의 결과를 낳았고, 현재의 원인이 어떻게 미래의 결과를 낳을 것이며, 원인의 소멸이 어떻게 결과의 소멸을 불러오는지 알고 보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이 글이 오늘 크게 와 닿은 이유는 전날 마신 술이 원인이 되어 오늘 명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공부의 진전이 없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무여 큰스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방에 불을 피우기 위해서 장작에 불을 붙여야 하는데, 성냥불로는 장작에 불을 붙이기 어렵다. 하지만 그 불씨를 잘 간수하고 키워나가면 장작에 불을 붙일 수가 있다.” 아직 공부가 익지 않아 겨우 성냥불 정도 킨 상태인데, 그나마 술을 마시며 다시 불씨를 죽여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나 남을 탓할 일이 아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이 공부에 도움이 되는지 잘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이런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왔다. 그 습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과거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살면서 변화를 원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이고,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기대하고 있는 어리석은 짓이다. 변화는 내면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어, 생각이 변하고 행동으로 실천을 해야만 성취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민은 남아있다. 금주를 하며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공부를 위해서는 금주를 해야만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끔 있는 술자리를 계속해서 멀리할 수는 없다. 절주를 하고, 친구들의 이해를 구하며, 다음 날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참석을 고려해 볼 생각이다.
오늘 1시간 반 정도 가벼운 산길을 걷고 나니 몸이 개운해졌다. 아직도 완전히 회복된 느낌은 아니다. 그래도 운동을 하니 많이 가벼워졌다. 눈꺼풀은 조금 무겁게 내려온다. 몸은 멀쩡한데 눈은 졸린 느낌이 든다. 오늘 걸은 매봉산 자락길과 문화 비축기지는 가볍게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코스이다. 오르막 길도 적당히 있고 계단도 있어서 몸에 땀이 날 정도로 운동도 된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조용히 걷기에 아주 좋은 길이다. 오늘은 반성하며 걸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너무 아름답고 생기가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반성을 할 수 있었다. 기분은 좋고 마음도 편하다.